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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리면 적자, 사망하면 소송"…산부인과학회 "12시간 관리·팀 대기까지 보상해야"

    분만 순간만 반영하는 현행 수가 한계 지적…고위험 임신 조기관리·24시간 팀 기반 보상 요구

    기사입력시간 2026-08-29 07:52
    최종업데이트 2026-08-29 07:52

    고대구로병원 설현주 교수,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김희선 교수, 강원대병원 황종윤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살리면 적자, 사망하면 소송입니다.”(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김희선 교수)

    대한산부인과학회가 28일 강원도 원주 호텔인터불고원주에서 개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의 조인트 워크숍에 참석한 산부인과 교수들은 분만과 고위험 산모에 대한 수가가 지나치게 낮다고 입을 모았다.

    고대구로병원 설현주 교수는 현재 분만수가가 ‘분만하는 순간’의 행위만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분만에 이르기까지 12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 과정에서 투입되는 의사의 업무량은 수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설 교수는 이날 조기진통으로 장기 입원 중이던 35주 산모의 실제 사례를 들며 분만수가 개선 필요성을 주장했다.

    해당 산모는 오전 6시 자궁수축억제제를 중단하고 분만을 결정했지만 진행이 되지 않아 다음 날 퇴원 예정이었다. 하지만 저녁 7시 무렵부터 태아 모니터링에서 심박동 이상이 나타났고, 결국 저녁 8시께 응급 제왕절개술을 시행했다.

    설 교수는 “이 경우 수가상으로는 결국 제왕절개 수술 한 건으로 끝인데, 실제로 의사의 업무량을 어디까지 봐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 외에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한 간호사 인건비 역시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서도 임신∙분만 분야는 비용 대비 의료수익이 59% 수준”이라며 “이런 구조에서 앞으로 젊은 의사들이 분만을 선택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김희선 교수는 고위험 분만과 관련해 팀 기반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지불체계에서는 중증환자를 많이 볼수록 병원이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특히 환자 한 명을 살리는 데 얼마나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지를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고위험 분만의 경우 산부인과뿐 아니라 마취통증의학과, 수술실 간호인력, 중환자실 의료진, 혈액은행, 검사실, 영상의학과, 신생아 진료팀까지 한 팀으로 움직인다”며 “중증 모자의료의 실질적 단위는 산부인과 의사 한 명의 개별 행위가 아니라 24시간 즉시 작동할 수 있는 팀”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응급상황이 발생한 뒤 이 모든 인력을 갑자기 모으는 건 불가능하다. 고위험 분만을 담당하는 병원들은 실제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 시간에도 이 인력이 계속 대기하고 있다”며 “이 대기 인력의 가치가 보상체계에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분만 수가를 인상하는 것만으로는 팀을 유지할 수 없다”며 “보다 현실적이고 파격적인 사후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의대 산부인과 황종윤 교수는 수가 보상의 초점을 분만이나 중증치료 단계에만 맞출 것이 아니라 ‘고위험 임신’ 단계까지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위험 산모가 중증으로 악화된 뒤 치료하는 것보다 임신 단계에서 위험요인을 조기에 찾아 관리함으로써 임신합병증이나 고위험 분만으로 진행하는 것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황 교수는 “현재 정책은 환자가 이미 중증으로 악화돼 입원하거나 분만을 한 이후의 보상에 집중돼 있는 측면이 있다”며 “고위험 환자가 발생하기 전, 입원하기 전에 위험을 발견하고 진료해 질환이 진행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도 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같은 산모를 진료하더라도 일반적인 임신과 고위험 임신은 의료진이 투입하는 자원과 위험도가 다르다”며 “고위험 임신을 진료하는 과정에서 투입되는 의료진의 시간과 전문성을 별도로 인정하고, 고위험 임신 관리에 별도의 관리료나 가산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