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은 이 사업에 대해 투약순응도 향상을 위해 약물의 올바른 사용관리, 유사약물 중복검증, 약물 부작용 모니터링 등 잘못된 약 사용을 교정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협은 “공단이 밝혔던 대로 이번 시범사업은 진료내역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일부 지역 만성질환자 중 약품의 금기, 과다, 중복투약 이력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된다”라며 “그러나 해당 정보는 의료인과 의료기관으로부터 수집된 게 아니다. 청구과정에서 공단이 취득한 것”이라고 했다.
의협은 “공단은 청구과정에서 수집되는 정보들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환자동의를 받은 사실이 있는가"라고 물으며 "청구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수집되는 개인 건강정보에 대한 소유권이 정부기관에 있다는 인식은 매우 위험하다”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개인 질환 등이 포함된 건강정보는 일반 개인정보보다 훨씬 민감하고 비밀스러운 정보에 속한다. 이 때문에 건강정보 수집과 활용에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했다. 의협은 유사한 사례로 지난 2017년 10월 심평원이 민간보험사에 개인정보(상병내역, 진료내역, 처방내역)를 팔아넘겼다는 이유로 사회적인 논란이 생긴 일을 들었다.
의협은 “개인건강정보를 수집, 활용할 뿐만 아니라 이를 약사회에 제공해 비의료인인 약사와 함께 가정에 방문해 복약지도를 하는 사업"이라며 "이는 국민건강보험법 제102조(정보의 유지)를 위배된다. 또한 국민건강보헙법 제115조(벌칙)에 의거, 벌금형이나 징역형에 처해야 할 만큼 위중한 사안“이라고 했다. 의협은 "국민건강보험법상 명시된 공단의 업무 어디에도 약 정리, 건강관리 상태 평가 등의 업무는 없다. 따라서 직무상 목적으로 사용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의협은 “지금 당장은 시범사업으로 800명을 대상으로 한다고 했다. 그러나 추후 전국사업 범위로 확대된다면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하는 의료 빅데이터는 데이터 유출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다. 오히려 공단이 나서서 개인건강정보를 유출했다니 더욱 개탄스럽다”고 했다.
의협은 “공단은 개인진료정보 유출이나 침해 위험이 없다고 밝혔으나, 환자가정을 방문하려면 성명, 주소, 병력, 처방약품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이들이 개인건강정보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눈가리고 아웅식의 해명은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밝혔다.
의협은 보건복지부에 대해서도 “복지부는 개인건강정보 유출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다. 산하기관들이 더 이상 국민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수집 활용하는 범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아울러 유출행위를 한 관련자들을 문책하고 파면하는 등 인사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공단은 무면허 의료행위 자행의 위험성과 함께 수많은 환자들의 개인건강정보를 침해하는 불법적 방문약사제도 시범사업을 즉각 백지화해야 한다”라며 “정부는 국민 편의성을 위해 환자가 직접 병의원이나 약국 중 조제할 곳을 선택하게 하는 방안과 건강보험재정 절감 대책을 집중 논의할 '의약분업 재평가위원회'를 조속히 구성·운영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법 제102조(정보의 유지 등)에 따르면 공단, 심사평가원 및 대행청구단체에 종사했던 사람 또는 종사하는 사람은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해선 안 된다.
1.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개인정보(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제1호의 개인정보를 말한다. 이하 개인정보)를 직무상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
2. 업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정보(제1호의 개인정보는 제외한다)를 직무상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
제115조(벌칙)에서는 ① 제102조제1호를 위반해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개인정보를 직무상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대행청구단체의 종사자로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자
2. 제102조제2호를 위반하여 업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직무상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