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대한민국이 신약개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에 대한 민관의 전폭적 투자와 의과학자·연구개발 전문가 육성 바이오벤처 활성화와 지원을 통한 혁신 플랫폼 기술·초기 파이프라인의 확보, 주요 선진시장에의 직접 진출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창립 80주년을 맞아 '신약개발 선도국 도약, K-Pharma의 극복과제'를 주제로 제28호 정책보고서(KPBMA Brief)를 발간했다.
이번 정책보고서는 이관순 창립80주년기념사업 추진 미래비전위원장의 '신약개발 선도국 도약,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특별기고를 시작으로, 제약기업(유한양행 오세웅 부사장)과 바이오텍(올릭스 이동기 대표이사), 벤처캐피탈(IMM인베스트먼트 문여정 전무) 등의 시선에서 신약개발 강국으로 가는 길을 담아냈다.
신약개발 성장 가능성 있지만, 넘어야 할 산도 여전…이어달리기로 혁신 속도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관순 위원장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 신약개발과 관련한 긍정적 여러 시그널이 있지만, 더 많은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국내 제약·바이오 ▲매년 1~2개 신약 허가 ▲의약품 시장의 높은 성장률 ▲1000억원 이상 매출 품목 증가 ▲국산 신약의 해외진출 증가 ▲렉라자정의 성공적인 라이선스아웃 ▲바이오시밀러 개발 활발 ▲비제약기업의 신약개발 등을 신약개발 역량을 키우는 긍정적 시그널로 꼽았다.
그는 "38개의 국산신약이 신약 허가를 받고 있지만, 이는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약 1.6%에 한정된 국내 시장에 대부분 의존해 성장에 한계를 가진다"며 한국 제약업계의 특성을 언급했다.
이어 국내 신약개발의 가장 큰 문제로 R&D 자본 유입의 감소를 꼽았다. 또한 우수 인재육성 역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국내 R&D 투자 1위 기업은 약 4000억원인데, 글로벌 1위 기업은 약 17조원으로 4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의 2023년 총 R&D 투자액 역시 약 4조7000억원으로 글로벌 1위 기업의 1/4 정도에 불과하다"며 "첨단기술 측면에서는 국내 파이프라인 중 신규 모달리티의 비율이 32%인데 반해, 글로벌 기업의 신규 모달리티 비율은 48%로 양적 격차는 적으나, 자본력이나 임상경험이 열세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 AI 신약개발에서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글로벌 제약기업과 비교할 때 기술과 자금력, 그리고 협력에서도 격차가 커서 단기적으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전망"이라면서도 "민관협력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사업인 'K-MELLODDY 사업단'이 출범했다. 성공적인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개발 효율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신약개발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신약개발 아젠다 상설운영·실행기구 마련 ▲바이오-제약 이어달리기 프로그램 적극 가동 ▲비전 2030 목표달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국가바이오위원회에서 '신약개발'을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기구의 마련이 시급하다"며 "민간에서는 단계별 가치창출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한정된 자원, 개발속도를 고려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정된 자원, 개발속도를 고려하여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학·연, 바이오텍, 국내 제약회사, 글로벌 제약회사로의 성공적인 이어달리기를 통해 혁신을 위한 자원의 규모를 높이고, 혁신의 속도를 높여 나가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협회가 80주년을 맞아 설정한 제약바이오 비전2030 중 ▲신약 R&D 투자 매출액 대비 15% 이상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매출 1조원 이상) 5종 창출 등에 민관이 역량을 결집해 적극 노력하면 신약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신약강국 도전, 정부·산업 협력이 핵심
유한양행 오세웅 부사장은 R&D 혁신리더인 동시에 최대 의약품 시장을 갖춘 미국 사례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신속히 확보한 중국 사이에서 대한민국이 신약개발 강국으로 성장할 방안을 제언했다.
오 부사장은 ▲뚝심있고 끊임없는 연구개발 투자 ▲의과학자·개발전문가의 육성 ▲바이오벤처 활성화와 지원을 통한 혁신 플랫폼 기술·초기 파이프라인의 확보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동반 성장 ▲후기 임상 개발 역량과 필요한 자본 축적과 미국 등 주요 선진시장 직접 진출 등의 전략을 제시했다.
올릭스 이동기 대표는 한국의 바이오텍들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독자적인 전략과 정부의 자금적·제도적 지원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해온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모멘텀을 강화하고 제약바이오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바이오텍과 정부가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현장의 애로사항을 신속히 해소하고, 필요한 경우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원을 더욱 체계적으로 제공해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연구와 임상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면서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기준을 위반할 수 있어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되는 만큼, 신약개발 바이오텍에 특화된 상장 관리 기준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IMM인베스트먼트 문여정 전무는 "신약은 로마처럼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긴 개발 기간, 복잡한 규제, 치열한 경쟁 환경을 이겨내고 시장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투자, 그리고 산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절실하다"며 "대한민국 제약바이오산업의 두 번째 도약이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정책·연구·투자의 각 축이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하나의 생태계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