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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장병원 고용 의사 전액환수 ‘위법’…“환수 재량범위 밝힌 첫 판례”

    “환수액 사안 따라 감량 가능”…김준래 변호사 “국회 나서 재량범위 법률로 구체화해야”

    기사입력시간 2020-06-10 07:09
    최종업데이트 2020-07-30 18:3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사에게 그동안 받은 요양급여를 전액 환수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건강보험공단이 행정처분에 대한 기본적인 재량권 조차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다.
     
    그동안 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에 관해 의료인에게 부당이득 환수처분을 전액 환수해 왔다. 이번 판결은 건보공단의 환수 범위의 재량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첫 판례로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법률 전문가들은 법원의 이번 판단을 계기로 사무장병원 환수 범위에 대해 국회가 나서 구체적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의료기관 개설운영 과정·운영성과 귀속여부·조사 협조 등 고려해 환수범위 정해야"
     
    9일 대법원 1부는 사무장병원에서 일하던 의사 A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 비용징수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앞선 1심과 2심 재판부는 해당 병원이 사무장병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51억원에 달하는 요양급여비를 모두 환급하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요양급여 환수처분은 공단의 재량권이 인정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처분 상대방이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를 비교 형량해 처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단이 자신에게 재량권이 없다고 오인한 나머지 재량권을 아예 행사하지 않아 그 자체로 재량권 일탈 행위가 적용돼 위법사유가 인정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그 목적달성에 유효하고 가능한 한 최소침해를 가져오는 것이어야 한다"며 "그러나 요양기관의 입장에서 부당이득징수로 인해 이미 실시한 요양급여에 대해 비용을 상환 받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해 침익적 성격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은 "의료인은 사무장에 비해 의료기관의 개설과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며 "사무장에게 고용돼 근로 제공의 대가를 받았을 뿐 의료기관 운영에 따른 손익이 그대로 귀속되지 않았다"며 의료인에 대한 처벌이 과중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부당이득징수에 대한 재량범위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행정기관은 요양급여 환수처분 시, △요양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 내용과 요양급여 비용의 액수 △의료기관 개설과운영 과정에서의 개설명의인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 여부와 개설명의인이 얻은 이익의 정도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등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법 체계 다듬을 수 있는 방향 제시한 판결"
     
    김준래 변호사

    최근까지 건보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으로 재직한 김준래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사무장병원에 연루된 부당이득금 환수 범위를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김준래 변호사는 "사무장병원의 요양급여 환수결정에 대해 이렇게 구체적으로 명시한 판결은 그동안 없었다"며 "환수를 아예 하지 못하게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단도 웃고 환수처분이 감량될 수 있어 의료인 입장도 고려된 판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판결은 환수처분의 재량행위를 인정하고 재량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첫 판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그동안 오락가락했던 사무장병원 환수처분 범위를 교통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그동안 사무장병원에 연루된 사무장은 70%, 의사는 전액 환수를 당해왔다"며 "의사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는 측면이 있는데 이번 판결로 환수금액 감량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판례해석을 통해 향후 환수처분 감액기준을 입법으로 제도화할 필요도 있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국회에 메시지를 전하는 의미도 있다”며 “판결에서 밝힌 환수금액을 감량받을 수 있는 조건 등을 구체화 시켜 보건복지부 고시나 국회가 법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환수 범위를 전문성 있게 결정하기 위해 위원회를 조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며 “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사례에 맞춰 환수 범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도 고려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