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의 역사는 사실 공식적인 경북의대의 역사에 앞선다고 할 수 있다. 이비인후과학교실은 의과대학 설립 이전의 일본 치하 시절인 1920년 경상북도 자혜의원에서부터 임상 진료를 시작했는데, 이때 종전의 의무과로 통칭됐던 진료과를 세분화하면서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의 소위 메이저 분과와 더불어, 이비인후과도 독립된 하나의 분과로서 구분됐다. 이는 100년전 우리 지역에서 근대화된 의료체계가 도입된 초기부터 이비인후과가 임상적으로 중요성을 인정 받는 분과임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후 자혜의원은 1923년 대구의학강습소, 1933년 대구의학전문학교로 변경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1945년 광복이 되기 전까지 여러 명의 일본인 의사가 주임교수를 맡아 교실을 운영했다. 

1945년 광복과 더불어 기존의 대구의학전문학교는 미군정청령에 의해 대구의과대학으로 다시 설립됐으며, 대구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의 초대 과장으로는 세브란스의전을 졸업하고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과장을 역임한 장원용 교수가 취임했다. 이후 여러 선생님들이 본 교실에 입국해 국가적 소요와 진통 속에서도 교실의 기초를 다져갔다. 그러나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병원은 군에 접수되고 교직원은 모두 입대되는 한편, 학교는 휴교라는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했다. 

1952년 종전을 앞두고 의과대학은 종합대학 설립에 따라 경북의대가 됐다. 세브란스의전을 졸업하고 평양기독병원 이비인후과장 역임한 이양선 교수가 과장으로 취임했다. 이양선 교수는 이후 1981년 2월 정년퇴임에 이를 때까지 약 30년의 기간 동안 본 교실을 이끌어 왔으며, 1961년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부회장, 그리고 이후 1973년부터 1976년까지의 기간동안 2회에 걸쳐 대학기관식도학회장을 역임하면서 초창기 본 교실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 

1960년부터 임상의학 교육에 새로운 전환점이 된 전문의 수련제도가 실시되면서 이후 매년 1~2명의 전공의들이 본 교실에 입국해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면서 우수한 이비인후과 전문인력들을 많이 배출했다. 하지만 1980년에는 1966년부터 이양선 교수와 함께 본 교실을 이끌어 오던 지중민 교수가 사임하고, 이듬해인 1981년 2월 이양선 교수마저 정년으로 물러나면서 이비인후과학교실은 전공의만 남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에 사실상 의과대학의 이비인후과학교실로서는 유명무실한 상태에 이르렀다.

이때 본 교실에서는 1960년 본 교실에 입국해 전문의 과정을 수료한 후 3년동안 일본 동경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1969년부터 당시까지 서울 가톨릭의과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던 성창섭 교수에게 긴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성창섭 교수는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교실 재건의 사명을 갖고 1981년 4월 경북의대 이비인후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으로 부임했다.

가끔 성창섭 교수님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당시 서울에서 매우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있던 가족의 반대가 매우 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그때의 교실 상황에 대해 “그때 내가 과장으로 모교에 돌아오니 교수는 하나도 없고, 전공의만 있더라. 정말 황당했다” 라고 말씀 하시면서 당시의 막막했던 심정으로 토로하시기도 했다. 

성창섭 교수가 부임하면서 우선적으로 주력한 과제는 바로 교수 공백에 대한 인적 확충과 이와 함께 세부 분과를 구분하는 교실의 체계 확립이었다. 이를 위해 성창섭 교수는 우선 1970년에 본 교실에 입국해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1979년 일본 오사카 시립대학 연수 이후 안동성소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조태환교수을 영입해 1981년 6월 본교실의 이과 담당 조교수로 역할을 맡게 했다.

이후 마산 파티마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이상흔 교수가 1982년 전임강사로 초빙돼 이과 분야의 교수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인 1983년 6월에는 전주예수병원에서 두경 영역을 전담하던 박준식 교수가 영입돼 당시 이과과 두경부로 구분되던 이비인후과의 세부 분과 체계를 어느 정도 확립하게 됐다.

이후 이비인후과 내 비과 영역의 독립적인 역할 수행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면서, 1994년에는 김정수 교수가 비과 전문 교수로 영입됐다. 김정수 교수는 1998년 미국의 웨이크포레스트(Wake Forest) 대학에서 연수하며 비강 내 점액에 대한 많은 연구를 발표했고, 첨단 영상을 이용한 수면 중 무호흡의 진단과 치료에 관현 대한 많은 연구로 국내외에서 발군의 역량을 나타냈다.

