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여당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평가 없이도 예비 인정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과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명목상으로는 새로 신설된 의대가 의평원의 인증평가를 받을 때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하나 실제로는 의과대학 정원이 증가함에 따라 새로 인증평가를 받아야하는 의대들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 등 10인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법과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경북 포항 북구를 지역구로 한 김 의원은 해당 법안을 발의하며 포스텍 의대 신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은 평가인증기구의 인증을 받은 의학과, 간호학과 등을 졸업한 후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고등교육법' 및 동법 시행령에서는 의학과, 간호학과 등은 해당 교육과정의 운영을 개시한 후에 평가인증기구의 인증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의원은 "해당 교육과정을 신설하려는 학교는 교육과정 운영 개시 전에 평가인증기구의 인증을 받을 수 없어 사실상 의학과, 간호학과 등의 신규 설치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며 "새로 인정기관이 되고자 하는 기관들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낮추기 위해 인정기관의 지정을 신청한 기관 중 평가·인증 실적을 제외한 다른 지정기준을 모두 갖춘 기관을 예비 인정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고등교육법은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인정받은 기관은 학교의 신청에 따라 학교운영의 전반과 교육과정의 운영을 평가하거나 인증할 수 있다. 다만, 의학·치의학·한의학 또는 간호학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인정기관의 평가·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해당 법안의 단서를 삭제하고 '이 경우 의학·치의학·한의학 또는 간호학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려는 학교는 해당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전에 교육과정 운영계획서 등을 근거로 예비인증을 할 수 있다'로 개정했다.
즉, 의대 증원으로 새로 의평원 평가인증을 받아야 하는 의대들은 의평원의 엄격한 의학교육 인증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교육과정 운영계획을 제출해 '예비인증'을 받을 수 있어 곧바로 의대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김 의원은 의료법에서 기존에 평가인증기구의 '인증'을 받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만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 면허를 위한 국가시험 자격을 부여하도록 한 것을 '예비인증'을 받은 대학의 졸업자도 가능하게 개정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의평원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하는 대학들이 당장 인증을 통과하지 못해 패널티를 받지 않도록 의평원의 '예비 인증'만으로 의과대학 운영이 가능하도록 법 자체를 개정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의평원은 지난 3월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할 경우 의평원 인증기준을 준수할 수 있다고 공언한 데 대해 우려를 표하며 사실상 의학 교육을 퇴보시키고, 이런 교육을 받은 졸업생의 자질과 역량도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의평원은 의대 입학정원의 10% 이상 증원을 포함해 기존 의학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의평원 의학교육인증단 규정에 따라 '주요변화 평가 기준'을 충족하는 지 평가하게 된다.
그리고 해당 평가에서 불인증을 받은 대학은 관련 법령에 따라 정원 감축 및 모집 정지, 학생의 의사국가고시 응시 불가와 함께 해당 대학의 폐교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해당 법안은 의대 정원 증원에 따라 의평원으로부터 인증 평가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대학들을 위한 법안"이라며 "의대들이 교육과정 및 운영계획서만으로 예비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원이 늘어난 의대들이 의평원 인증을 통과하지 못해도 해당 의대 졸업생은 의사 국가시험을 응시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의대 증원으로 사실상 의학교육의 질 저하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앞서 의평원의 인증기준을 완화하려다 실패한 바 있다. 의평원이 원칙대로 심사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의평원의 평가를 통과할 수 있는 의대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라며 "이에 여당이 의대 정원 증원을 강행하기 위해 의평원의 평가 인증을 우회하는 법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