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혁신 의약품을 더 빨리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의약품 규제 분야에서 전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의약품 연구개발(R&D) 분야에서 과거에 없었던 규제 고민은 무엇이고 FDA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미국 식품의약국(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 생물통계학 오피스 어쏘시에이트 디렉터(Associate Director)인 쉬에인 청 초우(Shein-Chung Chow) 박사(듀크의대 교수)가 26일 그랜디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글로벌 바이오 컨퍼런스(GBC) 2019에서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의 혁신적인 사고'를 주제로 기조강연했다. 발표 내용은 크게 종양학, 희귀질환, 바이오시밀러 분야로 나뉘었다.
초우 박사는 먼저 종양학 부문에서 혁신적인 사고로 결과변수(endpoint) 선정을 꼽았다. 항암제 개발 시 흔히 고려되는 결과변수로는 생존(전체 생존율, 무진행 생존율, 무질병 생존율 등)과 반응률, 질병 진행까지 걸리는 시간, 종양 관련 증상 및 징후를 꼽을 수 있다.
초우 박사는 "이 4가지를 가지고 1차변수를 선정한다했을 때 단일평가변수(single endpoint)를 사용한다면 4가지 경우가 만들어질 수 있고, 공동평가변수(co-primary endpoints)를 선택한다면 6가지 조합이 있을 수 있다. 만약 3개를 평가변수로 사용한다면 4가지 조합이, 복합평가변수(composite endpoint)를 선택한다면 1가지 경우가 발생해 이를 모두 합하면 4가지 항목으로 15개 결과변수가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면 이 15가지 중에서 어떤 결과변수가 진실을 이야기하며, 어떤 것이 질병 상태 또는 치료 효과를 가장 잘 알 수 있게 해주며, 이들 결과변수는 서로 연관성을 가지는가, 이들 결과변수에서 수집한 정보는 어떻게 완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가 등의 의문점이 생기게 된다"고 덧붙였다.
초우 박사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연구하던 중 2가지 논문을 찾아냈다. 하나는 FDA 연구팀이 2004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것이고 또 하나는 2019년 발표된 논문이다.
초우 박사는 "2004년 논문은 53개 승인신청을 분석해 나온 논문으로, 분석 결과 어떤 항암제는 단일평가변수로 승인을 받았고, 어떤 것은 공동편가변수로 승인 받은 등 최소한 평가변수 선정 관련 규제 측면에서 명확한 룰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오래된 문헌자료라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 없다. 몇달 전 나온 논문을 봐도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이 질문에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치료지수(therapeutic index) 개발을 제안했다. 무진행 생존율, 무병 생존율 등 세부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연구에서 수집된 모든 임상 정보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초우 박사는 희귀질환 관련 치료제 개발에서도 현재 FDA의 접근법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FDA는 최근 가이던스를 하나 발표했는데, 이것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서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의약품 규제 기준을 희귀질환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면서 "희귀질환은 임상연구를 진행한다해도 참여자수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일반 의약품과 달리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서는 파워분석(power calculation)이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컨셉이 필요하다고 했다. 효과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무효성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 샘플 크기 계산에서 확률 모니터링 절차(probability monitoring procedure)를 사용하며, 적응적 설계(2-stage adaptive seamless design) 개념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우 박사는 "효과성(effectiveness)은 무효과성이 아님(not ineffectiveness)과 다르다. 무효과성이 아니다는 것에는 효과성과 함께 그런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것이 함께 포함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그동안 FDA는 효과적이다와 효과적이지 않다 2가지만 생각해왔다. 귀무가설(진실할 확률이 적어 처음부터 기각될 것이 예상돼 세워진 가설)이 성립되면 대립가설을 그냥 채택해왔다"며 "그러나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구간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에 무효과성이 아님과 무효과성 2가지를 가지고 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규제당국은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차이를 발견할 수 있는 임상 연구를 스폰서(sponsor)에게 요구해왔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밸생률이 낮은 임상시험에서는 파워 계산이 가능하지 않다"면서 "임상과 예산, 기타 고려사항에 기반해 전체 임상연구에 걸쳐 총 샘플 크기를 미리 지정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누적된 하위 표본의 시퀀스에 대한 지속적인 확률 모니터링을 수행해 통계적으로 안전성/유효성 경계의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다. 희귀질환에서 리얼월드데이터(RWD)를 좀 더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고 제언했다.
바이오시밀러 규제 측면에서는 비열등성과 유사성 마진을 설정하는데서의 과학적 근거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다.
초우 박사는 "많은 경우 제약회사와 규제당국 사이에 마진 선정에 대한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으며, 이 때 최종적으로 선정한 마진에 대해서도 정당한 근거가 없다"면서 "FDA의 현재 생각은 FDA가 제안한 마진에서 잠재적인 위험은 무엇이고 제약사가 제안한 마진을 적용했을 때 잠재적인 위험은 무엇인지 보자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과거와 유사한 수준에서 합의를 하게 되더라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규제당국이 허용할 수 있는 지점을 정하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의 스위칭 연구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1인임상(n-of-1 trial) 설계를 소개했다. 여기서 n은 치료제의 수, 1은 샘플 수를 의미한다. 즉 1명의 환자를 모집해 모든 종류의 치료를 다 적용해보고 최대한 여기서 정보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1명의 환자가 전체 임상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 때 여러가지 치료법 중 어떤 순서로 할 것인지 투여 기간(dosing period)을 무작위로 배정할 수 있다.
예를들어 바이오시밀러에 적용했을 때 레퍼런스 의약품(R)-바이오시밀러(T)와 R-R를 비교하거나, RTR과 RRR, RTRT와 RRRR을 비교하는 것은 FDA에서 권고되는 스위칭 설계에 해당한다.
초우 박사는 "FDA가 권장하는 스위칭 설계는 완전한 1인임상의 부분 설계로 예상대로 효율적이지 않다"면서 "특히 멀티 스위츠를 한다면 스위칭 연구 시 완전한 1인임상 디자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초우 막사는 "제약산업에서 R&D와 더불어 혁신적인 사고들은 이보다 더 많다. 예를들어 정밀의료나 MIDD(Model informed drug development), 리얼월드데이터(RWD)/리얼월드근거(RWE) 활용, 머신러닝, 규제 검토 및 승인에서 베이즈 추론(Bayesian approach) 등이 있으며, FDA는 워킹그룹을 만들고 이러한 것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