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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암 수술할 의사가 사라진다”…연간 위장관외과 전임의 지원 2~6명

    일본의 3분의 1·미국의 5분의 1 수준 수가…“위암 수술만 원가보상률 80%”

    고난도·장시간 수술에도 보상 낮아 젊은 의사 외면…학회, 수가 현실화 요구

    기사입력시간 2026-09-17 15:46
    최종업데이트 2026-09-17 15:46

    대한위암학회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이혁준 이사장은 ‘KINGCA WEEK 2026’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세계 최고 수준의 위암 수술 실적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정작 위암 수술을 이어갈 젊은 외과의사는 사라지고 있다. 전국에서 위장관외과 전임의로 새롭게 진입하는 의사가 한 해 5~6명에 불과하고, 적게는 2명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위암학회는 고난도·장시간 위암 수술의 난이도와 업무 강도를 반영하지 못하는 건강보험 수가가 인력 감소를 초래한 핵심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현재와 같은 수가 구조가 이어지면 위암 수술 인력의 고령화와 지역별 격차가 심화돼 환자가 제때 수술받지 못하는 필수의료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한위암학회는 17일 서울 더그랜드롯데호텔에서 열린 ‘KINGCA WEEK 2026’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위암 수술과 위장관외과 인력의 위기 상황을 공개하고 정부에 건강보험 수가 현실화를 촉구했다.

    이혁준 이사장(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은 “전국에서 1년 동안 위장관외과 세부전문의를 지원하는 인원이 보통 5~6명이고 어떤 해에는 2명에 불과하다”며 “이는 앞으로 위암 수술을 담당할 의사가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선택하지 않는 주요 이유로 낮은 수가와 사법 위험, 과도한 업무 강도를 꼽았다. 다만 위암 분야는 다른 초응급 외과 영역보다 사법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만큼 전임의 감소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낮은 수가와 열악한 근무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위암 수술은 표준화가 잘돼 있고 치명적인 합병증이 다른 외과 영역보다 빈번한 편은 아니다”라며 “위장관외과에 후학이 들어오지 않는 주된 이유는 사법 위험보다는 저평가된 수가와 도저히 맞추기 어려운 일·생활 균형에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소화기암 원가보상률 102%라지만…위암만 떼면 80%

    학회가 가장 큰 문제로 지목한 것은 위암 수술의 난이도와 실제 업무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건강보험 수가다.

    학회에 따르면 국내 위암 수술 수가는 단순 비교 시 일본의 약 3분의 1, 미국의 약 5분의 1 수준이다. 국내 다른 고난도 수술과 비교해도 심장이식이나 간이식 수가는 위암 수술의 5배 이상이며, 대장암 수술 수가도 위암 수술의 약 2배에 달한다.

    정부는 소화기암 수술 전체의 원가보상률이 102%로 낮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위암 수술만 분리하면 원가보상률이 약 80%에 불과하다는 게 학회의 분석이다.

    이혁준 이사장은 “소화기암 전체를 묶으면 수가가 원가의 102%라는 결과가 나오지만 위암만 따로 보면 80% 수준”이라며 “질환과 수술별 특성을 세밀하게 구분하지 않은 채 평균값으로 접근하면 어느 분야가 실제로 저평가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위암 수술은 위를 절제한 뒤 소화관을 다시 연결하는 문합술과 광범위한 림프절 절제술이 필수적이지만, 이 같은 고난도 술기에 대한 별도의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식도암 등 일부 암종에서는 문합 과정에 별도 수가가 책정돼 있지만 위암 수술에는 이같은 보상체계가 없다. 림프절 절제 범위가 넓어지거나 4기 위암 환자에게 대동맥 주변 림프절까지 절제하는 고난도 수술을 시행해도 난이도에 따른 보상 차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복강경 수술 수가 역시 수술의 난이도와 시간보다는 사용 재료를 중심으로 가산되는 구조다.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복강경 위암 수술과 비교적 짧은 충수절제술·담낭절제술에 유사한 복강경 가산이 적용돼 고난도 수술의 가치를 제대로 보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 이사장은 “소아외과 등 일부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는 최근 대폭 인상됐지만 위암 수술은 상대적으로 지원에서 소외됐다”며 “외과 분야에서 이제 위암 수가의 저평가 문제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계가 배우러 오는 위암 수술인데 정작 한국 의사는 외면”

    낮은 수가는 단순히 의료기관의 수익 문제에 그치지 않고 위장관외과를 선택하는 젊은 의사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위암 수술은 대부분 대학병원에서 이뤄져 개원가가 참여할 여지가 거의 없다. 대학병원 의사들은 수가가 낮아도 환자 진료를 중단하거나 보상 인상을 요구하기 어려웠고, 병원 역시 다른 진료과의 수익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위암 수술체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고난도 수술에 따른 책임과 장시간 근무에 비해 보상과 향후 진로가 불투명해지면서 젊은 외과의사들이 위장관외과를 기피하기 시작했다. 전임의 감소가 지속되면 현재 교수진이 은퇴한 이후 위암 수술 역량 자체가 단절될 수 있다는 게 학회의 우려다.

    역설적으로 한국의 위암 치료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해외 젊은 의사들이 복강경 위암 수술과 내시경 치료를 배우기 위해 국내 의료기관을 찾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해당 분야를 선택하는 의사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혁준 이사장은 “위암 수술은 환자에게 감사받을 수 있고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와 논문을 만들 수 있는 분야”라면서도 “그럼에도 전국 지원자가 한 자릿수에 그친다는 현실을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위암 치료는 완치를 향해 발전하고 있지만 전문가 집단은 후학이 들어오지 않아 사실상 ‘불치’의 상태로 가고 있다”며 “현재의 불합리한 수가 구조가 위장관외과 전문의 감소를 넘어 위암 필수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학회도 지난 8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 보험정책 세미나를 열고 위암 수술의 원가보상률과 세부 행위별 수가 문제를 전달했다. 현재 복지부와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문합술과 림프절 절제술, 고난도 복강경 수술 등의 행위를 세분화한 수가 개선안을 마련해 정부에 제안할 예정이다.

    한편 대한위암학회 창립 30주년을 맞아 열리는 KINGCA WEEK 2026은 ‘30 Years of Excellence: Challenging the Limits of Gastric Cancer Cure’를 주제로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된다. 올해 학술대회에는 824명이 등록했으며 361편의 초록이 접수됐다. 학회는 진행성·4기 위암의 완치 가능성과 복막전이 치료, 인공지능을 활용한 위암 진료 등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