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글로벌 제약회사 베이진(BeiGene)은 2010년 공동 창업자인 존 오일러(John V. Oyler)와 생화학자인 샤오동 왕(Xiaodong Wang) 박사가 전 세계, 특히 소외받은 국가들에 효과적이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약제를 제공하겠다는 신념으로 설립해 항암제 중심의 R&D 회사로 시작했다.
이제 설립 10주년으로, 제약회사로는 신생 회사에 가깝지만 그 행보는 여느 제약회사보다 역동적이다.
베이진은 PARP(poly ADP-ribose polymeras)와 RAF(Rapidly Accelerated Fibrosarcoma), PD-1(Programmed cell death protein 1), BTK(Bruton’s tyrosine kinase)를 표적하는 약물을 발굴(discovery)하고 3년만인 2013년, RAF 이합체(dimer) 억제제인 리피라페닙(Lifirafenib)의 임상개발을 시작했다. 이어 2014년에는 PARP 억제제인 파미파립(Pamiparib)과 BTK 억제제인 자누브루티닙(Zanubrutinib)의 임상을 시작했다.
이어 2016년 나스닥에 상장하고, 2017년 자누브루티닙의 글로벌 3상 등록 임상연구를 시작했으며, 세엘진(Celgene)과 PD-1 억제제인 티스렐리주맙(Tislelizumab)에 대한 글로벌 전략적 면역 종양학 협업을 체결했다. 또한 중국에서 세엘진의 커머셜 오퍼레이션(commercial operation)을 대행하게 됐다.
2018년에는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중국에서 레블리미드(Revlimid)와 비다자(Vidaza)의 급여 승인을 이뤄냈다.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브루킨사(Brukinsa, 성분명 자누브루티닙)의 품목허가를 받고, 중국에서는 티스렐리주맙의 품목 허가를 받았다. 2020년 중국에서도 브루킨사의 제품 허가를 받았다. 올해 1월 노바티스(Novartis)와 북미. 유럽, 일본에서 티스렐리주맙을 개발 및 제조, 상용화하기 위한 협업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은 2억900만달러(약 2300억원)다.
암젠은 항암제 분야 협력을 위해 2019년 말 베이진에 27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해 약 20.5%의 지분을 확보했고 지난해에도 4억2100만달러(5064억6300만원)를 투자했다.
한국에서도 임상시험을 진행한지 약 5년이 지난 현재, 베이진의 한국법인인 베이진코리아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초읽기에 나섰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베이진의 글로벌의학부 및 신규시장개발 담당 수석 부사장이자 한국법인을 총괄하고 있는 토드 얀시(Todd Yancey) 박사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베이진이 가진 철학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한국 진출의 의의와 시장 전략을 들어봤다.
얀시 박사는 30년 넘게 의사로 일해왔으며, 주로 글로벌 생명공학 임상 개발 및 의학부에서 활동해왔다. 베이진에는 2017년 2월 면역 종양학 글로벌 임상 개발 수석 부사장으로 합류해 글로벌 고형 종양 임상 프로그램 및 조직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완전히 새로운 타깃의 항암제 개발에 집중…상업화단계 포함 30개 이상 프로그램 개발 중
베이진은 고형암 및 혈액암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미 상업화 단계에 들어선 후기 단계 임상 자산 3개와 초기 단계 8개, 자체 디스커버리 및 암젠(Amgen) 등 파트너사와의 협력으로 발굴한 20개 이상의 화합물(compounds)을 포함해 다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얀시 박사는 "현재 개발하고 있는 의약품으로는 30개 이상 프로그램이 있다. 중국의 두 군데에서 연구를 담당하는 600명 가량의 디스커버리 과학자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이미 나와있는 약을 카피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개발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타깃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이미 출시된 계열(class)의 약물이라도 우리는 1세대의 또다른 두 번째, 세 번째 약물이 아닌, 제형 또는 기전상 개선된 2세대, 3세대와 같은 차세대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프로그램이 국제적인 프로그램이라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얀시 박사는 "기존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특정 나라에서 개발한 뒤 후기 개발단계에 이르면 각 나라에 어떻게 마케팅할지 논의하는 반면, 베이진은 개발 초기 단계에서 인터내셔널하게 다국적을 포함시킨다는 점에서 전략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발의 첫번째인 1상 연구를 독특하게 호주와 뉴질랜드, 한국에서 많이 수행한 뒤 중국과 미국, 유럽, 남아메리카 등으로 확장시키는 전략으로 나가고 있다. 기존 다국적 회사가 한국에서 후기 임상을 많이 하는 반면 전기 임상은 그렇지 않은 것과 달리 베이진은 한국에서 1상과 2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적응증 따라 아시아에서의 연구에 우선순위…한국, 초기 임상에 적합한 국가라 판단
실제로 베이진은 2015년부터 약 5년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7개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아 임상시험을 진행해왔다.
