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 2016(이하 슈스케)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의사출신 가수 이인세를 만났다.
시청률 15% 내외를 달린 'KPOP스타'와 달리, '슈스케'는 이번 시즌에도 시청률 1%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인세를 아는 이가 아직 많지 않다.
의사인 건 알겠는데 '엄친아'라는 수식어가 붙은 게 궁금했다. 알고 봤더니 아버지가 울산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피부과 의사다!
의사? 가수?
고교 때부터 드럼을 치며 밴드 활동을 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가수가 되는 걸 꿈꿨던 건 아니다. 우연한 계기로 한림의대 본과 2학년 때 2010 MBC 대학가요제에 자작곡으로 참가하면서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위드 유(With You)'를 불러 대상과 함께 네티즌 인기상을 수상했다.
삶의 근본적인 외로움을 느끼고 힘들어하던 시기, 아버지와의 통화에서 "너를 항상 응원하는 가족과 친구들, 사랑하는 사람들이 네 곁에 있다. 너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만든 곡이다.
대학가요제를 계기로 과 동기 80명 중 거의 1/3이 통기타를 사서 다 같이 연습했던 추억이 있다. 쉬는 시간, 교수님께서 "예대 강의실이냐?"고 농담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촬영 일정 상 어쩔 수 없이 빠져야 했던 실습은 교수님의 배려로 방학 때 보충했다.
그리고 시험 준비는 핵심적인 부분을 적극적으로 코칭해준 동기들 덕분에 가능했다. 주변의 도움으로 의사가 되었다.
가수를 하기 전까지는 이성적인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 모범생 스타일이었다. 본과 1학년 때는 장학금도 받았고, 학업에 방해되는 것은 절제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음악을 하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이성적인 의사로서의 삶과 감성적인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삶, 두 가지 패턴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지금 서서히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그래서 아버지와 약속했다. 의대를 졸업하고 공보의를 마친 다음, 전문의 준비를 시작하기 전 2년 정도 음악에만 매진해보겠다고.
의사이기 때문에 좋은 점보다는 오히려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어설프게 했다가 '의사나 잘하지 음악은 왜 해?'라는 시선을 받고 싶지 않아서다. 둘 다 잘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물론 의사이기 때문에 폭넓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생사의 갈릴김을 지켜보는 경험을 통해 영감을 받는 건 참으로 좋은 점이다.
슈퍼스타K 2016 Top7
올해 4월 공보의를 마치고 음악에만 시간을 쏟기로 마음 먹은 참에 슈스케2016에 도전했다. 코로나 밴드로 참가했는데, 논산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작곡했던 '너의 손잡고' 를 첫 라운드에서 불러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합격했다. "듣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얘기를 듣는 곡이다. 다음날 아침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고. 이처럼 듣기 편한 음악, 많은 분들이 함께 들어주었으면 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
매회 자작곡을 부르며 다양한 모습을 보이려 했다. Top10의 관문을 통과하고Top7이 되면서, 상금 5억과 앨범제작 혜택이 따르는 우승에 한 발 다가선 듯 했다.
하지만 Top4에서 탈락하면서 12월 1일 방송을 타지 못했다. 생방송에 앞서 네이버와 엠넷(Mnet)에서 동시 진행한 온라인 사전투표에서 각각 1, 2위를 달리던 터라 아쉬움이 남는다.
* 코로나 슈스케 참가곡 듣기:
http://superstark.mnet.interest.me/top10?artist_id=473704
http://music.naver.com/artist/home.nhn?artistId=471177
지금은 앨범 준비 중
인턴을 시작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그 동안 준비해 온 음악을 세상에 꺼내 놓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버스킹과 클럽공연을 하면서 작업한 데모앨범은 있지만 정식 앨범은 이번에 준비하는 게 처음이다. 내년 초 발매 예정이다.
밴드 코로나에서 기타 보컬이자 싱어송라이터. 지금까지 작곡한 게 미완성까지 합하면 70곡에 가깝다. 무대에 올릴만한 곡은 30~40곡 정도 된다.
이 중 가장 좋아하고 기억에 남는 곡은 '마이웨이(My Way)'다. 주로 공연 마지막에 부르는 곡인데 힘차고 솔직한 곡이다. '남들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고 내 갈 길 가겠다'는 메시지와, 사운드가 주는 힘이 잘 어울리는 곡이다. 대학가요제를 마치고 기사에 달린 악플을 보고 상처를 받았다. 그 충격을 벗어나며 쓴 곡이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힘이 되어주고 있다.
코로나는 2013년 세 명으로 출발했다. 그 후 장민우(기타리스트)가 함께 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밴드 슬로건 'When the sky gets dark, you & I become clear'에서처럼, 힘들고 지쳤을 때 더 힘이 되는 음악을 만들어 가는 게 목표다. 슈스케 참가 전까지만 해도 매주 공연을 했다.
날씨가 좋을 때면 '버스킹(Busking, 거리 공연)'도 자주한다. 외국에서 버스킹하는 게 해보고 싶은 꿈 중 하나였다. 올해 공보의를 마칠 즈음, 아버지와 함께 미국 여행을 했는데 기타와 앰플까지 챙겨 가 보스톤에서 결국 버스킹을 했다. 혼자서.
날씨가 좋지 않아 아쉽긴 했지만, 아버지 앞에서 처음으로 부르는 노래여서 의미가 더 컸다.
슈스케를 마치고, 다시 공연을 준비한다. 이달 16일과 크리스마스 이브에 홍대 부근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공연 일정은 추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버지와 함께 진료하는 게 꿈
"인턴, 빨리 해보고 싶다."
인턴을 미루고 잠시 음악만 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두렵지 않았다. 20대의 마지막 남은 시간을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에 쏟아보고 싶었다. 병원 밖에서 보내는 2년을 열정적으로 살아간다면 충분한 보상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이 시간을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갈 때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즐겁게 임하리라 마음 먹고 있다.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 인턴을 하게 된다면 내후년 정도에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의사는 부모의 권유가 아닌 내가 선택한 길이다. 아버지는 친구이자 멘토, 든든한 동반자다. 끊임없이 비전을 제시하고 영감을 불어넣어준다. 올해 초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레이저학회(ASLMS)를 함께 다녀오며 아버지로서가 아닌 하나의 인간, 남자로서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게 꿈이다.
가수가 좋은 건 쌓였던 감정을 무대에서 털어버리고 올 수 있다는 거다. 자유로운 표현이 더 잘 받아들여지는 분야인데다 내면적인 걸 해소할 수 있어서 매력적이다. 그래서 음악은 의사가 되어서도 계속할 작정이다. 그리고 10년 후엔 앨범 활동과 병원 일을 병행하다 잠시 1년 정도 쉬면서 세계여행을 하고 있길 기대해본다.
의대생 후배들에게
"의대를 들어온 친구들을 보면, 간혹 뚜렷한 목표나 꿈 없이 성적이 좋아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에 떠밀려 온다. 대학 진학 후에야 본인의 끼를 찾고 새로움 꿈을 꾸기도 한다. 이런 친구들은 주저하지 말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꼭 해보길 바란다. 도전해 보시길!"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도 이인세를 응원하는 팬이 되었다.
그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인생을 고민하며 살아가는 청년이었다. 10년 후 피부과 의사가 되어 아버지와 함께 진료하고 있는 그를 볼 수 있길 기대한다.
관련기사:
한림대 블로그 – ‘음악을 사랑한 의사 이인세 동문’ http://blog.hallym.ac.kr/220854538876
의대생 신문 – ‘미래의 루시드폴을 꿈꾸다’ http://mednews.tistory.com/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