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2024년 미국 대선(11월 5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9월 TV토론 이후 해리스(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았지만, 9월 말 이후 고전하면서 트럼프(공화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트럼프 후보가 경합주(Swing state)에서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월스파 미국대선 특집 EP.115'에 따르면 10월 23일 기준 주요 경합주 7곳 중에서 트럼프 후보가 우세한 지역은 4곳으로 해리스 후보보다 1곳 더 많았다. 경합주를 포함한 현 지지율은 해리스 후보 226, 트럼프 후보 312로 예상된다.
두 후보의 공약이 미국 우선주의와 대(對) 중국 견제라는 방향성이 비슷한 만큼, 누가 당선되더라도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은 미국 중심으로 재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세부 추진 계획에는 차이가 있다. 의료 부문 정책 공약을 살펴보면 두 후보는 의료 비용 축소의 일환으로 약가인하 정책을 내세우고 있으나 추진하는 방법은 다르다. 해리스 후보의 경우 정부가 개입해 공공의료보험기관과 제약사 간 인하 협상 대상 약제를 선정한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국내외 제약사의 경쟁을 촉진해 약가인하를 추진한다.
산업연구원(KIET)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 집권 시 유럽연합(EU), 인도, 일본, 한국 등 우호국을 중심의 '바이오제약 연합'을 결성하고, 공급망 강화와 생명공학 기술 협력을 확대할 전망이다.
트럼프 후보 집권 시 국내 필수의약품 공급망 구축 투자를 확대하고 통상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미국산 원부자재의 국외 유출을 저지하는 등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강조했던 자국 우선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후보의 공약이 한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해리스 후보 집권 시 바이오시밀러 수출 증가세는 유지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블록버스터급 의약품 특허 만료 예정"이라며 "바이오시밀러 중심 대미 수출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가 프로젝트로 첨단 R&D는 촉진한다. 산업연구원은 "정부 주도 메가 프로젝트는 지속하고 신규 치료 방법·물질 대상 글로벌 제약사와 대형 기술 거래는 증가한다"며 "공동 R&D 비중 확대가 예상되나, 약가인하 여파로 빅파마 혁신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이 경우 첨단의약품 개발 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후보 집권 시 한국산 바이오시밀러 수요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규제 감소, 법인세 인하 공약은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2018년 한미 FTA 개정 협상 당시 트럼프 정부의 요구로 국내 혁신형 제약기업의 신약에 대한 약가 우대 조항이 삭제돼 관세와 무역 제한 외에도 통상정책에 따라 신약개발 의지 저하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는 제네릭·시밀러 사용 촉진에 우호적인 입장"이라며 "한국 바이오시밀러 수요는 최소 현재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라고 부연했다.
두 후보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공동 발의 생물보안법을 지지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유전자 분석·CDMO 부문에서 중국 기업의 입지 위축이 예상되나 의약 제조 환경의 특수성과 규제·전환 기간 등을 고려하면 즉각적인 수혜는 미미하다고 전했다.
두 후보의 공약에 대한 한국 제약·바이오의 대응 방법을 살펴보면 해리스 후보 집권 시 한국은 CMO 중심 생산 부문 강점을 유지하면서 R&D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상대적 경쟁열위인 조달, 임상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규제 혁신과 대외 협력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산업연구원은 "첨단바이오 인력양성과 연구비 지원 등 R&D 투자와 함께 첨단의약품 가치평가 조정으로 국내 바이오신약 개발 동기를 높이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자급률은 제고해야 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후보 집권 시 필수의약품 재고를 적정하게 관리하고 바이오시밀러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가격 조정을 대비해야 한다.
산업연구원은 "필수의약품·의료기기에 대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을 대비해 국내 필수의약품 적정재고 관리에 돌입해야 한다. 또 바이오시밀러의 현지 시장가격에 대한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협상력을 높이고 대응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며 "인도‧유럽‧일본 기업과 바이오시밀러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 단기 관점의 가격 인하보다 중장기 혁신 바이오베터 특허·기술 확보와 경쟁력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외에도 CDMO 시장변화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전략 마련을 당부했다. 산업연구원은 "중국 CDMO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한 국가·기업 간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 한국 기업은 생산 용량 규모의 경제 확보뿐 아니라 서비스 품질 향상과 해외 파트너링 확보를 위한 비즈니스모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