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20일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해법은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올특위)'였다.
최근 여러 리스크가 높아진 의협 임현택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의대교수와 전공의가 논의 구조의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전공의 불참이 유력한 상태라 시작부터 그 의미가 희석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당사자인 교수·전공의 중심 논의구조 개편으로 대표성 회복?
21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번 올특위 출범은 여러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협이 18일 한 차례 전면 휴진을 진행한 이후 오는 27일 '무기한 휴진'이라는 배수의 진을 친 이후 나온 전향적인 의사결정 구조 개편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올특위 출범으로 인한 핵심 변경 사항은 논의 주체가 의협에서 의대교수와 전공의를 중심으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의사결정 권한을 갖게 되면서 기존 보다 '대표성'이 높아지고 대정부 요구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
현재 의협은 의대교수 등과 함께 연석회의를 진행해 휴진 등 향후 투쟁 일정을 결정하고 있지만 대정부 협상 주체는 의협으로 단일화한다는 방침을 명확히해 왔다.
그러나 집단 휴진 재검토 요구사항이 의대교수와 의협, 전공의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고 정부 역시 의협을 배제하고 타 의료계 단체들과 만나 협의하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의료계 내부 통일성과 응집력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 내부적으로 힘을 얻었다.
의료계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단합해야 대정부 투쟁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고 향후 협상 과정에서 의료계가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공의들에게 가장 많은 위원 수를 배정한 것도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전공의가 의사결정 구조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속돼 왔던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갈등 조율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대교수와 전공의들이 의사결정 구조의 핵심이 되면 대정부 투쟁이나 협상 과정에서 현재보다 대표성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현택 회장 리스크 커지며 일선서 물러났지만 '반쪽'짜리 우려 여전
올특위 출범과 함께 임현택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동안 임 회장은 강경 투쟁을 강조하면서 내부 회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지만 동시에 최근 독단적 의사결정, 박단 위원장과의 갈등 등으로 리스크가 너무 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욱이 임현택 회장의 강경한 발언 수위도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관련해 박단 위원장은 "임 회장이 언론 등 대외적인 입장 표명을 조금 더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실제로 임 회장을 지지하는 전공의와 교수들 사이에서도 임현택 회장의 강한 발언들과 페이스북 글 등은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올특위 출범은 리스크가 높아진 임현택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의사결정 구조를 출범시켜 국면을 전환해 보고자 하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참여가 불투명한 상태라 올특위가 시작부터 '반쪽'자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사실상 전공의와 의대생이 참여하지 않게 되면 의협과 의대교수 중심의 기존 논의 체계에서 달라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의대교수와 전공의 참여로 인한 '대표성 회복'이라는 대전제 역시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박단 위원장은 20일 올특위 출범을 알리는 의협 브리핑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특별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전일 입장문으로 갈음한다"고 올특위 불참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