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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고령화로 건보재정 고갈…2020년 1~3분기 건보 적자 2조6000억원, 전년대비 2배

코로나19로 의료이용 급감했지만 건보재정 수입도 감소...누적적립금 15조원 이대로 가다간 2~3년 안에 바닥

기사입력시간 21-01-09 11:24
최종업데이트 21-01-11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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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건강보험의 적자 폭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현재 15조원에 이르는 건보 누적적립금이 2~3년 안에 모두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심지어 내년부터 적립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극단적인 분석까지 나온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1~3분기) 건보 적자 폭은 2조 6294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의료이용 자체는 줄었지만 건보재정 수입도 줄었고 문재인 케어와 고령화의 영향으로 지출은 늘어난 탓이다. 
 
2020년 1~3분기 적자 폭 전년 대비 2배…문케어‧고령화‧코로나19 등 영향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공개한 '2020년 3분기(7~9월) 건강보험 수입‧지출 현황'에 따르면 건보재정이 1조 348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입 17조 2076억원에 총지출은 18조 5556억원 규모다.
 
이로써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1~3분기) 건보 적자 폭은 2조 6294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같은 기간 적자 규모(1조 3475억원)와 비교해도 2배가량 악화된 수치다. 구체적으로 2020년 1분기 적자 폭은 9435억원, 2분기는 3379억원이었다.
 
적자 행진이 계속되자 건보 누적 적립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17년 20조원 수준이었던 누적 적립금은 2019년 17조 7712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 15조 1418억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4분기 적자 수준을 지난해 적자 폭(1조 4768억원)으로 계산해보면 2020년 기준 누적적립금은 대략 13조 6000억 수준이다. 앞서 정부는 2020년 건보 누적적립금 전망을 14조 7000억원 선에서 예상했지만, 이미 1조 이상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2020년 3/4분기 건강보험 수입/지출 현황 (2020년 7월1일~9월30일).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건보 재정 악화의 결정적 이유는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는 문제와 더불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인 '문재인 케어'의 영향이 꼽힌다. 정부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MRI와 초음파 검사,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차액을 급여화하는 등 정책을 펼쳐왔고 보장률 70%를 목표로 급여화 확대 정책이 추진 중이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은 "비용이 저렴해진다는 것은 의료 수요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재정 악화로 이어진다"며 "문케어 정책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제도다. 재정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보장성이 확대되는 것은 괜찮지만 현재의 증가세로 보면 보험료 대폭 인상 등 대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19로 의료기관 이용 자체가 급감했음에도 상반기 기준 건보 MRI 진료비 지출은 전년 동기대비 6.8% 증가했다. 초음파 검사료와 상급종합병원 병실료 진료비 지출도 각각 5%, 5.3%씩 올랐다.
 
지난해 건보 재정 악화의 또 다른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건보재정 수입 감소다. 건보 의료이용의 총량이 줄어든 것은 재정건정성에선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경기 침체로 인해 국민소득 여건이 악화하면서 건보재정 적자 폭이 확대됐다.
 
2020년 상반기 건보 진료인원은 전년 동기 대비 3.5% 줄었고 내원일수는 12% 감소했다. 이에 따라 건보지출 증가율은 최근 3년 평균 9.5%에서 상반기 0.3%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건보 수입 증가율은 전년 대비 9.6%에서 1.5%로 급감했다.
 
2020년 건보 진료인원은 전년 동기 대비 3.5% 줄었고 내원일수는 12% 감소했다. 이에 따라 건보지출 증가율은 최근 3년 평균 9.5%에서 0.3%로 크게 감소했다. 사진=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보재정 바닥 예상보다 코앞…2022년부터 적자 시작
 
재정 악화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2018년 20조원대에 육박하던 건보재정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년 뒤인 2023년을 기점으로 준비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 정권(2023~2027년)이 떠안게 되는 건보 재정 적자 폭도 22조원에 달한다.
 
2018년까지만 해도 국회예산정책처는 누적준비금 소진 시기를 2027년으로 예상했지만 건보재정 적자 폭이 기존 추계보다 크게 늘면서 재정수지 추계결과를 대폭 수정했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장성인 교수는 국회예산정책처보다 건보재정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존 분석보다 2년 빠른 2021년을 기점으로 적립금이 소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고령화에 따른 지출 증가분이 예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수치는 정부의 보장성강화 정책에 따른 추가 비용부담을 감안하지 않은 분석수치여서 재정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장 교수는 "2021년 적립금이 모두 소진된다는 연구추계는 고령인구 확산 속도와 건보재정 수입과 지출 비중, 경제성장 속도 등 기본적인 특성만 고려해 계산한 것이다"라며 "현재 정부에서 보장성 강화 정책에 더 집중한다고 하면 지표가 더 악화될 수 있다. 분석결과는 여러 지표를 보수적으로 가정해 산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20년도는 코로나19로 인한 감염의 위험으로 상대적으로 의료이용 자체가 감소했다. 그렇다고 보장성이 더 좋아졌다고 볼 수도 없다"며 "향후 의료비 지출 증가를 막을 수 없는 만큼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서울대학교 홍석철 경제학부 교수도 "건강보험 보장성이 높아져 본인 부담이 낮아지면 의료 수요가 높아지는 것은 합리적인 결과"라며 "문재인 케어에 30조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는 예측이 나오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의 지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현재 높아진 의료 재정 부담을 정부가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향후 현재 소득 대비 6% 초반 수준인 건강보험료율이 법정 상한인 8%를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건강보험 재정 현황. 사진=보건복지포럼 2020년 12월 통권 제289호

비효율적 재정 지출 바로잡아야…의료이용 관리 기전 마련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비효율적 재정 지출을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해석했다.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에 나서는 동시에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 환자들이 3차 의료기관까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행태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도 건보재정 절감을 유도하는 지출 효율화를 반영하지 않으면 2024년부터 적립금이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지출 효율화를 반영하면 이보다 4년 늦은 2028년이 돼서야 적자로 전환된다고 봤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추계한 지출 효율화 미반영 적립금은 2022년 약 5조 3000억원, 2023년 약 70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지출 효율화 반영 적립금은 2022년 약 10조 1000억원, 2023년 약 8조 3000억원으로 증가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용갑 건강보험연구원장은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은 비효율적 지출을 줄이는 사후 관리 강화, 예방 중심 건강 관리 등의 재정 절감 대책을 병행하는 것이 건강보험 재정 안정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장성인 교수는 "(지출 효율화를 위해) 의료이용에 대한 체계 자체가 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는 환자들이 1~3차 의료기관을 마음대로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이 같은 의료이용 행태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