[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국민건강보험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실손보험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실손보험의 복잡한 청구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소비자는 현재 복잡한 절차를 우선적으로 간소화 해달라고 요구했고 의료계는 민간보험 청구로 인한 의료기관의 부담을 줄여야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협의체를 통한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7일 국회에서 '의료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주제로 (사)소비자와함께, (사)한국소비자교육지원센터와 공동으로 제 52차 미래소비자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소비자, 의료계, 정부가 실손의료보험의 청구 방법을 간소화 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지지부진한 청구 간소화 문제, 소비자 관점에서 먼저 해결해야
서울대 소비자학과 나종연 교수는 보험사, 의료계, 정부의 입장이 각기 다른 가운데 일거에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소비자 관점에서 불편을 먼저 해소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나 교수는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 어렵다. 그래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방법을 일단 의료소비자에 집중해서 먼저 해결하자는 것이다"며 "보험료를 제 때 납부한 소비자가 기대하는 서비스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소비자의 권리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1차적으로 과정이 복잡하다는 문제가 발견된다면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그 다음은 차후에 논의해야한다.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는 범위를 정하고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 박명희 대표는 실손의료보험 소비자 피해 사례를 소개하며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 사항과 개인정보 우려에 대해 언급했다.
박 대표는 "A씨가 지방에 출장을 갔다가 복통으로 병원으로 갔다. A씨는 요로결석을 진단받고 응급실에서 하루를 보내며 11만원을 지불했다. A씨는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던 기억이 떠올라 영수증을 보험사에 제출했다"며 "하지만 보험사는 진료확인서, 세부내역서 등을 추가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병원에 연락하자 병원은 해당 서류는 의료 내용이 포함돼 있어 본인이 직접 와야 한다고 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결국 A씨는 의료비용 11만원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 받으려면 휴가를 내고 교통비를 들여 지방까지 가야한다. A씨는 보험 청구를 포기했다"며 "환자가 일일이 병원에서 받아서 보험사에 청구하는 과정이 간소화돼야 한다. 청구 방법을 전산화 해서 서류를 발급받지 않아도 실손의료 보험을 청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 논의만 10년째다. 이제는 실질적인 변화가 따라줘야 한다. 실손의료보험 간소화와 관련해 소비자 입장에서 두 가지 문제가 중요하다.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우려와 여러가지 불편사항 해소. 두 가지 잘 조화된 정책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보험 위한 의료기관의 과도한 업무 및 비용 부담 줄여야
대한의사협회 이세라 총무이사는 의료기관의 업무 및 비용 부담을 호소했다. 국민 편의를 위해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영수증만으로 보험을 청구하도록 하면 굳이 중계 기관을 거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과다 청구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추후 보험사들이 검토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무이사는"평소 국민들은 잘 모르고 지나치는데 의사들은 건강보험을 무상으로 청구 대행하고 있다. 의료기관이 민간의료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발급하기 위해 업무를 떠맡고 발부 비용까지 담당하고 있다. 무상으로 봉사하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최근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법률안의 문제점은 의료기관이 서류전송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행정인력이 있는 대형병원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소병원과 의원은 부담이 크다"며 "하지만 정부는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환자의 개인정보가 보험사가 요구하는 대로 모두 보험사로 들어가는 것 또한 적절하지 않다"며 "보험사가 환자에게 요구하는 자료는 환자에게 유리한 자료라기 보다 의료현실에서 비용 조정을 위해 환자에게 불리한 자료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보험 청구를 했는데 지급을 못받으면 환자와 의사간에 불신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국민건강보험 제도에 있다. 정부는 비급여 문제를 해결할 대책으로 실손보험을 도입했다.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면 환자가 굳이 실손보험에 가입할 필요도 없고 번거롭게 청구를 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의료기관이 영수증을 제공하면 보험사가 돈을 주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며 "환자의 의료정보에 대한 보안 위험까지 우려하며 중계기관을 만들어 거칠 필요가 없다. 이 문제는 보험사가 이유를 달아서 돈을 안주려고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과다청구가 의심되는 의료기관은 보험사가 의료기관에 서류제출을 요구하면 된다"며 "보험회사가 여러 이유로 하기 싫어서 하지 않는 것을 의사에게 해결해달라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해 관계 얽혀 있어 단 시간에 해결 될 문제 아니다
