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고현준 인턴기자 충북의대 본1] 필수의료 중 외과계인 일반외과와 흉부외과는 2022년 레지던트 지원 현황에서 각각 68%, 39.6%의 지원율을 보였다. 신경외과는 87명 정원에 105명이 지원(128.0%), 지원자가 정원을 초과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낳았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의사가 필수의료에 지원할 수 있을까.
박진규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대외협력회장·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PMC박병원 원장)과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신경외과 의사의 진로와 필수의료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에 무엇이 있을지 알아봤다.
-신경외과 전공을 선택하고 종합병원을 설립하기까지 거쳐온 여정이 궁금하다.
생명을 다루는 게 멋있다고 생각해서 신경외과를 지원했다. 주 80시간 근무 규정이 없던 예전에는 하루에 서너 시간을 자면서 근무했다. 주치의로 봐야 하는 환자는 100여명이었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항상 뛰어다녔다. 우리나라에서 근무 강도가 높은 순으로 나열하면 100위 안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당시에도 신경외과 지원자는 많은 편이었다. 2명 정원에 7명이 지원하곤 했다. 수련을 마치고 나면 미래가 보장된 과라는 인식이 있었던 게 이유였던 것 같다. 수련 후 군복무를 마치고 봉직의로 7~8년 근무하다 일하던 병원이 부도가 났다. 이후 계획에 없던 개원을 하게 됐고 지금까지 왔다.
-신경외과 수련을 마치면 대학병원에 남아 바이탈(vital)을 볼 수도 있고 개원가에서 봉직의로 근무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교수 임용을 기다리다 봉직의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무엇이 원인일까.
우리 병원에 교수 임용 제의를 마다하고 봉직의로 일하고 있는 의사가 있다. 대학에서 교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근무하고 연구와 논문 작성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교수직보다 봉직의를 선택하는 이유에는 경제적인 측면과 속한 조직의 특성 등이 있는 것 같다. 대학은 명예와 정년이 보장되지만 위계질서가 있는 조직 생활과 업무에 따르는 책무를 감당해야 한다. 봉직의나 개원의는 금전적인 면에서 보상이 크고 대학보다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 레지던트 모집 시 정원대비 일반외과는 68%, 흉부외과는 39.6%의 전공의가 지원했다. 신경외과는 정원을 초과한 수가 지원했다. 바이탈 외과계만 비교해 보았을 때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신경외과는 다루는 분야가 다양하다. 뇌수술, 뇌출혈, 뇌혈관 스텐트 등 생명과 직결된 뇌를 다룰 수도 있지만 척추를 볼 수도 있다. 신경외과 의사 중 70%가 척추, 30% 정도가 뇌를 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원의 중에서 절반 가량은 수술 없이 통증치료, 시술, 재활치료 등을 한다.
결국 수련을 마친 뒤의 미래가 전공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다. 흉부외과는 개원가에서 환자군 자체가 너무 적다. 개원의 대부분은 통증, 성형 등 전공과 상관없는 업무를 하고 있고 일부 전문의만 정맥류 전문의원과 같은 전공에 연계된 일을 하고 있다.
일반외과는 개원을 병원급으로까지 하는 경우도 있지만 환자군이 많지 않다. 대장항문, 치질과 치루를 주로 다룬다. 예전보다는 일반외과 개원이 늘었지만 수요가 많지 않아 쉽지 않다. 신경외과는 봉직의와 개원의의 다양한 진로가 가능해 전공의 지원율이 높게 유지되는 이유로 보인다.
-필수의료 진료과는 소송의 위험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전공을 선택하는 데 소송의 위험이 실질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할까.
신경외과 수술, 특히 뇌 수술 자체가 위험성을 안고 시작하는 의료 행위다. 수술 전에 환자와 보호자 모두 위험을 인지하기 때문에 결과가 좋지 않아도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상당히 적은 편이다. 오히려 성형외과, 정형외과가 소송이 가장 많다.
의사가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것은 민사소송보다 형사소송이다. 의사라는 직업의 특성 상 어느 과에서는 환자가 잘못돼 생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진료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고 환자와 유대관계를 쌓았다면 문제가 심각해지는 경우는 적다. 의사로서 책무에 소홀하다 사고가 났을 때 문제가 커지기 쉬운데,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아예 피하기는 어렵다. 특정 과를 떠나 의사로서 감수해야 할 위험이라고 본다.
-필수의료를 선택하고자 하는 의사가 진로선택에 앞서 고려해볼 것은 무엇이 있을까.
전공의 때 일주일에 한번 저녁 9시에 퇴근해서 아침 6시에 출근하곤 했다. 신경외과 의사 수가 적어서 당직이 많기도 했다. 지금은 전공의법 때문에 그만큼 고되지는 않을 것이다.
필수의료 진료과는 환자 치료에서 신경써야 할 주요 포인트들이 있는데, 이를 놓치면 환자가 심각한 상태로 갈 수 있다. 신경외과는 다른 과에 비해 환자의 치료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육체적인 피로가 더해지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치료나 수술 중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많은 것도 고려해야 한다. 수술 중에 갑자기 출혈이 터지는 응급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신속하게 판단해야 한다. 개원가에서 혼자 일하다 보면 그런 순간에서 대처하기 더 어렵다. 의사의 실력이란 의학적 지식에서 오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하고 경험도 많아야 한다.
-외과계열 전공에서 갖춰야 할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 있을까.
외과 의사에게 사자의 심장, 소녀의 손, 독수리의 눈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수술 실력은 의학적 지식에서 온다. 해부학에 자신이 있어야 수술이 빠르고 실수가 없다. 외과의사의 가장 기본은 해부학인 것이다. 환자의 생사가 오가는 상황이 생길 때 혼자서 최종 의사결정을 침착하게 하기 위해서 많은 경험이 요구되기도 한다. 수련을 마치고도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없다면 수련 후에 펠로우를 평균보다 조금 더 길게 하는 것이 좋다. 금전적인 기회비용은 감수해야 하겠지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긴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접근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필수의료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서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
미국의 전공의 지원율과 급여를 보면 심장수술, 뇌혈관 수술을 하는 의사의 급여가 가장 많고 그 다음 정형외과였다. 내과와는 급여가 3~4배차이가 나고 지원율도 훨씬 높다. 대체로 외과계 지원율이 높았는데 보상이 확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힘든 일의 경제적 대가를 확실히 제공하는 것이 제대로 된 보상이라고 본다.
수가를 보면 일본은 수술 수가와 재료비가 별도로 산정된다. 수술을 평일과 주말, 일과 중과 새벽 등으로 나눠 모두 다르게 수가를 매기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수가에 재료비의 별도 산정 없이 수술비와 모두 함께 산정돼 있어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일회용으로 쓸 물건을 여러 번 재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전보다는 개선됐지만 우리나라 신경외과 수가는 일본에 비해 작게는 10% 수준으로 인정되고 있다.
정부도 수가가 저평가된 것은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시에 수가를 정상화하기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단계적으로 수가를 정상화하려 하고 있고 그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필수의료에 충분한 보상이 되지 않으면 결국 국민이 손해를 본다. 공공의대를 만들어 강제로 필수의료에 배치한다고 해도 그 의사들이 의무 근무 후에도 필수의료를 담당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의사의 사명감과 환자를 치료하는 보람만으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경제적 보상이 따라야 한다. 수가 개선이 아닌 수련 보조 수당 등의 미봉책으로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수련을 마친 후의 진로가 더 중요하지 않은가. 정치계도 전향적으로 바뀌어 가는 것 같고 더 늦어지면 돌이킬 수 없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가지고 있다. 의협도 수가 개선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