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가 지난 3년간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인정하며,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의료계와의 '의료현안협의체'가 의료계 내부 이슈로 중단된 상황이지만, 이미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 원칙에 대해 합의한 만큼 복지부는 의료법 개정 등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기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갈 예정이다.
13일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0년 2월 24일부터 2023년 1월 31일까지 3년여간 실시된 한시적 비대면 진료의 현황과 실적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비대면 진료의 효과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다며 의정협의체와의 합의를 바탕으로 비대면 진료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비대면 진료 재진 81.5%, 의원급 86.2%…환자 만족도 높고, 의료사고 경미
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비대면 진료를 실시한 의료기관은 총 2만5697개로 총 1379만 명을 대상으로 3661만건의 비대면 진료가 실시됐다.
코로나19 재택치료를 제외한 비대면 진료는 736만건으로 이중 재진이 600만건(81.5%)으로 가장 많았고, 초진이 136만건(18.5%)이었다. 전체 의료기관 중 27.8%에 해당하는 2만76개소가 비대면진료에 참여했며, 의료기관 종별로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참여 의료기관 중 93.6%로 가장 많았으며 의원급 의료기관이 전체 진료 건수의 86.2%를 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 실시 과정에서 상급병원 쏠림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으나, 실제로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연령 기준으로는 전체 736만 건 중 만 60세 이상이 288만건(39.2%), 만 20세 미만이 111.2만 건(15.1%)을 차지했고, 60~69세가 127.5만 건(17.3%)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질환 기준으로는 고혈압(15.8%), 급성기관지염(7.5%), 비 합병증 당뇨(4.9%)의 순서로 비중이 컸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복지부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의 성과를 바탕으로 의료법 개정을 통한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복지부는 환자들의 비대면 진료 이용 만족도가 높은 점을 제도화 필요성의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전화상담 처방 진료를 받은 환자 또는 가족(환자가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경우) 500명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2020년) 결과, 응답자의 77.8%가 '비대면 진료 이용에 만족한다'라고 답변했으며, 응답자의 87.8%가 '재이용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비대면 진료 이용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이용자들은 '감염병으로부터의 안전(53.5%)', '진료 대기시간 단축(25.4%)' 등을 이유로 꼽았다. 조사 대상 이용자의 3.8%만이 불만족한다고 응답했는데, 그 이유는 '전화 상담으로 인한 제한적인 진단·치료', '병원 방문에 비해 편리성을 느끼지 못해서' 등이었다.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비대면 진료에 만족한다' 62.3%, '향후 비대면 진료 활용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87.9%로, 전반적인 이용 만족도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복지부는 또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실시하는 동안 의료계가 우려했던 비대면 진료에 따른 심각한 의료사고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2020년부터 2022년 11월까지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에 보고된 환자안전사고 총 2만6503건 중 비대면 진료 관련 환자안전사고보고는 처방 과정에서의 누락·실수 등 5건으로 상대적으로 경미한 내용이었던 것이다. 또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 관련 상담·접수 사례는 1건이었고,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비대면 진료 관련 소비자 상담 사례도 환불 거절 등 사례가 대다수로 비대면 진료와 관련하여 진료상 과실로 인한 신체상 손해 등 소비자 피해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의료현안협의체 통해 비대면 진료 합의…비대면 진료 자동 종료 전까지 의료법 개정 속도
이에 정부는 2월 9일 제2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대면 진료 원칙하에서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비대면 진료를 보조적으로 활용하고 ▲재진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실시하되 ▲비대면 진료 전담 의료기관은 금지한다는 제도화 추진 원칙에 대해 합의한 방향에 따라 비대면 진료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에서 비대면 진료는 의료법상 '불법'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의3에 따라 감염병이 '심각' 단계 이상의 위기 경보가 발령됨에 따라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의료현안협의체가 제2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대한의사협회가 간호법 저지 등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아가면서 협의가 중단되면서 논의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도 언젞자지 의료계를 기다릴 수 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복지부는 의정협의체를 통해 합의된 사안을 바탕으로 비대면 진료가 자동 종료되기 전까지 의료법 개정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시적 비대면진료를 실시하면서 비대면 진료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대형병원 쏠림 등 사전에 제기되었던 우려도 상당 부분 불식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비대면 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의료 선택권과 접근성, 의료인의 전문성이 존중되고, 환자와 의료인이 모두 안심하고 안전하게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완 장치를 마련하며 제도화를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