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이번 의료대란 사태의 당사자인 의대생이 직접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The Lancet)을 통해 의대증원으로 인한 한국의 의학교육 실태를 알려 주목 받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신동주, 신동진(의학과 4학년) 학생은 30일 '휴학 중인 한국 의대생들(6 months on: South Korean medical students still on leave)'이라는 기고 논문을 랜싯을 통해 공개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이 한국의 의학교육을 추락시킬 것이라는 점이었다. 특히 정부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강행하면서 여러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점이 강조됐다.
제1저자인 신동주 의대생은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항의하는 의미로 의대생의 95% 이상이 1년 동안 휴학 중이다. 2024년 7월 기준 재학생 1만8217명 중 495(2.7%)명만이 수강하고 있으며, 의사면허시험 등록 비율은 5.3%에 불과하다"며 "휴학으로 인해 듣지 못한 과목은 재수강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새로 입학한 학생과 휴학 후 복학생이 동일한 과정을 수강함에 따라 학생 수 2배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 의대생은 "같이 수강하는 학생 수가 2배로 늘어나게 될 가능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의학교육 인프라에 과부하를 발생시켜 잠재적으로 교육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한국 정부의 대응은 의학 교육 시스템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높은 수준의 의료를 유지하기 위해선 긴급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무력화(abolishing) 움직임도 진행 중이다. 의평원은 의대증원으로 인해 의학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지만 정부는 평가 기준에 대한 변경을 거부했다"며 "정부는 비전문가를 평가 과정에 포함시켜 의평원 기준 회피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수의료정책패키지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신동주 의대생은 "의대증원과 더불어 필수의료정책패키지도 집단행동을 부추기고 있다. 해당 정책은 인턴 수련을 의사면허 요구사항으로 정하고 있다"며 "급여와 비급여 치료의 공동 처방 역시 금지돼 의대생들의 실습 과정에서 예상되는 미래 환경의 불확실성이 초래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기고 논문은 의대생이 당사자의 시각에서 의정갈등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신저자인 신동진 의대생은 메디게이트뉴스를 통해 "학생의 시각에서 한국의 의료 교육 시스템이 직면한 심각한 위기에 대해 분석했다"며 "현 상황에서 정부는 한국의 의료 교육 인프라에 큰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2025년에 신입생과 복학하는 학생들이 동시에 수업을 듣게 돼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