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한때 '바이탈과'로 의술의 꽃이고 자부심의 대상이었던 외과가 젊은 의사들에게 기피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젊은 외과 의사들은 고강도, 고위험 업무에 비해 돌아오는 보상은 적고 오히려 의료사고 소송에 휘말리는 선배들을 바라보며, 외과의사로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비관하고 있었다.
워라밸 없고 의료소송 불안에 시달리는 외과…수련 중 이탈자 매년 2~30명씩 발생
대한외과학회가 19일부터 20일까지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춘계 학술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20일에 열린 정책세션에서 '우리는 젊은 외과 의사를 왜 잃게 되는가?'를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순천향의대 김철중 전임의는 환자의 바이탈을 다루는 외과의사의 멋짐에 반해 외과를 선택했지만 막상 외과 전문의로서 맞이한 현실은 달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전임의는 "수술 후 생기는 합병증, 소송 등 스트레스 속 외과 의사의 삶은 하이리스크, 로우리턴(High risk, Low return)과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제는 힘들지만 사람을 살리고, 고되지만 보람 있는 과라는 낭만적 수사가 현실의 피곤함에 지친 젊은이에게 통하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3년 외과 전공의 충원율은 69.5%이며, 전공의 수련 중 이탈자도 매년 2~30명씩 발생하고 있다.
김 전임의는 그 이유로 '상대적 박탈감'을 들었다.
그는 "전문의 급여 평균이 1366만원인데 반해 외과 의사는 1209만원이다. 외과의 수술 난이도와 업무 강도는 전체 전공의 1, 2위를 다투지만 27개 과 절반에도 못 미치는 연봉이다"라며 "급여 상승은 수가 조정이 필수인데, 현재 우리나라 수술료의 원가보전률은 77.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외과의 대표 수술로 꼽히는 충수절제술은 병원단가가 30만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술에 투여되는 외과의사, 간호사, 마취과의사 등 인력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금액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김 전임의는 "정해진 파이 안에서 수가가 결정되다 보니 수가 조정이 어려운 것 같다"며 "한방에 지출되는 요양급여가 한 해 3조 원이다. 의료보험 이원화를 통해 아낀 요양급여를 필수의료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세브란스병원 서연수 외과 전공의 역시 외과가 젊은 의사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인 과가 아니라고 전했다.
그는 "올해 초 세브란스 병원 외과 전공의 모집에 15명 중 9명만 지원해 애가 탔다. 로테이션하는 인턴에게 물어보면 외과를 선택하고 싶다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입국을 해도 외과 의사로서 회의감을 느끼고 사직하는 후배, 적응을 못하는 후배도 많다"고 현실을 전했다.
서 전공의는 개인의 삶을 중시하고, 윤리적 가치를 중시하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에 태어난 MZ세대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 삶의 질을 기대하기 어렵고,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책임이 가장 큰 이유다"라며 부당한 현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MZ들이 외과를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먼저 서 전공의는 "의료 현장에 전공의 수련 80시간이 시행됐지만 2022년 외과 전공의 평균 근무시간 92.8시간이다. 의국원 수가 줄어들어서 로딩이 늘어나고 있다. 또 3년제 전환으로 수련제도에 비해 업무는 많아졌다"며 "수련이 짧아진 것이 장점도 있지만 수련의 질에 적정성에 대해서는 불안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공의 스트레스 인지율 54.3%, 우울감 경험률, 자살사고 경험률 17.4% 등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전공의들이 번아웃으로 현장을 떠나고 있다고 밝혔다.
서 전공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낮은 수가와 의료소송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특히 그는 "최근 의료소송이 많이 늘어나면서 리스크 높은 수술을 하는데 불안 지속되면서 외과 앞날 희망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 2차병원 인력 부족 '심각'…"제로섬 게임 수가체계 개선할 재원 마련 필수"
이러한 젊은 의사들의 걱정과 불안에 대해 진주제일병원 정의철 원장(대한2차병원복강경외과학회 회장) 역시 공감을 표했다.
