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폴란드 병원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개별 제품의 급여 등재 여부보다 병원의 공공조달 구조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폴란드에서는 상당수 병원용 의료기기가 제품별로 별도 급여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비용 안에서 사용되고, 실제 어떤 제품과 브랜드를 구매할지는 병원이 입찰 등을 통해 결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의료기기는 별도의 급여·가격협상 절차를 거쳐 제품에 따라 시장 진입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
글로벌 인증기관 GCB(Global Certification Body) 아담 소반카(Adam Sobantka) 대표는 15일 보건복지부 주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관으로 열린 '메드텍 인사이트 2026'에서 'MDR 규제 대응부터 폴란드 시장 진출까지'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병원용 의료기기, 급여 등재보다 '누가 사는지'가 중요
이날 소반카 대표는 폴란드가 의료기기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폴란드 의료기기 시장은 약 45억달러 규모로, 제조·수입·유통 관련 사업자는 5000여곳에 달한다. 반면 현지 의료기기 제조사는 300여곳에 그친다.
소반카 대표는 "폴란드에서 사용되는 의료기기의 약 70%가 수입품인 만큼 해외 제조사에는 기회가 있다"며 "다만 어떤 환자를 치료하려는지, 어떤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폴란드의 공공의료 비용 지급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폴란드에서는 보건부가 정책과 급여체계를 결정하고, 국민건강기금(NFZ)이 병원과 의료기관에 의료서비스 비용을 지급한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상당수 의료기기는 제품별로 별도 급여가 책정되기보다 의료행위나 서비스 비용 안에 포함된다. 이에 병원은 지급받은 비용 안에서 필요한 의료기기를 조달하고 실제 사용할 제품과 브랜드를 선택한다.
소반카 대표는 "NFZ가 비용을 지급하더라도 어떤 의료기기를 사용할지는 병원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반면 보청기와 휠체어, 요실금 관련 제품, 연속혈당측정(CGM) 센서 등 일부 의료기기는 별도의 급여체계를 적용받는다. 이들 제품은 유형별로 지원 한도가 정해지며 제품 가격이 이를 넘으면 환자가 차액을 부담한다.
혈당측정 시험지나 일부 전문 상처관리 제품은 보건부에 신청한 뒤 보건의료기술평가기관 AOTMiT의 임상적·경제적 평가와 가격협상 절차 등을 거친다. 다만 이 같은 별도 급여경로는 일부 제품에 해당하며, 병원에서 사용하는 상당수 의료기기는 조달을 통해 실제 제품이 선택된다.
"제품 따라 판매경로 다르다…현지 유통전략도 고려해야"
폴란드에서는 제품 특성에 따라 판매경로부터 달라진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전문 의료기기는 직접 판매하거나 현지 유통업체·도매상을 통해 공급하는 B2B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반면 드레싱이나 기본 응급처치 제품 등 일부 의료기기는 약국과 온라인 약국, 의료용품 전문매장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도 있다.
소반카 대표는"시장에 진입하기 전 의료기기를 어떤 방식으로 유통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며 "현지 독점 유통사를 선택할 수도 있고 여러 지역 유통업체를 활용하거나 폴란드 법인을 직접 설립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언했다.
병원 시장에 진출할 경우에는 현지 유통업체의 제품 포트폴리오와 조달 경험도 살펴야 한다. 병원이 의료기기 한 종류만 개별적으로 구매하기보다 여러 품목을 함께 조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폴란드 병원은 하나의 의료기기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제품을 함께 조달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지 유통업체를 선정할 때는 단순한 판매망뿐 아니라 병원 조달 경험과 취급 제품군, 자사 제품과 함께 공급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격 경쟁에서 끝나지 않는다…입찰 전, 의료진 접점·사후서비스까지 준비해야
병원 조달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입찰뿐 아니라 그 이전부터 실제 제품을 사용할 의료진과 접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소반카 대표는 "병원에 진입하려면 먼저 해당 기기를 실제로 사용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며 "학회나 컨퍼런스가 이들과 접점을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공공병원 입찰에서는 제품 가격과 기술사양뿐 아니라 품질과 보증기간, 유지보수, 의료진 교육, 납품 이후 지원 등도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 최종 결정 이전에 샘플을 제출하거나 현지 의료진이 직접 제품을 시험하는 경우도 있다.
소반카 대표는 "병원은 의료기기만 주문하지 않는다. 병원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도 함께 요구한다"며 "교육과 납품 이후 서비스,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의료진에 대한 지원까지 입찰 조건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입찰에 참여할 때는 계약조건명세서(SWZ)와 기술요건, 평가기준, 보증·서비스 조건 등을 확인해야 한다. 장기간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지, 고장 발생 시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지 등 현지 서비스 역량도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가격 전략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폴란드 공공입찰은 종료 후 가격 정보가 공개될 수 있어 한 번 제시한 가격이 후속 입찰에서 비교 기준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입찰이 끝나면 가격이 공개돼 경쟁사들도 가격 수준을 알 수 있다"며 "입찰에 참여할 때는 이후 가격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약금액과 실제 매출 발생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임플란트처럼 병원에 제품을 비축해 두더라도 실제 환자에게 사용됐을 때 비용이 지급되는 품목이 있기 때문이다.
소반카 대표는 "큰 규모의 계약을 수주하더라도 병원이 즉시 대금을 지급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임플란트의 경우 병원에 제품을 공급해 두더라도 실제 사용됐을 때 비용이 지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 진출에는 유럽연합(EU) 의료기기 규정(MDR)에 따른 CE 인증뿐 아니라 현지 규제 대응도 필요하다. 제품에 따라 폴란드 의약품·의료기기·생물학적제제 등록청(URPL)에 통지해야 하며, 일반인이 사용하는 의료기기는 사용설명서(IFU)와 라벨 등을 폴란드어로 제공해야 한다.
소반카 대표는 "MDR은 유럽에서 의료기기를 판매하기 위한 첫 단계"라며 "폴란드 시장에 진입하려면 현지 요건을 충족하는 동시에 제품에 맞는 판매경로와 유통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