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0일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안을 동시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행 처리시켰지만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어 본회의까지 최종 통과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를 넘길 후속 대안이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이에 일각에선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실질적인 법안 통과보단 '정치적 쇼'에 혈안이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사위 넘길 만한 다음 카드 부재…법사위 "내일 절차적 하자 부분 검토"
22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 민주당 측은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안의 이번 21대 국회 임기 내 최종 통과를 기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두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긴 했지만 민주당에서 할 수 있는 다음 행동은 사실상 없다. 국민들이 압도적으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을 바라고 있긴 하지만 여당 반대로 인해 법사위를 통과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날치기 강행처리'라는 부담을 무릅쓰고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안을 법사위에서 통과시킬 만한 다음 카드가 부재한 상태다.
여야가 간호법으로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던 올해 초, 민주당은 '본회의 직회부'를 통해 법사위를 패싱하고 간호법을 본회의에서 곧바로 통과시키는 전략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좀 다르다. 이번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안은 '이유없이 60일 이내 심사를 마치지 아니했을 때'라는 본회의 직회부 가능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법사위를 건너 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사위 상정 후 여야 합의에 따라 본회의로 회부하는 방법 밖에 없는데, 여당이 두 법안에 대해 절차적 하자를 주장하고 있어 신속하게 법사위를 넘어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맡고 있다.
앞서 똑같이 다수 의석으로 민주당이 강행처리했던 간호법도 법사위에서 일명 '법안무덤'이라고 불리는 2소위로 회부돼, 본회의 직회부가 아니었다면 법사위 통과가 묘연했다.
김도읍 법사위원장실 관계자는 "내일 정식으로 두 법안이 법사위로 회부되면 안건 상정 여부를 논의해 보겠다"며 "상임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었는지 부분도 상세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의대정원 확대 찬성하면서 지역의사제·공공의대는 반대' 프레임 만든다?
정치권은 민주당의 이번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 강행처리를 두고 총선을 앞둔 야당의 '큰그림'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의대정원 확대'라는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주요 공약을 먼저 선점하면서 민주당 입장에서 민생법안 표심 대결에서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즉 2020년에 민주당이 먼저 추진했지만 실패한 정책을 여당에게 뺏기는 모양새가 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으로 의대정원 문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의제를 화두로 던진 셈이다.
이후 국민의힘이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안을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면 민주당은 "의대정원 확대만으론 지역필수의료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여당이 실효성 있는 대안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실제로 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20일 전체회의에서 "정부여당은 의대정원 규모를 확정하고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안을 논의하자고 하는데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게 전혀 없다. 의지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의대정원 증원만으론 절대 지역필수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수도권 인기과에만 몰리는 의사증원은 필요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여당 복지위 관계자는 "최근 민주당 내부에선 의대정원 확대 논의가 여론을 잠식하면서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논의를 지속적으로 해온 것으로 안다. 그 대안이 바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안"이라며 "날치기를 해서까지 충분한 논의가 되지 않은 법안을 통과시키는 저의가 매우 의심스럽다. 총선을 앞둔 정치적 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