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독일 알렉산더 마이어 교수 “유럽 시장 AI 안착 조건…글로벌 성능보다 현장 신뢰도가 우선"

    “로컬 재검증과 지속적 파인튜닝, 워크플로우 통합이 과제…AI는 의료시스템의 파트너”

    기사입력시간 2026-03-05 17:30
    최종업데이트 2026-03-05 23:54

    뷰노 글로벌 환자안전 서밋 2026 

    뷰노(VUNO)가 지난 2월 7일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환자안전 서밋 2026(Global Patient Safety Summit 2026)을 열었다. 국제 신속대응시스템 학회(iSRRS)의 공식 후원을 받았으며, 중환자의학 전문의, 디지털 헬스 분야 연구자, 정부·공공기관 관계자 및 해외 전문가들이 참석해 각국의 AI 기술을 활용한 조기경보시스템(EWS)의 임상 가치와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이번 서밋에서는 유럽중환자의학회(ESICM), 세계중환자의학회연맹(WFSICCM) 회장을 역임한 장-루이 빈센트(Jean-Louis Vincent) 교수, 국제 신속대응시스템 학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마이클 A. 데비타(Michael A. DeVita) 교수, 국가 조기경보 점수 NEWS와 NEWS2 개발을 주도한 브라이언 윌리엄스(Bryan Williams) 교수 등 전 세계 중환자의학 및 환자 안전 분야의 권위자들이 참석해 각국의 AI 기술을 활용한 신속대응시스템과 조기경보시스템의 임상 사례를 공유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각 강연의 주요 내용을 시리즈 형태로 게재한다. 

    ①장 루이 빈센트 교수 “의료 AI, 단순 예측 넘어 환자 살리는 개입 이끌어낼 때 가치”
    ②잭 첸 교수 "호주 입원 환자 안전 시스템 'BTF'가 바꾼 병원…심정지·사망률 감소 효과"
    ③브라이언 윌리엄스 교수 "조기경보시스템 'NEWS' 도입 이후 NHS 환자안전 체계 변화"
    ④크리스 슈비 교수 "AI 기반 조기경보시스템 도입, 전체 시나리오의 80%에서 비용 효과성 확인"
    ⑤마이클 A. 데비타 교수 “환자 악화가 일어나는 순간, 우리는 그곳에 없다”...신속대응시스템 석학의 경고
    ⑥마이클 로스만 박사 "조기경보 모델, 확립도 중요하지만 성공하려면 워크플로우에 필수 통합돼야"
    ⑦다나 에델슨 교수 "'eCART' 등 의료AI가 환자 모니터링 도맡으며 ICU 전원 빨라지고 사망률은 감소"
    ⑧독일  알렉산더 마이어 교수 “유럽 시장 AI 안착 조건…글로벌 성능보다 현장 신뢰도가 우선"
     
    독일 베를린 샤리테(Charité) 대학병원 인공지능의학연구소 소장 알렉산더 마이어(Alexander Meyer)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유럽 지역에서도 의료AI 도입의 핵심 과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워크플로우 통합, 국가별 의료환경에 안착에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유럽은 단일 국가가 아닌, 각기 다른 의료제도를 가진 국가 연합이다. 따라서 AI 기반 조기경보시스템(RRS)과 같은 기술도 유럽 국가별 수가 체계와 규제 환경에 따라 도입 속도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독일 베를린 샤리테(Charité) 대학병원 인공지능의학연구소 소장 알렉산더 마이어(Alexander Meyer) 교수는 '글로벌 환자 안전 서밋 2026'에서 'AI를 임상에 적용하기: 유럽 의료에서 정책, 보상체계, 현실 세계의 도입(Bringing AI into Practice: Policy, Reimbursement, and Real-world Adoption in European Healthcare)'에 대해 설명했다.
     
    독일 연방정부가 부담하는 병원의 투자비용, AI 혁신보단 규제의 선두주자
     

    독일 인구는 약 8300만 명이고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으로 급격한 고령화 상황에 놓여있다.  독일은 전 국민 건강보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병원의 운영비용은 건강보험조합이 부담하고 병원의 투자비용은 16개 연방정부가 각각 부담하는 이중 재정 구조를 갖고 있다.
     
