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 주요 보험사와 PBM(Pharmacy Benefit Manager)들이 처방약 목록에 바이오시밀러를 올리기 시작하는 가운데, 어떻게 등재되는지에 따른 장단점을 분석한 결과가 나왔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암젠(Amgen)이 최근 '바이오시밀러 2018 트렌드 보고서: 바이오시밀러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약 80페이지 분량으로, 크게 ▲바이오시밀러의 이해 ▲바이오시밀러의 잠재적 혜택 ▲주요 이해 관계자들을 위한 고려사항 ▲기타 고려사항 등 네 가지 파트로 구성돼 있다.
미국 국민들은 대부분 사보험사를 통해 의료비에 대한 보험 적용을 받는데,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보험 유형은 고용주가 후원하는 근로자 보험(employersponsored insurance)이다. 미국 전체 인구의 49%에 해당하는 1억 5740만 명이 근로자 보험에 가입돼 있어, 고용주도 의료 시스템에 큰 영향을 행사하며, 바이오시밀러의 주요 고객(audience)에 해당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01~2015년 사이 의료 혜택 비용이 2배로 증가하면서 직원 복리후생비가 24% 증가했다. 보험사(payer)의 의료 비용 추세도 최근 몇 년간 완화되긴 했지만 2013년 이후 연간 6~7.5% 사이로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보고서에서는 바이오시밀러가 어떻게 커버리지 되고, 처방약 목록에 등재되는지, 필요한 치료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지가 고용주와 보험사에게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사들도 고용주와 비슷한 맥락에서 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과 동시에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보험사 처방약 목록에서 바이오시밀러와 오리지널이 어떻게 구분되느냐에 따른 장단점을 알아보기 위해 2가지 시나리오를 비교 분석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바이오시밀러를 선호군(Preferred Tier)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을 비선호/스페셜티군(Non-preferred/Specialty Tier)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보험사는 2가지 상표명(brand name) 처방약을 사용해야할 경우 비용이 저렴한 약을 선호군, 상대적으로 비싼 약을 비선호군으로 구분해 비선호군을 구입하면 추가 비용을 환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스페셜티 의약품은 고가 항암제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 등 특수한 경우에 사용하는 약으로, 보험사로부터 사전 승인(prior authorization)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사들은 환자가 저렴한 선호약품을 먼저 사용했는지 등을 심사해 그렇지 않은 경우 보험료 지급을 거부하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바이오시밀러를 선택한 환자는 지출을 낮출 수 있고, 여전히 오리지널에 대해 비교적으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는 환자 친화적이지만 시나리오2만큼 바이오시밀러 이용률을 유도하지 못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바이오시밀러가 어느 정도 시장 점유를 확보할 수는 있지만,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전반적인 의료 비용을 낮춘다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바이오시밀러에 이상적인 상황이다. 바이오시밀러를 처방약 목록에 등재하는 대신 오리지널은 목록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더 고가 티어(tier)에 속한 오리지널을 바이오시밀러로 교체하면서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크게 확대시킬 수 있다.
이 효과는 산도스(Sandoz)의 작시오(Zarxio)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대형 PBM인 유나이티드헬스(독립 PBM), CVS 헬스(약국과 통합된 PBM), 익스프레스 스크립트(보험회사와 통합된 PBM)는 처방약 목록에 오리지널을 제외하고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하기 시작했다. 이 세 회사는 미국 처방 의약품 시장에서 80~85%를 커버하고 있다.
CVS 헬스와 유나이티즈헬스는 2017년 보험급여목록에 오리지널 의약품인 뉴포젠을 제외하고 바이오시밀러인 작시오를 등재했다. 익스프레스 스크립트는 올해부터 뉴포젠을 작시오와 테바의 그라닉스로 대체하기로 했다.
그 결과 현재 레미케이드(Remicade) 바이오시밀러인 셀트리온 램시마(미국 판매명 인플렉트라), 삼성바이오에피스 렌플렉시스가 미국에서 더디게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과 달리, 작시오의 시장점유율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오리지널에 대한 환자 접근이 비교적 제한적이며 사전 승인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어려움이 있다.
보고서는 "에이밸리어 헬스(Avalere Health) 연구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첫 번째로 허가한 바이오시밀러는 출시 2년 뒤 근로자 보험의 94%에서 커버하고 40% 이상은 바이오시밀러를 선호브랜드군(preferred brand tier)으로 구분하고 있었다"면서 "이 시나리오와 비교했을 때 두 번째로 FDA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는 출시 7개월 뒤 근로자 보험의 42%만이 커버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두 시나리오는 간단해 보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남아있다. 바이오시밀러 확산을 위해 오리지널을 처방약 목록에서 제거한 경우, 현재 오리지널을 사용하고 있는 환자가 고령이 됐을 가능성, 반대로 오리지널이 여전히 처방약 목록에 남아있으면서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동일하다면 바이오시밀러로 전환해야 할 플러스 요인이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편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재정절감 효과를 크게 체감하기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헬스케어 의사 결정권자들은 바이오시밀러가 의약품 비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지만, 이들 제품이 즉각적으로 크게 예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2016년에 의료기관과 구매 컨설팅 그룹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응답자들은 바이오시밀러가 스페셜티(specialty) 의약품 지출을 줄일 것으로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2017년에 실현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은 응답자의 8.5%에 불과했다"면서 "2018년에 감소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는 응답자는 21.4%, 2019년 13.4%, 2020년 25%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주요 보험사와 PBM들은 처방약 목록에서 오리지널을 바이오시밀러로 대체하기 시작했다"면서 "많은 구매자와 의료 공급자가 바이오시밀러를 오리지널의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 제품으로 간주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