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정부는 절충안을 제시해 의료계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선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급여 신고 의무화 관련해) 아직 막바지 논의 중에 있다. 세부내용이 모두 확정되는 6월까지는 아무도 최종안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심평원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화 임하는 중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도 의료계의 우려를 의식한 듯, 적극적으로 절충안 모색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진행된 '비급여 보고체계 도입 위한 4차 자문회의'에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복지부는 영수증과 세부내역 제출 방식이 의료기관의 행정부담을 가장 줄일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를 제출토록 하는 방식을 염두하고 있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환자의 성명과 주민번호를 제외하고 정보를 제출하거나 또는 제출된 환자 개인정보를 고유식별정보 처리토록 하는 시스템 구축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환자의 정보를 별도의 동의 없이 제출토록 하는 것은 현행법상 가능하다"며 "성명과 주민번호 등 민감한 정보는 직원이 임의로 확인할 수 없도록 필요하다면 고유식별정보처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환자단체와 소비자단체는 이번 정책이 정부의 비급여 통제기전이 아닌 환자의 합리적 선택기준을 넓힐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암시민연대는 지난달 27일 자문회의에서 "개정안 취지에 따르려면 비급여 항목의 선별적 보고는 타당치 않다. 이번 제도는 비급여에 대한 통제기전이 아닌 환자의 합리적 선택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공개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단체도 "의료적 행위로 이뤄지는 모든 비급여가 보고대상이 돼야한다"며 "다만 의료기관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간과 시점을 조절하는 것은 가능하다. 비급여 공개 시, 의료기관별 비교보단 항목별 가격대를 보여주는 것이 의료이용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반면 의료계는 영수증과 세부내역 발급이 의료기관에서 기본적으로 이뤄지는 행위인 만큼 이를 그대로 제출토록 하면 행정부담이 미미하다는 정부 측 생각은 잘못이라고 맞서고 있다. 모든 환자에게 진료비 세부내역을 발급하지 않기 때문에 보고를 위해 이를 매번 발급하도록 하면 막대한 행정부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비급여 중 필요정보의 우선순위를 설정해 필수의료가 아닌 분야에 대해선 최소한의 정보만을 보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거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특히 비급여 보고를 위한 추가적인 행정 소요에 대한 보상도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병원협회, 한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의료계를 대표하는 4개 단체는 4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력 상황 등을 감안해 의료계 4개 단체와 정부 간의 협의를 통해 일정 규모 이하 의료기관은 비급여 보고와 공개를 강제가 아닌 임의조항으로 규율해야 한다"며 "비급여 통제 정책 추진을 즉각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보험파트에 정통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청구시 함께 제출하는 것은 절충안이 아니라 이전 자료제출보다 더 강경한 요구다"라며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통해 질병별로 소요되는 총진료비를 파악하게 되고, 이는 결국 비급여의 청구나 심사와 다를 바 없다. 또한 점점 정부가 정하는 양식이 복잡해질 것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점점 입력해야 할 양식이 복잡해지면서 비급여 처방을 위한 기준과 조건이 까다로워질 것"이라며 "이는 의료기관의 빈익빈부익부로 이어지고 이어 국민들의 의료선택권에도 큰 장애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