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난해 3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4차 암관리종합계획의 비전은 ‘어디서나 암 걱정 없는 건강한 나라’였다. 하지만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백혈병 어린이가 제 때 치료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소아청소년암 진료체계가 붕괴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에 따르면 2022년 현재 강원∙경북∙울산 지역은 소아암 환자를 진료할 전문의가 부재하거나, 최근 교수들이 은퇴 후 후임이 없어 입원 진료가 불가능하다. 4~5명이 있는 지역도 각 병원 별로는 1~2명의 인원이 근무 중으로 항암 치료 중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처가 어렵다. 소아청소년암 진료체계가 사실상 무너진 것이다.
소아청소년암 치료의 가장 큰 부작용은 면역력의 심각한 약화다. 해당 치료들이 암세포만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을 담당하는 정상 세포들과 장기에도 손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이에 소아청소년암 환자와 가족에게는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 가거나 식사를 하는 일조차도 감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혹 감염이 일어날 경우 패혈증과 같은 중증 감염으로 급속히 진행할 수 있어 신속한 입원과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소아청소년 암환자들은 거주지의 대형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소아혈액종양 전문의의 부재로 입원 가능한 병원이 줄고있고, 소아응급실도 문을 닫으면서 소아암 환자들은 열이 나면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전전하다가 치료 시작이 몇 시간이나 지연 된다. 중증 패혈증으로 악화돼 중환자실로 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진료 중이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는 67명, 이들의 평균 연령은 50.2세다. 이들 중 50%가량인 31명이 10년 내에 은퇴가 예정돼 있다. 반면 최근 5년간 신규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는 평균 2.4명에 그쳐 10년 후에는 소아혈액종양 진료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소아청소년 암환자는 성인 암환자에 비해 수는 매우 적지만 조혈모세포이식,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면역치료, 뇌수술, 소아암 제거 수술 등 치료 강도나 환자 중증도는 성인에 비해 높다. 대부분 입원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365일 24시간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전문의가 병원별로 최소 2~3인 이상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없는 지방병원의 경우 1~2명의 소아혈액종양 전문의가 주말도 없이 입원환자와 외래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중증 진료를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저수가 구조와 정부의 전무한 지원 등으로 병원은 추가로 전문의를 고용하지 않는다. 결국 사명감으로 버텨 온 얼마 남지 않은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들도 점차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소아혈액종양학회는 “국내 소아청소년암 완치율, 생존율은 점차 낮아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저출산 시기에 출산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태어난 소중한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게 소아청소년암 치료에 국가적 지원이 매우 시급하다”고 했다.
이어 “혹자들은 의사의 절대 수를 늘려 중증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를 충원하면 될 것이라 한다”며 “하지만 과거 육∙해∙공군사관학교 졸업생들을 의대에 정원 외로 편입시켜 군 필수의료진을 보강하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이들 대부분 피부과, 성형외과를 선택하며 제도가 폐지된 적이 있다. 이런 실패 사례에서 보듯 의사 수만 늘려서 필수중증의료제도가 성공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