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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족 "이대목동병원의 과도한 영리추구와 감염관리 실패가 근본적 원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유가족 "저수가 문제 아냐…사건 본질 흐리지 말아야"

    기사입력시간 2018-02-08 06:05
    최종업데이트 2018-02-08 07:43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부모들이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하나같이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의료계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단순히 저수가와 인력 부족 문제가 아니며 이대목동병원의 과도한 영리추구와 감염관리의 실패에 있다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은 7일 인구정책과 생활정치를 위한 의원모임이 주최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집단사망사건,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유가족들은 의료계와 정부 등 관련 담당자들이 판단한 문제점과 대책방안을 함께 들어보고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 사망 신생아의 아버지 A씨는 이대목동병원을 비롯한 의료계의 행보를 질타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 의료계가 인력부족과 저수가 등의 문제가 있다는 점에는 반박하지 않는다"라며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의료계가 주장하는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A씨는 "우리 부모들은 한번도 안아주지 못한 아이를 눈앞에서 잃는 고통을 겪었다. 사망하기 전날에도 의료진은 4명의 아이 모두 이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면서 "어떻게 이런 사건이 발생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의문이 풀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12일 이번 사건의 원인을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의한 패혈증으로 결론 내렸다. A씨는 "아이들 주사제에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 아이들에게 투여했던 영양주사제 스모프리피드가 오염된 것"이라면서 "이대목동병원 주사준비실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이대목동병원 주사준비실에 각종 균이 서식할 수 있는 싱크대가 바로 옆에 있으며, 실제로 질병관리본부 조사결과 해당 싱크대에서도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고 말했다.
     
    A씨는 "이대목동병원은 스모프리피드 500ml를 구비해 5명의 아이들에게 나눠 투약했으며, 실제로 심평원에는 1명의 아이에게 500ml를 전부 다 쓴 것으로 청구했다"면서 "만약 이대목동병원이 가장 작은 용량인 100ml를 사용해 한 병씩 주사했더라면 이렇게 집단으로 감염됐을까 싶다"고 말했다.
     
    A씨는 "이대목동병원이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불가항력적인 사건이 아니라 돈을 우선시하다 환자 안전을 챙기지 못해 사건이 발생했다"며 "돈 욕심이 아이들을 죽였다"고 흐느꼈다.

    A씨는 "의사단체들은 이 문제와 관련해 수가 이야기를 하고, 의료진에게 죄를 물으면 누가 신생아실을 담당하느냐, 신생아실을 폐쇄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며 "수가가 낮으면 허위청구를 해도 되는 것이냐고 묻고 싶다. 수가가 낮으면 신생아실에 바퀴벌레가 돌아다닐 정도로 비위생적이어도 되느냐"고 꼬집었다.
     
    또한 A씨는 "의사들이 지적하는 저수가 등 개선할 문제를 반박할 수 없지만 저수가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죽었다는 주장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신생아 사망자 아버지인 유가족 B씨도 이대목동병원의 무책임함을 질타했다. B씨는 "병원은 처음부터 패혈증 신호를 보이는 아이들을 무시했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 모두 사망하기 전 패혈증 사인이 나타났다. 아이의 심박수가 230까지 올라갔다는 간호기록지도 확인했다"라며 "너무 불안해 점심 면회 때 면회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시간이 종료돼 의사를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B씨는 "담당 전공의가 오후 5시가 넘어 수혈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했고, 20분 뒤 도착했을 때 이미 아이는 심정지 상태였다. 담당 교수는 6시가 넘어서 나타났다"면서 "왜 그렇게 아이들을 방치했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대목동병원은 당시 전공의 5명이 한꺼번에 사표를 제출해 남은 2명의 전공의가 모든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전공의만 비난할 생각은 없고 병원이 책임져야 한다"라며 "생명을 담보하는 중환자실에 의사가 없다면 교수라도 나와서 아이들을 봤어야했다"고 말했다. 이어 "패혈증을 처치할 의사도 없으면서 아이들을 방치한 것은 관리부실을 넘어 도덕적 해이로 보인다"고 울분을 토했다.
     
    B씨는 "게다가 당시 아이들에게 투약한 스모프리피드 주사제는 개봉 후 실온 20도에 보관했다"면서 "해당 주사제는 개봉 후 즉시 사용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24시간 안으로 2~8도로 보관해야 한다는 기본지침이 있지만, 이대목동병원은 이 마저도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은 기본적인 감염관리지침에도 맞지 않는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B씨는 "그럼에도 이대목동병원은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됐으며, 의료기관인증평가도 받았다"라며 "보건당국과 의료기관 인증평가기관 등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들은 이번 사건으로 마녀사냥식의 처벌은 원치 않지만, 잘잘못은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망한 아이들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관련제도와 정책, 법률적인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이러한 비극을 막을 수 있도록 문제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한 유가족 B씨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에게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임현택 회장은 지난달 26일 서울지방경찰청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확한 감염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진을 범죄자 취급하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달 18일에는 이대목동병원 사태를 유발한 궁극적 책임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있다며 건정심 위원장과 위원 25명을 직무 유기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B씨는 "유가족들은 목숨과도 같은 아이를 보냈다. 우리라고 수많은 사람들을 고소·고발하지 않고 싶겠냐"면서 "그렇다고 고소·고발을 남발할 수 없는 것은 떠난 아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씨는 "관계도 없는 회장이 나와 무더기로 고발하는 꼴을 지켜보기 괴롭다"면서 "본인들 집단 이익에 조금이라도 해가 된다고 생각한 것 같지만, 이 사건이 조사되고 처리되는 과정에서 유족들도 참고 있는 무더기 고발은 자제해 달라"고 전했다. 실제로 임현택 회장은 해당 토론회에 직접 참석했으나 토론회가 끝나기 직전 자리를 떴다.

    한편, 유가족은 보건복지부에 이대목동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처벌 등 규정에 대해 묻자 복지부는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의료정책과 정은영 과장은 “과실 부분은 현재 경찰이 조사를 하고 있어 우리가 검토할 것은 아니다”라면서 “수사결과가 나와야 처벌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