보험연구원 김세중 연구위원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단 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보험사는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실손의료보험은 3000만명 이상이 가입한 사적 보험으로 높은 가입률 때문에 공공성에 대한 요구 높다"며 "이러한 논의는 소비자 관점에서 봐야 하기 때문에 논의의 출발점으로는 적절하다. 하지만 청구 과정을 간소화 하려면 많은 이해관계가가 있기 때문에 단 시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실손보험을 판매한 당사자인 보험회사들은 자발적으로 노력은 하고 있다"며 "소액 청구시에는 영수증만 제출하는 것으로 간소화했고 일정 금액 이하도 사본으로 바꿨다. 소비자가 보험 청구하는 데에 비용이 덜 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보험사는 IT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 앱, 키오스크 등을 통해 보험을 청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인식률이 낮고 수기 문서를 다시 확인해야하는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있다"며 "보험사가 독자적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노력하고 있지만 부족한 점이 있다. IT 기술의 발달과 전산화된 자료의 보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실손의료보험 미청구 사례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 미청구 해소만 목적으로 두지 말고 전체 소비자의 편익을 높여야 한다"며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가 다양하다. 노령층도 많다. 전산화 뿐 아니라 전산화 이외의 청구 방법도 간소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금융위 "협의체 활성화로 긴밀한 소통 필요해"
보건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 고형우 과장과 금융위원회 하주식 보험과장은 관련 협의체를 활성화해 긴밀한 소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 고형우 과장은 "전산화 통한 편의 청구 전에 해결 해야할 문제가 있다. 보험사, 국민, 의료기관의 문제는 각각 다르다"며 "보험사는 요구하는 서류가 회사마다 다르다. 전산화하려면 단계적 표준화 방안을 보험사끼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과장은 "국민 입장에서는 의료정보에 민감하다. 국민과 시민단체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사안이다 이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의료기관은 청구는 해줄 수 있는데 비용에 대해 명확한 해결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자료를 중계한다면 중계기관에 대해 비용 처리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고 과장은 "최근 의협, 병협, 보험사 측과 협의해 논의하고 있다"며 "논의를 바탕으로 전산화를 추진해야 하며 전산화가 먼저는 아니다. 관련한 협의체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 과장은 "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로 높이는 등 의료 보장에 대한 전체 체계를 짜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 때 실손의료보험을 포함한다. 관련 법안이 정무위에 1개, 복지위에 3개 올라가 있다. 이 중 2개 법안이 실손청구 편익에 대한 부분이다. 법적 근거 필요하다면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전체 의료보장 체계를 짜는 입장에서는 신속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하주식 보험과장은 실손의료보험 청구 제출 자료를 중계해 소비자에게 서비스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민 편익에 집중하고 의료계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 과장은 "금융위원회도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실무협의체 등을 통해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고민하고 있다"며 "팩스를 찾아 온 동네를 헤매던 것을 사진 촬영으로 바꾸었다. 소액은 영수증만 제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아직도 미진한 점이 있다. 의료계와 복지부의 의견을 받아 서류를 통일하고 간소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 과장은 "민간에 중계를 맡겼을 때는 창의성이 더 발휘될 수 있다. 다만 보안과 비용 측면의 문제가 남는다. 공적 영역에서 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효율성 측면에서 좋고 보안도 탁월하다. 하지만 민간의 영역 침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고 의료계가 반대하는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하 과장은 "이에 대해 슬기롭게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비용 부분을 어떻게 나눌지 고민하고 의료계에 어떻게 인센티브 부여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의료계와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서로 간에 오해와 불신이 상당히 컸다. 청구안을 이야기하는데 청구안이 아닌 다른 사안에 대한 이야기가 반복됐다"고 말했다.
하 과장은 "마지막으로 노약자 등 청구 간소화 소외계층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보험사와 의료계도 있지만 모든 포커스를 국민들에 맞추고,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