    문제는 연방정부의 재정 투자 규모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데 있다. AI 인프라나 디지털 시스템 구축에는 투자 매력도가 낮은 시장 구조로 형성돼 있다. 따라서 유럽은 AI 혁신의 선두주자보다는 AI 규제의 선두주자로 분류되고 있다.
     
    마이어 교수는 “유럽은 AI Act(EU 인공지능법) MDR(의료기기 규정) GDPR(개인정보보호법) 등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 규제 환경을 갖고 있다. AI 기술을 실제 의료현장에 구현하려면 이 모든 규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AI 도입 자체보다 규제 준수가 더 큰 장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인허가 과정을 통과하면 강력한 AI기술이 될 수 있다”라며 “혁신을 늦추기도 하지만, AI가 의료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안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라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생성형 AI 안착의 교훈, 워크플로우 통합 핵심

    마이어 교수가 강조한 AI 도입의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워크플로우 통합이다.
     
    샤리테병원은 2025년 3월 미국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기반 생성형 AI 시스템을 도입했다. 초기 기대는 매우 컸지만 실제 병원 내에서의 사용률은 낮았다. 독일어에 기반한 언어 모델의 한계와 의사들의 기존 워크플로우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마이어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해 언어 성능을 개선하고 의사 개개인의 니즈에 맞춰 설정(configuration)을 최적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라며 “그 이후에야 의사들이 ‘이 도구 없이는 일을 못 하겠다’고 할 정도로 병원에 안착했다”고 설명했다.
     
    마이어 교수는 “AI가 실제 의료진의 업무 흐름에 의미 있게 통합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현장에서 사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환자실도 마찬가지다. 중환자실에는 환자 모니터링 장비가 다양하게 구비돼 있지만 실시간 데이터는 대부분 저장되지 않는다. 개별적으로 환자의 활력징후를 파악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통합된 분석은 불가능한 상태다.
     
    샤리테병원은 트랜스포머 모델을 활용해 환자의 출혈, 패혈증 등의 합병증을 몇 시간 전에 미리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단순한 수치 제시가 아니라 의사가 즉각 행동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마이어 교수는 “유럽 병원들은 오래된 IT환경의 레거시 시스템 문제로 데이터 통합 자체가 쉽지 않다”라며 “그만큼 AI 기술이 유럽 시장에 진출하려면 글로벌 성능보다 개별 국가 환경에서의 신뢰도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샤리테 병원의 AI전략. 알렉산더 마이어 교수 발표자료 

    유럽 국가 진출하려면 지속적인 로컬 재검증과 파인튜닝 필수
     

    따라서 유럽 국가들에서 AI 기술이 안착하려면 로컬 재검증(Local Revalidation, 검증된  데이터를 특정 환경이나 변경된 조건에서 재확인)과 지속적인 파인튜닝(Fine tuning, 대규모 데이터로 학습된 사전 학습 모델을 특정 도메인이나 목적에 맞는 소규모 데이터셋으로 추가 학습)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성능 지표보다 각 국가와 의료 환경에서 실제로 신뢰할 수 있는 성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해당 국가의 언어모델과 처방 패턴, 의학 용어, 병원 서식 최적화 등이 뒤따라야 한다.
     
    마이어 교수는 “8만 명의 데이터를 학습시킨 모델이라도 다른 병원에 가면 성능이 떨어지는 현상이 빈번하다”라며 “20년 전 데이터와 지금의 치료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기술만으로는 AI도입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를 다시 학습시켜 보정(Calibration)해야 한다. 이는 의료기기를 정기적으로 교정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병원 입장에서 AI를 도입할 때 중요한 것은 규제 준수 여부와 수가 적용 가능성, 비용 부담 주체다. 하지만 임상 근거(evidence)가 충분하다면 경제성은 큰 장벽이 되지 않는다.
     
    마이어 교수는 “샤리테병원은 AI를 통한 질병 예방을 전략적 목표로 삼고 있다”라며 “AI가 환자 안전을 강화하고 의사의 행정 업무를 줄여준다면 오히려 비용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AI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향후 의료 시스템의 파트너로 발전할 수 있다”라며 “AI 기반 신속대응시스템 역시 독일에 진출한다면 독일어 버전에 맞게 개선하고 병원의 워크플로우에 의미 있게 통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