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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구하고, 분노한 날

    한정호 교수 사건을 접한 의사들의 마음

    기사입력시간 2016-09-24 08:57
    최종업데이트 2016-09-24 10:44

     
    한정호 교수가 청주지법에서 2심 판결 직후 기자들에게 소회를 전하는 모습.ⓒ메디게이트뉴스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교수가 2심 재판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 받은 23일.

    많은 의사들이 그에게 고맙다고 했다.
     
    상당수는 송구함을 표시했다.
     
    일부는 "도대체 한 교수가 무엇을 잘못 했냐"며 화를 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정호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사이비 의료, 대체의학 등으로부터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앞장 서 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한방 항암제로 알려진 '넥시아'도 마찬가지였다.
     
    고가의 비급여 약이, 그것도 항암제가 안전성, 유효성 검증을 거치지 않고 환자의 입으로 들어간다는 게 현대의학을 공부한 의사가 볼 때 말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요구하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 등에 올리기 시작했고, 해당 한약을 개발한 한의사로부터 명예훼손, 모욕죄로 고소되기에 이르렀다.
     
    자신의 블로그에 '한방의 탈을 쓴 의료 사기' '사이비 의료인' '사기꾼' '먹튀' '환자가 돈 내는 마루타' 등으로 표현한 게 화근이었다.
     
    이로 인해 한 교수는 1심 재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파면될 상황에 처했지만 2심 법원은 원심이 과도하게 무겁다며 벌금 2000만원으로 변경했다.
     
    이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한 교수는 교직을 유지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환자를 살려야 하는 의사가 비록 명예훼손적인 용어를 일부 사용하긴 했지만 검증된 의료를 하자고 요구한 게 2000만원이나 되는 벌금을 낼 정도로 무거운 죄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2012년 한정호 교수가 이 사건으로 고소되자 수만명이 법원에 탄원서를 냈다.
     
    동료 의사도 있었고, 그에게 치료를 받은 환자와 보호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까지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건을 접하고 직접 법원을 찾아가 탄원서를 냈다고 한다. 
     
    또 의사들은 2심 판결에 따라 한 교수가 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사이비 의료에 맞서는 모습을 보며 송구함을 느끼고, 환자의 안전을 외면하는 관료들에게 분노하고 있다.

    국회, 복지부와 식약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할 공무원들은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과 환자, 의사들의 이런 마음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한정호 교수는 자신의 길을 계속 갈 것 같다.
     
    다만 절제된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