1995년부터 1998년까지는 조태환 교수가 경북대병원 이비인후과 과장으로 역임했으며, 1990년도부터 비수도권에서 처음으로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시작해 오늘날 본 교실을 국내 굴지의 인공와우이식센터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또 이과 분야에서 가장 고난이도의 치료 역량을 요구하는 선천성 이개기형과 외이도폐쇄증의 치료에 있어서도 선도적인 치료 결과를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아직까지도 전국에서 선천성 이개기형과 외이도폐쇄증을 적절히 치료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교실 중 하나로 인정받고 발전시키는데 기여했다.

2000년부터는 이상흔 교수가 주임교수와 과장을 맡아 본 교실의 이과 분야를 한단계 더 도약시켰다. 이상흔 교수는 1990년부터 조태환 교수와 함께 인공와우이식 분야에 있어 많은 역량을 발취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0년에서 2002년까지 대한청각학회장을 역임하여 난청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인식시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으며, 2003년도부터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인공중이와 최첨단 난청진단시스템’의 개발 프로젝트를 위임받아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2005에서 2008년까지 제34대 경북대병원장도 역임하면서 개원 100주년을 맞이한 병원 및 이비인후과교실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2000년에는 손진호 교수가 영입돼 후두스트로보스프 등 음성질환 진단 장비와 새로운 phonosurgery 기법을 도입해 본 교실에서도 음성학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진료가 시작됐다. 손진호 교수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본 교실의 주임교수 및 과장직을 수행하다가 2011년 칠곡경북대병원이 개원하면서 칠곡병원의 두경부암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손진호 교수는 2012년과 2015년 2회에 걸쳐 대한 이비인후과학회의 석당 우수논문상을 수상을 하는 한편, 2013년에는 제24대 기관식도학회장으로 취임하였으며,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칠곡경북대병원장을 역임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안동빈, 허성재 교수가 각각 조교수로 발령받는 등 젊은 인재들의 영입에 힘써왔다. 2016년에는 본교 출신의 정다정 교수 이외에 서울아산병원 및 삼성서울병원에서 각각 수련받고 전임의를 마친 유명훈, 이길준 교수를 영입해 우수 인력 충원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2022년 10월부터 안동빈 교수가 본 교실의 이비인후과 과장으로, 2022년 11월부터는 주임교수로서 재직 중에 있다.

과거 상당히 정체돼 있었던 교실 분위기를 타파하고, 빠르게 변화 및 발전하는 의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경북의대 이비인후과교실은 최근 십여년 동안 매우 큰 변화와 발전을 이뤘다.  

이과 영역에 있어 이규엽 교수는 난청 유전자에 대한 활발한 연구로 선천성 난청에 대한 유전자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유명훈 교수의 경우 기존에 본 교실에서는 시행하지 않던 이과기능 확장술을 도입해 많은 임상 실적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정다정 교수는 이명 및 난청에 대한 활발한 연구와 함께 2014년도부터 이명 재훈련 치료를 도입해 본 교실이 대구경북지역의 독보적인 이명센터로의 입지를 인정받는 데 기여했다.

비과 영역에서는 기존의 비염, 부비동염, 비중격질환의 치료뿐만 아니라 수면무호흡, 안면성형재건 및 뇌기저부 종양 수술 등, 지역 거점병원으로 요구되는 역할에 맞춰 새로운 진료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김정수 교수가 2019년 대한안면성형재건학회 5대 회장으로, 그리고 2022년부터는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부이사장으로서 역할 수행하면서 이비인후과학회의 발전과 교실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허성재 교수는 특히 기존에 비과 영역에서 어려워하는 뇌기저부 수술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관련된 임상 실적으로 축적함으로써, 병원 뿐만 아니라 학회에서도 인정받는 젊은 인재로 손꼽히고 있다. 

두경부외과 영역에서는 갑상선, 타액선, 인후두, 구강을 포함하는 모든 두경부 종양에 대한 우수한 진료 성적과 더불어, 본 저자를 중심으로 전국 최다의 초음파 검사 및 고주파, 에탄올 소작술 등의 초음파 관련 시술에 대한 압도적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는 로봇 수술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종양 환자의 수술 후 삶의 질 보존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손진호 교수는 2019년부터 대학이비인후과학회 부이사장으로서, 그리고 2023년부터는 대한신경모니터링회장으로서 여전히 활발한 대외활동을 보여주고 있고, 이길준 교수는 현재 대한후두음성언어학회 및 기관식도학회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교실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경북의대 이비인후과학교실은 지난 100여년의 역사가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현재도 끊임 없이 노력하고 있으며, 지나간 역사를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이야기 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