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1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당정의 검토 의견을 보고 받았다.
앞서 당정은 14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공식적으로 건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대통령도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짓고 이날 국무회의에선 모두발언을 통해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했다는 점을 언급할 예정이다. 이외 이날 국무회의에선 건강보험 정상화를 위한 재정 포퓰리즘 탈피 등 국정 방향 설명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간호법 거부권 행사의 이유는 법안이 여야 합의 없이 통과됐다는 점과 보건의료인 간 갈등이 조장돼 협업 시스템이 저해되고 국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한 재의요구를 최종 의결할 가능성이 높다. 법안으로 인한 보건의료계 직역 갈등이 심화되고 이 문제가 국민 건강과 직결될 수 있는 것이 이유"라고 말했다.
거부권이 행사되고 난 뒤, 간호법안이 국회로 돌려보내지게 되면 사실상 법안 폐기 수순을 밟게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법안이 통과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대통령 거부권 1호 법안인 양곡관리법도 결국 폐기됐다.
다만 법안이 이대로 폐기될 경우, 양분된 보건의료계 갈등이 봉합되기 어려워 한동안 간호법 후폭풍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 이후 예고된 간호협회 단체행동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간협은 15일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여한 회원 10만5191명 중 10만3743명(98.6%)이 적극적인 단체행동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간협이 파업 등 극단적인 투쟁은 하지 않겠다고 밝혀 '준법 투쟁' 방식이 유력한 상황이라 현행법상 불법인 진료보조인력(PA) 간호사만 파업에 참여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병원에 고용된 간호사가 현행법 아래에서 준법 투쟁을 하긴 쉽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편 간호협회는 16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소 의원들도 11시 20분 국회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대통령 거부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반복되는 거부권 행사는 입법부 무시이자 국민 모독이다. 거부권이 남발되면 거부권의 무게가 가벼워진다"며 "입법독주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