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여자의사들이 특유의 섬세함과 따뜻함으로 기지를 발휘해 대한의사협회 회무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의료계에도 여성들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제41대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5월 1일부터 시작하는 이번 집행부 인사에 여의사를 이례적으로 7명이나 포함시켰다. 주목할 만한 점은 부회장, 총무이사, 대변인, 대외협력이사 등 굵직한 자리에 모두 여성 임원이 내정됐다는 것이다.
의협 윤석완 부회장(한국여자의사회장)은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의료계에서 이제 여의사들도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목소리를 낼 수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올라갈 곳이 더 높다"고 밝혔다.
윤 부회장은 누구보다 열심히 의료계 내 여의사의 목소리가 대변될 수 있도록 노력해 온 장본인이다. 이를 위해 그는 최근 16개 시도의사회, 대한개원의협의회, 의학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단체에 여성 임원의 비중을 높여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제는 직능이나 개별 과목에 못지 않고 여성 스스로가 여의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권익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윤 부회장은 "의료계 내 여의사의 비중이 26%를 넘어섰다. 그러나 그동안 각종 의료계 단체 내 임원의 여성 비중은 한자리 수를 넘어가기 힘들었다"며 "의료계엔 아직까지도 보이지 않는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협 41대 집행부에 이례적으로 7명의 여의사가 포함된 것은 통계적으로 역대 최고 수치다. 특히 총무부터 대변인까지 여성으로 꾸려져 의협의 살림을 누구보다 알뜰하고 섬세하게 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래도 아직 많이 부족한 숫자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다는 말처럼 앞으로 꾸준히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41대 이필수 회장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선거공약으로 여성 임원 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몇 년 전만해도 여성 임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오히려 공격의 대상이 되던 때도 있었다. 수십년 전 얘기도 아니다. 2015년 여자의사회에서 주최한 39대 의협 회장 선거 후보자 합동 토론회에서 윤석완 당시 여의사회 총무이사는 "여의사 임원 할당제를 시행할 의향이 있느냐"고 회장 후보들에게 질의했다.
그러자 모 후보는 "이런 질문이 의협과 여의사회를 오히려 초라하게 만든다"며 "회원의 권리를 요구하려면 회무에 직접 뛰어들면 된다. 회장 후보 5명을 데려다놓고 쿼터제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지저분하지 않느냐"고 되레 지적했다.
또 다른 후보도 "여의사의 적극적인 회무 참여가 선행돼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윤 부회장은 여의사들이 그동안 육아, 며느리, 아내, 교수와 원장 등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느라 의료계 회무에 참여하기 힘든 구조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뀐 만큼 여성의로서 밖으로 나와 능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회원들을 독려했다.
그는 "그동안 여성들은 사회활동을 하면서도 집안일과 육아 등 멀티플레이가 기본이었다. 여의사 중 인재가 참 많은데 의료계로 나와 일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며 "여의사들은 기본기가 탄탄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그들의 능력을 믿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그들이 의료계로 더 나와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자의사회가 의협 산하 단체로 편입되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서두르지 않고 차근히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여의사회의 의협 산하단체 편입 관련 정관 개정안'은 이번 제73차 정기총회에서 논의됐으나 정관 개정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윤 부회장은 "(여자의사회의 의협 산하단체 편입 개정안이)쉽게 통과될 줄 알았다. 여의사회가 의협 산하단체로 들어가는 부분은 대부분 찬성하고 있다"며 "그러나 편입되는 과정에서의 방법론에 있어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면서 좀 더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끝으로 그는 부회장으로서 차기 의협 집행부 회무 방향에 대해 단결과 화합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윤 부회장은 "집행부 일원으로 의료계 내외부적으로 단결과 화합을 이뤄냈으면 한다. 내부적으론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외부적으로 의협이 더 신뢰받고 품격과 품위를 지키면서 국민들에게 인정 받는 의협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의협은 사실 국민을 바라보고 가야 한다. 이 같은 방향성에 맞게 회무에 일조하는 부회장, 여의사가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