정 원장은 "외과의 가장 큰 문제는 터무니없이 낮은 수가다. 극심한 저수가가 전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병원들이 돈 되는 과에만 집중해 외과병원이 급격하게 쇠락했다. 연쇄적으로 외과 전문의 지원자가 감소했고, 외과 필수과 펠로우 지원도 줄어들었다"며 "2022년 60세 이상 외과전문의는 전체의 33%다. 이렇게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응급 수술 참여 가능 의사 수가 너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근무환경과 병원 수익 악화로 생존을 위해 수익 우선의 진료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의사들은 미용으로 전업하거나 요양병원으로 이동하고 있고, 약사들은 야간근무가 싫어 병원 근무를 기피한다. 간호사 단기 근무 후 직종을 이동하거나 수월한 기관으로 이직하는 일이 잦아 경력직 간호사가 부족하다"고 현실을 전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이후 필수의료가 주목을 받게 됐다. 그런데 외과학회가 논의에서 빠졌다"며 "필수의료는 진료의 응급성, 생명 유지 기여도 등에 따라 구분하고 중증도에 따라 수가를 결정하는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병원이 인력 수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가를 따로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원장은 본인이 운영하는 진주제일병원의 예를 들며 인력난에 대한 고민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 지방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옮겨가고 있다. 수도권 대학병원들은 진료 편의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24시간 검사를 시행하고 조기암 등 예후 좋은 환자를 신속 수술함으로써 지방 환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 상급병원이 분원을 계속하고 있고, 정부는 지역에 공공병원을 만들어 의료인력 확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우리 병원 역시 2019년 외과 전문의가 3명이 줄 사직하면서 위기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에 정 원장은 2년 연속으로 과감한 급여 인상과 로딩 감소, 휴식 보장 등의 대책을 세워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2020년 130%, 2021년 150%로 급격하게 급여를 올렸고, 야간 수술 다음 날 그대로 외래에 근무하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입원전담전문의 2명을 확충하고 23시 이후에는 초응급을 제외하고 수술을 제한했다.
그 외에도 야간 응급 수술 시 탄력적 휴식을 보장하는 등 근무여건을 개선하자 2022년 외과 인원은 22% 늘어났고, 매출은 34% 늘어나 외과 수술 건수가 전체 수술의 66%를 차지하는 등 기여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 원장은 이러한 병원들의 개선이 실질적으로 지속가능하려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이는 제로섬 게임 양상의 수가 체계를 개선해야 하며,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이 필수적라고 강조했다.
그는 "뻔하지만 수가 개선 없이 해결은 불가능하다. 지역수가 가산과 응급의료수가에 혁신이 필요하다. 또 대형병원이 중증도 관리를 통해 역할을 명확히 하고, 1인당 수술 건수 제한과 펠로우제도 개선이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의대 정원 확대 언급…"배출된 의사가 필수의료 선택할 수 있도록 환경 개선도 함께"
이 같은 의견에 대해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 임혜성 과장은 "보건의료 분야 핵심 아젠다가 필수의료이다. 올해 필수의료 개선대책을 만들면서 행위별 수가제도라는 건강보험 제도의 한계를 극복해 공공정책가산제도, 사후보상제도 등 실험적인 지불제도를 도입해 필수진료 분야는 적자가 나지 않도록 하고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국에서도 전향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재정 당국도 도와주려 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노력하고 있는데 비해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더디긴 하지만 복지부의 의지를 믿고 기다려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임 과장은 필수의료 인력 부족 사태에 대한 대안으로 의대 정원을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임 과정은 "복지부는 의대 정원 관련해 전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아무리 의사가 많이 배출돼도 필수의료 과를 선택해 가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선택할 수 있게 근무환경 개선 등 여러 가지 고민을 함께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