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K원장은 열 받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평소 허리가 좋지 않던 단골 할머니(70) 환자가 한의원에서 봉침인지 뭔지를 맞고, 며칠이 지나 내원했는데 연조직염이 발바닥까지 퍼져 궤양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인근 한의원에서 제대로 세균에 감염돼 왔는데 그 한의원은 급성, 만성 간염도 한방으로 치료한다는 간판을 달고 장사하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어쩌다 한번 이런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흥분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K원장은 "주변에 한의원이 5개 있다 보니 이런 일이 아~~주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의원에서 할 수 없는 초음파 검사를 불법으로 받고 와서는 '한의원에서 이미 검사했는데 왜 또 하냐'며 검사를 거부하다가 나중에 간이나 담낭 종양이 발견돼 치료시기를 놓친 환자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한방 약침 주사를 인대에 놨다가 근육이 떨어져 결국 수술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얼마 전에는 유명한 한의원에서 '당뇨 낫게 해 줄테니 의사가 처방한 당뇨약 먹지 말고 한약만 복용하라'는 말을 듣고 그대로 했다가 실려 왔는데 혈당이 600mg/dL 이상(정상 혈당 100mg/dL 미만) 산증으로 염라대왕 뵙고 온 환자도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한의원에서 이런 말도 안되는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데 정부는 한방을 살리겠다고 보호막을 치느라 정신이 없다"면서 "다른 나라에서 보면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k원장이 열 받는 이유는 또 있다.
그는 "환자들은 이런 황당한 사고를 겪고도 한의원에는 따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서 "만약 의원에서 이런 일이 있었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래 저래 의사들은 뒤치다꺼리나 하는 게 현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