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략적인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결정하게 될 전국 의대 수요조사 결과 공개가 연기된 가운데, 해당 수치를 토대로 현장 의대들을 실사 평가하게 될 의학교육점검반(이하 점검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장 의대들의 정원 증원이 가능한 상황인지 현장 실사를 하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교육 역량 평가가 현 상황에서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17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9일까지 전국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증원 희망 규모 회신을 받았고 수요조사 결과를 조만간 밝힐 예정이다.
현재 정원 50명 이하 미니의대들은 대부분 입학정원을 2배 이상 늘려달라고 요청했고 국립대들도 1.5배에서 많게는 2배까지 증원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서울 소재 의대들도 증원 러시에 합류하면서 수요조사 상 증원 규모는 2000~3000명 선까지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더 정부는 수요조사를 환자 등 의료 소비자들에게도 의대 정원 수요조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이해당사자들을 상대로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실제 의대 등 희망 증원 요청이 가능한 것인지 실사조사를 앞두고 있는 점검반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내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점검반은 수요조사 결과가 취합되고 나면 실제 현장 의대들의 교육 역량에서 희망하는 증원이 가능한 상황인지 2주 가량 실사조사에 나서게 된다. 실사조사는 교지와 시설,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4가지 요건 등이 따져 평가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정원 증원이 대학 재단 측의 지원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즉 현재 상황에서 증원에 따른 교육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더라도 재단에서 추가 지원을 하겠다고 주장한다면 점검반이 할 수 있는 평가가 제한적이다. 이에 현장에선 점검반 실사 평가가 요식행위에 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현재 점검반에 참여 중인 한 관계자는 "2주 동안 전국에 있는 40개 의과대학을 모두 돌아다니며 실사를 하는 것 자체가 시간적으로 제한이 많다"며 "대학 재단 측에서 교수를 더 뽑고 강의실도 짓겠다고 주장하면 각서를 쓸 수도 없고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의학계에서도 비슷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신찬수 이사장은 "암행어사도 아니고 점검반이라고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서 현장에서 어떤 것들을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시간도 부족하고 공신력 있는 평가가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공신력 있는 의학교육평가원이나 의과대학협회 등이 실사조사를 하는 것이 더 적절했을 것으로 보인다. 수요조사에서 정원 증원을 늘리기 위해 각 대학 뿐만 아니라 지자체까지 조직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안다. 이번 수요조사 지표는 각 대학들과 지자체 희망이 담긴 부수적 통계 지표 정도로만 활용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이번 수요 조사 결과와 실제 증원 규모는 차이가 클 것이라는 게 의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한희철 이사장은 "수요 조사 결과대로 실제 의대정원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2000~3000명이라는 증원 규모가 수요조사 결과에 따라 나오더라도 이는 실제 증원 규모와는 별개의 수치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송양수 보건의료정책과장도 "(이번주 발표될 수요조사 결과는) 조사 결과가 어떻다는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이라며 "증원 규모는 의료계 등 각계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