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건강보험의 비급여 항목은 의학적인 치료 효과는 있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질 때 만들어진다. 하지만 무작정 비급여를 급여화하면 첨단 의료기기의 가격이 관행수가의 50%까지 떨어질 수 있다. 수가가 원가 이하로 책정되면 제품이 시장에서 사장된다.”(의료기기 A업체)
“병원에서 특정 검사를 비급여로 환자에게 받는 비용이 10만원이었다면 5만원은 업체에 재료비로 지불했고 나머지 5만원은 의료기관 의사의 행위료로 봤다. 이 검사가 급여화될 때 재료비와 행위료를 분리하지 않으면 제품에 대한 제대로 된 가격 산정이 어렵다.”(의료기기 B업체)
의료기기업계도 의료계에 이어 정부의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시행에 대한 우려로 가득해 보인다. 정부가 제품을 급여화하면서 적정 가격을 보상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 탓이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10일 서울 강남구 더리버사이드호텔에서 '문재인 케어와 의료기기산업 발전' 정책포럼을 열어 문재인 케어와 관련한 업계의 불만을 토로했다. 의료기기 중 건강보험에 등재되는 항목을 '치료재료'라고 하는데, 이번 문재인 케어로 2863개의 치료재료가 급여화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치료재료 시장은 2조4554억원으로 건강보험 전체(약60조원)의 4%에 해당한다.
의료기기업계는 급여화되면 건강보험에서 관행수가의 50% 정도만 인정해줄 것으로 내다봤다. 사이넥스 정혜경 상무는 “치료재료의 가격이 현행가의 50% 이하로 떨어지면 시장에서 사장될지, 아니면 그 상태를 유지할지 업체로선 선택하기 어렵다”라며 “심지어 의료기기업계는 이런 불만 사항을 이야기할 창구조차 없다”고 말했다.
정 상무는 “상당수 제품은 행위료와 치료재료 가격이 합산돼 별도산정을 필요로 하지만, 정부는 이를 정상적이지 않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라며 “제품의 가격 거품이 있다면 이를 막아야 하지만, 문재인 케어로 제 가격을 받기가 어렵게 된다”고 밝혔다.
정 상무는 “비급여의 급여화로 병원의 수익을 보전하는 방안 중에 하나가 치료재료 가격인하라는 방안도 나왔다"라며 "정부는 의료계에 수가 손실분이 생기면 보상해준다고 하지만 의료기기업계는 문제가 생기면 해결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기기업계가 치료재료의 원가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유미영 급여등재실장은 “업체의 일부는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하고 원가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라며 “공급할 수 없는 가격이라는 주장을 할 때는 정확한 근거자료를 내길 바란다”고 했다.
유 실장은 “정부는 일부러 수가를 더 낮게 책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외국의 사례 등을 제시해서 적정수준으로 수가를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로 (정부와 업계가)같이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상임이사는 “의료기기는 실제 가격과 유통 가격이 다를 수 있다"라며 "조사된 가격도 꾸며낸 것이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원가에 대한 정확한 집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건강보험에서 공급 가격을 정해야 하는 제도상 억울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라며 “의료 공급자가 시장을 강력하게 설득하려면 업데이트된 자료를 얼마나 상세히 제출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수용해나가게 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