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대학병원 심뇌혈관질환센터 근무하는 B교수가 최근 응급실에서 있었던 사이비의학과 관련된 사건을 페이스북에 소개하자 공감을 얻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며칠 전 일요일 오후 C대학병원 응급실에 60대 건강한 남자가 심장마비로 실려 왔다.
심뇌혈관질환센터의 동료 부정맥 전문인 L교수가 호출에 대응해 응급실로 갔더니 환자는 반복적인 심실빈맥(VT), 심실세동(VF) 상태로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심장내과와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20여 회 전기적 제세동을 하고, 항부정맥제인 아미오다론과 리도카인을 투여했다.
심장초음파 검사에서는 좌심실 기능이 심하게 떨어져 있었는데 이 원인이 기존의 심장질환의 악화인지(의료진은 일단 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워낙 다른 질환 없이 일을 잘 하시던 분이였기에), 아니면 심실세동 여파인지도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여하간 환자가 사경을 헤매면서 의료진도 진땀을 뺐다.
결국 의료진의 노력으로 심실세동과 심실빈맥이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쇼크 상태여서 심장내과의 B, L 교수는 경피적 심폐체외순환 보조장치(PCPS)를 삽입했고 관상동맥 조영술을 실시해 관상동맥 질환이 없는 것도 확인했다.
의료진은 기존의 특별한 질환이 없이 급작스러운 심장마비가 발생한 것이 아무래도 무슨 이상한 약제를 복용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환자 보호자에게 꼬치꼬치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환자 보호자는 "심장마비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에 이런저런 한약재를 넣은 것을 먹었다"고 실토했다.
그리고는 찜찜했던지 한약재를 준 사람(한의사인지는 미확인)에게 전화를 걸었고, '초오'라는 한약재가 들어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초오는 여러해살이 풀인 투구꽃류의 뿌리로 독성이 강해 과거에는 사약의 재료로도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 놀라운 건 한약재 판매자의 그 다음 말이었다.
환자 보호자가 환자의 상태를 이야기하자 "그리 심각한 것 아닐 텐데, 그냥 '참마' 갈아 먹으면 좋아지는데"라고 했다는 것.
B교수는 "참으로 우리 국민들은 한약재에 관대하다"면서 "만약 병원에서 처방된 약을 먹고 약물 이상반응으로 그런 일이 있었으면 사돈의 팔촌까지 병원에 쳐들어와 '의사가 사람 죽일 약을 먹였다'고 난리를 쳤을 것"이라고 씁쓸해 했다.
환자는 다행히 경피적 심폐체외순환 보조장치로 생명을 구했고, 이제 많이 회복했다.
사이비의학은 사고를 치고, 이 때문에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는 건 언제나 의사의 몫이다.
B교수는 마지막으로 추신을 남겼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경피적 심폐체외순환 보조장치를 넣은 나와 L교수는 심사평가원에서 심평의학(?) 기준을 들이대시며 경피적 심폐체외순환 보조장치 삭감할까봐 이제 노심초사하고 있다."
의사 김모 씨는 이 글에 대해 "정말 이런 소식 들을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