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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정책에도 10년전과 별차이없는 필수약·희귀약 자급률...'공공제약사' 구축 불가피?

    정부여당 포스트코로나 대비 필수약 '신속허가법' 제정 추진...제약업계는 "원가만 보전해도 자급화 충분"

    기사입력시간 2020-11-11 07:31
    최종업데이트 2020-11-11 07:31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여러 정책·제도를 수년째 추진하고 있음에도 필수의약품·희귀의약품·백신 등의 자급화가 요원한 상황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 대유행으로 인해 이들 의약품 공급에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여당이 입법을 통해 공중보건 위기를 극복하는 의약품 별도 허가 트랙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지난 10일 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 제약바이오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사회안전망역할로서 제약 자급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 의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각국에서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 확보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등 첨단 ICT를 접목해 적극 개발에 나서야 하며, 내수 중심의 제네릭에 머물러 있는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연구역량 강화 등 혁신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남 의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미국정부는 필수의약품 등 특정 의약품, 의료장비에 대해 미국산 구매를 의무화하는 등 보호무역 조치가 강화됐다. 이로 인해 의약품 공급 사슬을 자국 내에 두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으며, 의약품 해외 의존도가 높은 미국이 탈중국화를 선언하면서 해외의 자국 기업을 본토로 데려오려는 리쇼어링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원료약 자급률은 25%로 5년전과 비슷하며 백신 역시 46%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포스트코로나에 대비해 원료의약품, 감염병을 비롯한 각종 필수의약품, 희귀의약품 등의 자국화가 필요하다"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K-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고, 제약 자국화에 힘써야 한다. 이는 국민건강과도 직결된 만큼 국회도 관련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의료전문위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 개정을 통해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대해 패스트트랙을 도입, K-방역의 토대를 이뤘다"며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정부여당은 현재 공중보건위기 대응을 위한 의료제품 관련 특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감염병 유행과 생화학 테러, 방사능 노출 등 공중보건위기를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을 신속히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조 위원은 "공공과 혁신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담아 선제적인 관리제도를 마련하려는 취지의 법안인만큼 12월 정기국회 중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동시에 인보사 사태와 같이 신뢰도 저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순히 기준만 완화하지 않고 전문인력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허가기간을 단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약 자급화를 위해서 별도의 법 제정은 물론 공공제약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박영준 교수는 "현재 정부에서는 필수약 확보를 위해 퇴장방지의약품 사용 장려, 원가 보전,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한 정부 직접 공급, 필수약 지정·관리제도, 생산·수입·공급중단 보고 대상 의약품 지정제도, 공공기관의 위탁제조 등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최근 대한 대내외적 환경 변화로 필수약 공급이 중단되거나 거부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희귀의약품도 비슷한 상황이다. 진단기술 발달로 희귀질환자 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으나 여전히 대체치료제가 없고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안정적이면서 양질의, 저비용에 대한 희귀약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필수약과 희귀약에 대한 자급체계 구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자급 시스템을 민간에 위탁하면 인력과 기술 투자에 한계가 있으며, 정부 지원의 공공기관인 첨복단지 등에서 시행하면 대부분 제조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고 부연했다.

    따라서 박 교수는 "제조와 R&D 역량을 보유한 공공제조센터(공공제약사)를 구축해야 한다"며 "공공제조센터는 채산성 문제로 민간이 포기한 영역의 공적 차원의 의약품을 제조·공급하고 민간영역에서 투자가 힘든 희귀의약품, 필수의약품을 연구개발하는 동시에 공급이 불안정한 의약품을 개발, 생산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공제조센터는 민간영역에서 필요한 의약품 제조와 생산, 품질관리, R&D 인력을 교육하고, 제약바이오의 제조 혁신 역량에 대한 선제적인 기술 확보와 민간의 지원도 이어가야 한다"며 "이를 통해 바이오 강국으로 가는 기반을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입법이나 공공제약사 보다 당장 원가 보전이 된다면 필수약 등의 공급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휴온스 김호동 이사는 최근 필수의약품인 자궁수축제 생산, 공급 과정을 설명하면서, 민간제약사들이 필수약과 희귀약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생산시켜 자급화하려면 무엇보다도 적정 가격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자궁수축제 보험약가가 정당 30원에 불과해 2017년까지 생산하던 제약사가 허가를 반납하고 공급을 중단해버렸고, 대체약을 찾다가 보험약가의 10배 이상 비깐 약을 수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식약처 등의 설득과 건의로 휴온스에서 손해를 보면서 지난달부터 자궁수축제 생산과 공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유나이티드에서는 항암제 주사를 공급하기로 했고, 조영제인 리피오돌 공급 중단 사태가 발생한 후 동국제약이 해당 성분의 약제를 허가받아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면서 "리피오돌의 경우 정부가 약가를 3.5배 인상해서 20만원대에 수입하고 있으며 동국제약은 10만원 정도로 공급 중"이라고 했다.

    김 이사는 "본전치기도 안 되는 낮은 약가로는 '필수약 자급화' 해결이 어렵다. 공익 목적으로만 제약회사를 휘둘러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제조 원가를 현실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며 "희귀센터에서 페니실린 주사 등을 보험약가 10배 가격으로 수입하는데, 국내사에 2~3배 정도의 가격만 책정한다면 충분히 자급화할 수 있다. 즉 보험약가를 현실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면 희귀센터가 허가권을 갖고 제조사에 전공정 위탁제조를 맡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