얀시 박사는 "6개의 다른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한 단일요법 및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연구로, 대부분 1상과 2상이고 3상도 포함돼 있다. 이 숫자는 점점 늘어갈 예정이다"면서 "신생 조직임에도 의학부나 허가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포함해 임상개발에 참여하는 풀타임 근무자가 이미 47명으로 올해와 내년, 내후년으로 갈수록 점점 성장하는 조직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베이진이 초기 임상 개발을 위한 국가로 왜 한국을 주목하게 됐을까. 이는 결국 베이진의 철학과도 연결된다.
얀시 박사는 "메이저 시장을 위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약제가 필요한 환자들이 빨리 약제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 철학이다"면서 "임상개발은 환자에게 얼마나 빠르게 약제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인지 기회를 설정하는데 중요하며, 이런 측면에서 한국이 적합한 나라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획득하고자 하는 적응증이 식도암이나 위암, 폐암, 간암 등 서양인에 비해 아시아인에서 유병률이 높은 암종에 대해 빠르게 개발하려면 아시아 국가에서 연구하는 것이 맞다. 이런 질환에서 선두되는 임상 연구자들이 한국에 많기 때문에 한국을 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얀시 박사는 "대부분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미국과 유럽 시장에 제품을 출시한 다음 아시아 국가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특정 적응증에 대해서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아시아에서 먼저 개발한 뒤 미국과 유럽으로 확장해나가는가 하면, 어떤 적응증에 대해서는 전 세계에서 동시에 개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베이진의 4가지 차별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베이진을 중국에 헤드쿼터를 둔 중국 기반의 바이오회사라 생각한다. 그러나 얀시 박사는 베이진을 중국 회사이기 보다는 다국적 제약회사로 봤으면 한다고 했다. 중국에서 시작된 회사이고 중국에서의 활동이 많으나, 이는 중국의 인구가 많고 환자가 많기 때문에 발생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현재 베이진은 중국에서는 베이징과 상하이에 오피스를, 광저우와 쑤저우에 제조 시설을 가지고 있으며, 그 외에도 호주의 시드니와 멜버른, 미국은 서부 및 동부에 5곳, 유럽은 스위스에 오피스를 두고 있다.
얀시 박사는 "다국적 회사들은 보통 본사라는 개념이 있고 본사에 모든 시설이 집중돼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단일 헤드쿼터를 추구하지 않으며, 작은 여러개의 오피스가 5개 대륙에 펼쳐져 있는 구조다. 하나의 커다란 헤드쿼터 본사 아래 수직적인 조직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평적인 조직이다. 우리는 환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기존의 다국적 제약회사와 구사하고자 하는 전략과 모델이 다른 '차세대 다국적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4가지 차별점을 제시했다.
그 첫번째는 회사의 철학이다. 베이진은 혁신적인 첨단 의약품을 합리적이고 적절한(affordable)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을 추구한다. 중국에서 진행되는 임상시험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자체적인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는데다, 의약품을 많이 판매해 원가와 비용을 절감시키는 전략을 통해 이를 실현할 수 있다.
