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가 최근 신약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을 공개했다. 새로운 '바이오네모(BioNeMo)' 기반 모델은 DNA 서열을 분석하고, 약물 분자에 반응해 단백질 모양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며, RNA를 기반으로 세포의 기능을 결정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을 이용하면 가상으로 약물 분자를 더 잘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고, 시간과 자원이 많이 소요되는 물리적 실험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100개 이상 기업이 신약 개발 워크플로우에 바이오네모 기반 AI를 통합해 사용 중이다. 암젠(Amgen)은 물질 스크리닝 및 최적화를 5개 모델에 훈련시키는 시간을 3개월에서 몇 주로 단축했다. 로슈(Roche) 그룹의 제넨텍(Genentech)은 지난해 실험실 실험과 계산 알고리즘 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엔비디아와 협력하기로 했다.
이처럼 제약회사들이 신약 개발 과정의 생산성을 높이고 시장 출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생성형 AI 활용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생성형 AI를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합하기 위해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할까.
제약사 경영진 60%, 생산성 향상 목표 설정 및 사용 사례 구축 나섰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제약회사 경영진의 40%가 2024년 예산에 생성형 AI 활용에 따른 예상 절감액을 반영했고, 60%는 비용 절감 또는 생산성 향성을 위한 목표를 설정했다. 또한 약 60%는 아이디어 구상 및 브레인스토밍을 넘어 사용 사례 구축에 나섰다고 답했다.
베인은 "이제 생성형 AI는 가치사슬 전반에 새로운 기회와 함께 사용 사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생물의학 문헌 검토와 전임상 연구는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사용 사례 분야지만, IT와 경쟁 인텔리전스(competitive intelligence) 분야에도 높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위 분야에서는 경영진의 60% 이상이 최소한 개념 증명 수준의 개발 단계에 있으며, 약 10%는 이미 도구를 출시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예로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는 자동화와 기술을 통해 2022년 이후 약 140만 이상의 수작업 시간을 절약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회사는 이전 머신 러닝 모델에 필요한 시간의 4분의 1만에 임상시험 환자 식별을 위한 정확한 모델을 만들었다. 몇몇 기업은 규제당국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나 규제 제출 콘텐츠의 요약 초안을 작성하는 생성형 AI 도구를 만들었다. 직원들이 내부 문서를 빠르게 조회할 수 있는 지식 관리용 챗봇에 집중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가이드라인에 따라 맞춤형 광고 문구를 작성하는데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개발 시 유망한 단서 빠르게 골라내고 마케팅 과정서 맞춤형 콘텐츠 제작 가속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 & Company)는 보고서에서 "생성형 AI 기술은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특히 제약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면서 "생성형 AI의 기본 모델은 언어뿐 아니라 이미지, 오믹스, 환자 정보, 기타 유형의 데이터를 구축되는 데, 질병의 진행 과정과 최선의 치료 방법을 설명하고 해결할 때 이러한 모든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또한 치료제의 개발과 승인, 출시 속도를 높여 제약 회사가 신약의 가치를 포착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자산 수명 주기 압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맥킨지 연구에서 지난 20년 동안 이 기간은 11.7년에서 9.8년으로 18개월 단축됐다.
맥킨지 연구팀은 5개 생명과학 분야에서 단기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21개 개발 사용 사례를 분석했다.
예를 들어 연구 및 초기 디스커버리 분야에서 생성형 AI는 표적을 식별하고, 화합물을 테스트하기 위한 검증 분석을 개발하며, 가장 유망한 단서를 골라내고,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전임상 시험을 지원하는 프로세스를 가속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새로운 단서를 식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몇 개월에서 몇 주로 4배 이상 단축하는 것은 물론, 임상시험의 성공 가능성 약 10% 증가, 비용 및 기간 약 20% 감소,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 1~2년 단축 등 자산 또는 포트폴리오의 순현재가치(NPV)에 두 자릿수의 잠재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두번째로 임상 개발 측면에서 생성형 AI는 전체 임상 개발 과정 간소화, 임상시험 문서 자동 작성을 통한 최대 50% 비용 절감, 임상시험 수행에 걸리는 시간 12개월 이상 단축, 보건 당국과의 상호작용 강화, 품질 관리 및 신호 관리 개선으로 최소 20%의 NPV 증가 등 3가지 측면에서 경제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게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운영 측면에서는 구매와 제조, 품질, 공급망 등 모든 제약 운영 가치사슬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고서는 잠재적 영향으로 생산성 대폭 향상과 함께 조달 관리 비용 5~10% 절감, 전체 장비 효율성 10~15% 개선, 공급망 비용 2~3% 감소, 재고 계획 및 예측 정확도 15% 증가 등을 언급했다.
상업적 측면에서도 생성형 AI 도구는 캠페인 전략을 세밀하게 조정하고 마케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케터와 의학 및 법률 검토자의 피드백 과정을 간소화해 개인 맞춤형 콘텐츠 제작을 가속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의학부 업무 개선도 가능하다. 의료 문서 작성 비용을 줄이고 의학과 법률 검토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더불어 과학 및 의학 문헌에 대한 요약을 신속하게 제공함으로써 외부 이해관계자의 요구 사항에 맞게 맞춤화된 자료를 빠르게 수집, 참여도를 2~3배 향상시킬 수 있다.
기존 분석 AI 모델도 계속해서 가치 창출…리더가 변화 관리의 중요성 인식해야
보고서에서는 다양한 활용 사례를 소개하는 한편, 제약사가 생성형 AI를 통한 기회를 포착하기 전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재 이해관계자 참여를 촉진하고 질병 진단을 돕는 데 사용되는 것과 같은 기존 분석 AI 모델은 계속해서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면서 "차이점은 새로운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이 그 기능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는 점이다"고 밝혔다.
이어 "적절한 데이터 아키텍처가 구축돼 있지 않으면 생성형 AI는 결과를 제공할 수 없다. 기업은 분자 구조, 임상 운영, 환자 데이터와 같은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인텔리전스 계층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다각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데이터 과학자는 비즈니스 전략, 의학, 법률 및 리스크 분야의 리더와 긴밀하게 협력해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생성형 AI로 성공하려면 기업은 복잡한 워크플로우 전반에 걸쳐 이를 통합해 채택을 촉진하고 영향을 미쳐야 한다. 이는 효과적인 변화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면서 "실제로 맥킨지는 디지털 혁신의 70%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리더가 변화 관리의 중요성을 무시했기 때문에 실패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