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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BC 2차 치료제 아이커보 허가에도 ‘급여 공백’…“신속등재로 환자 접근성 높여야”

    [인터뷰] 장은선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UDCA 치료 환자 30~40% 반응 불충분하거나 내약성 문제…평생 비급여 치료 현실적으로 어려워”

    기사입력시간 2026-09-03 10:32
    최종업데이트 2026-09-03 10:32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은선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병이 있다는 것도 알고, 기존 약이 충분히 듣지 않는다는 것도 압니다. 새로운 치료제까지 나왔는데 비용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면 환자는 더 막막할 수밖에 없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은선 교수는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rimary Biliary Cholangitis, PBC) 환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2차 치료 공백’을 꼽았다.

    PBC의 표준 1차 치료제인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을 충분한 용량으로 사용해도 환자의 약 30~40%는 치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내약성 문제로 복용을 지속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내에는 그동안 허가된 2차 치료제가 없어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질환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최근 PBC 2차 치료제 아이커보(성분명 엘라피브라노)가 국내 허가를 받으면서 새로운 선택지가 마련됐지만,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실제 환자 접근은 제한돼 있다.

    장 교수는 “PBC는 단기간 치료하고 끝나는 질환이 아니라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며 “환자가 약값을 전액 부담하면서 치료를 이어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허가된 약이 있어도 경제적인 이유로 사용할 수 없다면 환자에게는 사실상 치료제가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증상 뚜렷하지 않아 놓치기 쉬운 PBC…치료 불충분하면 간경변·간이식까지

    PBC는 면역체계가 간 안의 작은 담관을 공격해 염증과 손상을 일으키는 희귀 자가면역성 간질환이다. 담관이 손상되면 담즙이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하고 간에 축적되면서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된다.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 이상으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피로감과 가려움증도 일상적인 피로나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 쉬워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장 교수는 “간 수치 이상은 다양한 질환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 PBC를 진단할 수 없다”며 “희귀질환이다 보니 의료진이 가능성을 떠올리지 못하거나 환자가 추가 검사를 받지 않아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PBC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거나 치료 반응이 충분하지 않으면 간 손상이 축적돼 간경변과 간부전,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환자는 결국 간이식이 필요하다.

    환자를 힘들게 하는 것은 질환 진행에 대한 불안뿐만이 아니다.

    장 교수는 “직장과 가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시기에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환자뿐 아니라 가족도 영향을 받는다”며 “질환 진행 위험과 함께 피로와 가려움증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도 치료 과정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DCA 치료 환자 10명 중 3~4명 반응 불충분…아이커보 새 선택지

    현재 PBC의 표준 1차 치료제는 UDCA다. 환자들에게는 ‘우루사’라는 제품명으로 익숙하지만, 일반적인 피로 개선 목적으로 복용하는 것과 달리 PBC 치료에는 환자의 체중에 따라 1일 13~15㎎/㎏의 적정 용량을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한다.

    UDCA에 충분히 반응한 환자는 질환 진행 위험을 낮추고 양호한 장기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환자의 약 30~40%가 충분한 치료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내약성 문제로 복용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 의료현장에서는 UDCA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고지혈증 치료제인 피브레이트 계열 약물을 허가사항 외로 병용하기도 했다. 일부 환자에게 효과가 있지만 PBC 2차 치료제로 정식 허가된 약물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었다.

    장 교수는 “과거에는 UDCA가 충분히 듣지 않는 것 같아도 바꿀 수 있는 치료제가 없어 그대로 치료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며 “약이 충분히 듣지 않거나 내약성 문제로 복용할 수 없는 환자는 별다른 대안 없이 질환이 악화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료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기존 약이 듣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다음에 사용할 치료제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미충족 수요였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젠핏(GENFIT)이 개발후 입센이 인수해 공급을 앞두고 있는 아이커보는 UDCA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 문제로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되고 있다. 

    아이커보는 과산화소체 증식제 활성화 수용체 알파·델타(PPAR α·δ)에 작용하는 경구용 PBC 치료제다. 담즙산 대사와 염증, 섬유화에 관여하는 경로를 조절해 간 손상과 관련된 생화학적 지표를 개선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5년 7월 UDCA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성인 PBC 환자에게 UDCA와 병용하거나, UDCA에 내약성이 없는 환자에게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아이커보를 허가했다.

    장 교수는 아이커보의 등장을 “캄캄한 터널 속에서 발견한 빛”에 비유했다.

    그는 “새로운 치료제가 생기면서 과거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어 지나쳤던 불충분 반응 환자를 더 적극적으로 찾아 치료 반응을 평가할 수 있게 됐다”며 “모든 환자에게 필요한 약은 아니지만 UDCA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거나 복용하지 못했던 환자에게는 기다려온 치료 선택지”라고 평가했다.

    허가 넘어 실제 치료로…“신속등재로 비급여 장벽 낮춰야”

    문제는 국내 허가 이후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약값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평생 치료가 필요한 PBC의 특성상 비급여 비용을 지속적으로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장 교수는 “환자들은 해외에 치료제가 있고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빠르게 접한다”며 “우리나라에서도 허가됐는데 비용 때문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데서 큰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남기면서까지 치료할 수 없다고 말하는 환자도 있다”며 “건강 문제가 곧 비용 문제로 이어져 치료를 포기하게 되는 상황은 매우 안타깝다”고 전했다.

    정부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기존 약 240일에서 최대 100일 이내로 단축하는 신속등재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입센코리아는 아이커보를 이번 시범사업에 신청하고, 환자의 신속한 접근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 교수는 “해외 허가와 임상 근거가 축적된 치료제라면 적절한 환자에게 우선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실제 진료 데이터를 통해 장기적인 효과를 평가하는 접근도 필요하다”며 “신속등재 제도가 치료제는 있지만 사용할 수 없는 희귀질환 환자의 치료 공백을 줄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PBC 환자들이 질환의 진행 가능성만을 보고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당부했다.

    장 교수는 “PBC는 제대로 진단받고 치료 반응을 꼼꼼히 확인하면서 관리하면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환자들이 막연한 공포를 갖기보다 처방받은 UDCA를 적정 용량으로 꾸준히 복용하고, 치료 반응이 부족하다면 전문의와 다음 치료 방법을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치료제가 있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고 실제 필요한 시점에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신속등재를 통해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PBC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가 조속히 열리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