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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나이가 치매의 위험인자인가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기사입력시간 2018-12-21 06:52
    최종업데이트 2018-12-21 06:52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알츠하이머병, 혈관 치매, 루이체 치매 등의 인지능력 장애 관련 질병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는 나이다. 63세를 기점으로 치매 발생률은 63세 이전 발생률의 3배이며, 치매 유병률도 65세 이상은 10%이나 85세 이상은 50%로 크게 증가한다.

    나이 자체가 치매의 실질적인 원인은 아님에도 왜 신경학 전문가들은 나이를 가장 주요한 치매의 위험인자로 볼까? 그 배경에 해당되는 분자신경학적인 증거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오랜 기간에 걸쳐 발병하는 치매 진행에 대한 일련의 과정 전반을 반영하는 인자가 나이와 노화일 것으로 생각된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부터 유전적 소인을 물려 받은 돌연변이를 '생식세포 돌연변이(germline cell mutation)'라 한다. 이에 비해 체세포 돌연변이(somatic cell mutation)는 배아(embryo)가 분화되는 과정 혹은 분화된 이후에 원래 부모의 생식세포에는 없던 돌연변이가 무작위적으로 체세포에 발생한 경우다.

    체세포 돌연변이는 후대의 자손에는 전달되지 않는 돌연변이이다. 돌연변이의 원인은 세포분열 시 유전물질의 복제과정에서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다. 방사선이나 화학물질, 생활습관 등의 영향으로 인한 외부 요인도 있다. 

    체세포의 분화가 시간에 걸쳐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여기에는 '시간의 축'이라는 인자가 포함된다. 무작위적으로 발생하는 체세포 돌연변이의 빈도수가 시간의 축이 진행됨에 따라 더 많이 축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체세포 돌연변이 중 세포의 이상증식이나 세포사멸 기전의 손상 등을 유발하는 심각한 돌연변이에 의해 대부분의 암이 발생한다. 대장암의 대표적인 체세포 돌연변이는 BRAF나 K-RAS 돌연변이고, 폐암은 EGFR 돌연변이에 의해 일어난다.

    뇌질환의 경우에는 가족력 연구에 의한 유전자 연구가 더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 가족 내에서 어떤 질병이 집중적으로 발생되는 경우를 '가족력 질환(familial disease)'이라고 한다. 정확하게는 3대에 걸친 직계 가족들 중에서 2명 이상이 같은 질병에 걸린 경우 가족력이 있다고 판단한다.

    유전적 위험인자도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amyloid beta precursor protein (APP), presenilin-1, presenilin-2 유전자가 가족력 유전인자에 해당되며,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보유하면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유전적 변이에 의한 요인은 전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약1% 정도를 차지한다. 

    뇌질환은 가족력(familial)이 있는 것과 산발적(sporadic)인 질환으로 흔히 나눈다. 산발적인 질환이 이런 체세포 돌연변이 때문에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뇌의 여러 곳에서 산발적인 체세포 돌연변이가 일어나기 때문에 이를 퇴행성뇌질환과 연결 지으려면 최첨단 기술의 세포 추출 방법과 시퀀싱법, 그리고 분석 기술이 요구된다.

    뇌에서 단일 세포 시퀀싱(sequencing)을 하면 200~400개의 체세포 돌연변이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체세포 돌연변이가 나이가 들면 더 빈도가 높고 많이 축적된다고 보고됐다. 그러나 이런 돌연변이의 축적이나 발현하는 세포의 숫자가 개체의 뇌질환 발병에 어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연구가 덜 되어 있다.

    사람의 뇌에서 얼마나 자주 체세포 돌연변이가 일어날까? 이를 연구한 논문이 지난 10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출간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20명, 파킨슨 환자 20명, 그리고 동일 연령 대조 그룹 14명으로 구성된 54개의 사후 뇌조직을 검사하고, 딥 시퀀싱(deep sequencing) 방법으로 102종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뇌 조직의 일부분만 분석했음에도 뇌 조직 1개 당 평균 39종의 체세포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인간의 뇌 안에 약 10만~100만개의 세포가 퇴행성뇌질환에 관련된 유전자의 체세포 돌연변이를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 추정된다. 또한 뇌 조직 내에서 동일한 패턴의 체세포 돌연변이들이 작은 섬처럼 군락을 이루며 여러 곳에 분포돼 있는 것도 관찰됐다.

    물론 연구대상 뇌 조직 샘플의 갯수가 많지 않아 통계적인 유의성을 보기는 어려우나, 이 연구결과는 암 뿐만 아니라 퇴행성뇌질환의 병변도 체세포 돌연변이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연구팀은 뇌 내에 체세포 돌연변이를 발현하는 세포의 수가 많아지면 신경퇴행성 질병이 더 진행된다고 상관관계를 논하고 있다. 하지만 특히 아밀로이드 베타, 시뉴클레인 및 타우와 같은 특정 단백질에 나쁜 돌연변이가 일어나 서로 엉키고 독성을 띄고 다른 뉴런으로 퍼져나가 질환이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논문의 의미는 최근 단일 세포 시퀀싱 기술의 발전으로 체세포 돌연변이를 좀 더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게 돼 이 인자들과 퇴행성뇌질환 병변과의 연결고리를 제시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11월 21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Somatic APP gene recombination in Alzheimer’s disease and normal neurons'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새롭게 보고됐다.

    아밀로이드 가설의 중심에 있고 가족력 유전자의 하나인 APP 유전자도 결국 체세포 유전자재조합에 의해 발병됐다는 가설에 근거한다. 가족력 유전자와 체세포 유전자 변이의 연결고리에 해당되는 연구결과다.

    왜 나이가 치매의 위험인자인가. 결국 시간의 축이라는 인자가 더해지면서 체세포 돌연변이나 체세포 유전자조합과 같은 원치 않은 변형이 축적되기 때문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개체의 나이듦에따라 세포 내에 원치 않은 변형의 축적으로 세포 생리학적으로 산화스트레스에 대한 대응 불균형, 단백질 폴딩 및 잘못된 단백질 처리에 대한 품질관리 시스템의 붕괴, 그와 동시에 신경 염증의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세포생리 불균형이 병변으로 이어지게 된다.

    'Neuro-inflammAging'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뇌조직에 신경염증이 장기화되고, 이러한 신경염증으로 퇴행성 뇌질환의 공통적 병인과 병변을 설명할 수 있다. Neuroinflammaing은 나이, 신경, 염증, 이 세 가지 인자를 한 단어에 축약한 것이다.

    땅의 시간과 하늘의 시간은 역시 다르다. 하늘의 시간은 땅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지만 땅을 밟고 사는 인간은 시간이 지나면 변화될 수 밖에 없다. 인간의 뇌도 예외는 아니다. 이 모든 인자들이 한 자리로 모이는 시그널은 결국 신경염증이며, 이 신경염증의 저해가 차세대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의 핵심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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