얀시 박사는 "약제가 아무리 혁신적이라도 환자가 그 가격을 전혀 감당할 수 없다면 결국 소외되고 만다. 환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감당할 수 있는 약가로 개선된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신념으로 회사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중국에 많은 미충족 의료수요가 존재하지만, 외국계 제약회사들이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베이진은 노바티스와 암젠, 세엘진과 같은 글로벌 빅파마와의 제품 개발 및 판매 협업 경험을 통해 중국에서의 비즈니스 실행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진다.
세 번째로 기존에 있는 약과 비슷한 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선된, 완전히 새로운 타깃의 약만 개발한다는 점에서도 강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특정 나라에서 신약이 덜 개발되거나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에 차별성을 가진다.
얀시 박사는 "일반적으로 다국적 제약사는 신약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계획을 세울 때 단계를 나눠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1단계는 미국이나 유럽이고, 한국은 대부분 2단계에 해당한다"면서 "반면 베이진은 모든 전체 국가를 1단계로 설정해 허가 절차를 100개 나라에서 동시에 진행한다"고 말했다.
"한국에도 베스트인클래스 약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가져오겠다"
베이진의 이러한 차별화 전략은 한국 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예정이다.
얀시 박사는 "아직은 출시된 제품이 없지만 2개 적응증이 식약처에 접수돼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제품을 출시한다면 전체 회사의 미션, 철학대로 베스트인클래스(best-in-class) 약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며, 미충족수요를 충족시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약가와 급여가 굉장히 쉽지 않은 국가 중 하나다. 그런 점을 잘 이해하고 있고 여기에 맞게 한국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제를 조기에 공급하는 것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정확한 가격대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베이진코리아가 혁신신약을 더 저렴한 가격에 한국 시장에 공급하게 된다면, 제약시장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얀시 박사는 "우리는 제약시장에 에코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으며, 다른 회사들도 이 점을 생각했으면 한다. 조금 더 빨리 움직여 환자들이 빨리 좋은 치료제를 만날 수 있도록 변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얀시 박사는 한국의 제약바이오 기업들과의 협업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연구자 주도 임상이나 회사 주도 임상연구를 통해 이미 한국의 연구자와 많이 협업하고 있으며, 신약 탐색 단계에서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미 우리가 가진 자산과 병용해 좋은 효과가 예상되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문을 두드려달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얀시 박사는 "우리는 좋은 치료제를 합리적인, 적절한 가격으로 환자들에게 빨리 전달하겠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신약이 나왔을 때 전 세계 모든 환자들이 시기의 제약을 받지 않고 치료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이러한 점에서 베이진이 차세대 다국적 회사라는 점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토드 얀시(Todd Yancey) 베이진(BeiGene) 글로벌 의학부 및 신시장개발 수석부사장, MD
전 바이오마린 파마슈티컬(BioMarin Pharmaceutical) 글로벌 의학부 그룹 부사장
전 클로비스 온콜로지(Clovis Oncology) 글로벌 의학부 수석부사장
전 메디베이션(Medivation) 글로벌 의학부 부사장
전 오닉스 파마슈티컬즈(Onyx Pharmaceuticals) 임상개발 수석부사장
코넬대 일반 내과 및 HIV 감염 펠로우십
뉴욕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내과 레지던트
버지니아 의과대학 M.D.
버지니아대학교 생물학 및 심리학 학사
전 바이오마린 파마슈티컬(BioMarin Pharmaceutical) 글로벌 의학부 그룹 부사장
전 클로비스 온콜로지(Clovis Oncology) 글로벌 의학부 수석부사장
전 메디베이션(Medivation) 글로벌 의학부 부사장
전 오닉스 파마슈티컬즈(Onyx Pharmaceuticals) 임상개발 수석부사장
코넬대 일반 내과 및 HIV 감염 펠로우십
뉴욕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내과 레지던트
버지니아 의과대학 M.D.
버지니아대학교 생물학 및 심리학 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