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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정너'식 협상에서 벗어나 상호 동등한 수가협상 구조로의 개편을 기대한다

    [칼럼] 조정호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기사입력시간 2022-06-21 06:53
    최종업데이트 2022-06-21 06:5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2023년도 의원급 의료기관의 유형별 수가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6월말까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논의를 거쳐 내년도 의원급 수가가 결정된다. 하지만, 건정심 논의도 하기 전에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재정위)는 ‘수가협상 타결 단체와의 형평성 유지를 위해 협상단계에서 공단의 최종 제시안이었던 의원 2.1%, 한방 3.0%를 초과하지 말 것’을 건정심에 건의했다.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지금껏 공단의 최종인상률로만 결정돼 왔던 만큼 건정심에서의 수가결정도 희망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3월 말 의원급 수가협상단의 일원으로 참여하기로 결정된 이후 3만 4000여개 의원급 의료기관의 생계가 달려있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졌다. 여러 사회 경제학적 및 의료물가 기본데이터를 분석하고 여러가지 설득 논리를 준비해 왔으나, 마지막 협상날인 5월 31일 뜬눈으로 밤을 새면서도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무력감을 느끼고 말았다. 

    입장이 서로 다른 양자가 무엇을 타결하기 위해 협의한다는 사전적 의미인 ‘협상’까지는 아니라도, 상호 동등한 입장은 바랄 수도 없는 처지에서 협의라는 단어가 무색했다. 공단 재정위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밴드(재정 인상 규모) 내에서 공단의 SGR(Sustainable Growth Rate, 지속가능성장율) 연구결과 순서에 따라 각 직역에 배분된 인상율의 수용여부만을 결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특히, 밴드 규모와 연구결과 순위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수용여부만을 결정하는 것이 협상단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특히 올해 협상은 첫 번째 밴드가 협상 마지막날 밤에 결정돼 밤9시 넘어 처음 인상율 수치를 제시받았으며, 짧은 협상 이후 재정소위의 밴드 결정을 위해 다음 협상시까지 3시간 남짓 하염없이 대기하는 일을 아침까지 반복했다. 하물며, 협상시한인 자정을 넘겨서 공단 재정소위 회의를 거쳐 결정된 밴드로 다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건강보험법에 명시된 협상기한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체결된 협상의 유효성 여부 등 법적 논란도 제기도  있다.

    건강건강보험법 제33조에 따른 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요양급여비용의 계약 및 결손처분 등 보험재정에 관련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직장가입자, 지역가입자, 공익 대표 각10인씩으로 구성돼 있으나, 공급자단체 위원은 배제됨에 따라, 보험료율 결정에 민감한 가입자측 위원들이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가인상율을 최대한 제한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

    그러다 보니 최근 5년간 25조원 정도의 요양급여비용 규모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단 재정위에서 결정하는 밴드 규모는 매년 1조원 내외 수준으로 매년 인상율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가장 문제는 밴드 규모 결정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공급자단체는 매년 물가인상률, 근로자 임금인상률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인상율을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공단 재정위가 심리적 상한선인 1조 내에서 2∼3차례 밴드를 증가시키며 밤샘 협상에 임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듯, 현재의 수가협상 방식은 공단 재정위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도입한 SGR 모형은 미국도 폐지한 것으로, 거시지표의 선택과 목표진료비 산출 적용 시점에 따른 격차 발생, 장기간 누적치 사용에 따른 과대(과소) 편향 가능성, 산출결과의 실효성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최근 급격한 임금 및 물가인상률, 고용률과 생산활성화 지표와 같은 기본적인 경제지표를 효과적으로 반영하고 있지 않아 현실성이 부족하고, 지출 통제 목적이다보니 우리나라와 같이 저수가 상황에서는 적용할 수 없는 모형이다. 

    건강보험이 도입된 1977년 이후 우리나라 경제 및 의료 수준은 세계 최상위권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수가수준은 여전히 OECD 평균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각종 보건의료 지표는 OECD와 비교하면서도 왜 수가수준에 대해서만은 OECD와의 비교를 꺼려하는가? 

    현재의 수가협상은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고시제’라고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기울어진 운동장, 깜깜이 협상, 답정너와 같은 협상은 당장 개선돼야 한다. 

    이에 필자는 공정하고 동등한 합리적인 협상구조 개선방안으로 다음의 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근거없는 일방적인 인상율 통보와 협상결렬시 공급자에게만 패널티를 부여하는 불공정한 수가협상 구조가 아닌 공급자단체와 공단이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협상구조로 개편해야 한다.

    둘째, 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공급자단체 추천 위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위원회를 재구성하고, 위원회가 결정한 밴드(재정 인상 규모)를 협상시 객관적 근거와 함께 공개해야 한다.

    셋째, 물가상승률, 국민소득 등의 거시적 지표가 기본인상율에 자동 반영되는 기전을 마련하고, 추가인상율 범위는 협상을 통해 결정하도록 협상 범위를 이원화 해야 한다.  


    동등하고 공정한 협상구조로의 개편이 우리나라 의료 및 경제수준에 걸맞는 적정수가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