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는 8월 9일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고액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을 방지하기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소위 '문케어'를 마련해 발표했다.
건강보험 혜택을 확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보장률<표 1>이 지난 10년간 60% 초반에 정체돼 있고,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효과가 미흡하다는 것이 문케어를 발표하게 된 배경이다.
연도 | 2005년 | 2010년 | 2011년 | 2013년 | 2015년 |
보장률 | 61.8% | 63.6% | 63.0% | 62.0% | 63.4% |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의 비중이 높아 국민들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다. 가계 직접부담 의료비 비율이 36.8%로 OECD 평균(19.65%) 대비 약 2배에 가깝다. 이는 중증질환으로 인한 고액 의료비 발생 위험에 대비하는 책임이 상당 부분 국민 개인에게 맡겨져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 암치료 보장성확대 협력단(KCCA: Korea Cancer Care Alliance)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에서 허가된 항암 신약은 29%만이 보험급여가 된 반면, 다른 질병의 약제들은 67%에 보험 급여가 적용됐다(IMS Health analysis). 항암 신약의 보험급여, 지연, 급여범위 제한은 건강 악화로 인한 육체적·경제적 부담을 야기하며 암 환자 개인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문케어는 모든 의학적 비급여의 건강보험 편입을 기치로 하고 있다.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비급여는 신속히 급여화 하되, 비용·효과성이 다소 낮은 서비스에 대해서는 본인부담 비율을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예비급여'로 건강보험에 편입해 관리할 계획이다.
이로써, 예비급여의 본인부담률은 30~90%가 되고, 3~5년 후 평가 결과에 따라 급여, 예비급여, 비급여 여부를 결정하게 되며 예비급여 대상 서비스는 약 3,800여 개에 달한다.
지난 해 말 한국 암 치료 보장성확대 협력단은 갤럽을 통해 암 환자 현황 및 인식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본인부담비율 상향 조정에 대한 설문에서 47%의 환자들은 본인부담률의 상향 조정에 동의했고, 44% 환자는 치료제 비용의 20%까지 환자 순수 부담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는 본인부담을 일부 늘려서라도 고가의 신약 항암제를 쓰고자하는 절박함도 있으나, 타 질환과의 형평성이나 경제성 평가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야기되는 사용 지연에 대한 선제적 타협처럼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문케어가 제시한 예비급여는 비용·효과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필요한 항암 신약에 대해서는 비급여도 건강보험 영역으로 편입해 본인부담이 줄어들고, 가격 및 실시 현황 등을 모니터링해 관리할 수 있는 타당한 제도로 판단된다.
그러나 비급여의 급여화는 의료계, 특히 개원가의 상당한 반발을 받고 있다. 개원가는 그 동안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진료수가에 대해 비급여 진료에 의해 그 차액을 보전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적정한 진료수가가 마련돼야 한다.
약제는 약가협상 절차가 필요한 특성 등을 고려해 현재의 선별등재(positive) 방식을 유지하고 앞서 언급한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자등 적용하는 선별급여를 도입한다.
최근 평가 기간을 확대해 2007년 1월부터 8월까지 허가받은 항암 신약의 급여율을 분석한 결과 55%로 나타났으며, 현재 급여평가위원회 통과 품목 등을 고려하면 올해만 10개 이상이 급여권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가 후 급여가 적용되기까지의 기간은 781일로 나타나 오히려 악화됐다. 이는 그동안 지체됐던 약제들이 급여화가 진행되면서 급여율은 상승했지만, 소요기간은 더 길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그나마 급여화는 개선된 상황이지만 향후 급여의 장기화를 줄이는 것 역시 과제임은 분명하다.
신규 약제 등재시 급여결정 기준의 탄력적 적용과 등재 후 약제급여기준 확대에도 불구하고 항암제 급여와 관련해 환자의 접근성이 여전히 낮다. 또한, 급여기준 설정 과정에서 임상시험 대상으로 약제 적용범위를 제한함에 따른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항암 신약의 높은 가격과 비용·효과성의 입증이 어려워 보험급여 등재가 늦어지면서 환자의 접근성이 저하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험 급여 등재 이전에 다양한 제도를 통한 구제책이 요구된다.
심평원은 높은 가격 때문에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동시에 접근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희귀의약품과 항암제에 대해 외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별도 기금에 의한 제도를 고찰하고 시사점을 발표했다(약학회지 제61권 제2호 100-108, 2017).
결과에 따르면, 외국의 경우 희귀의약품과 항암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기금이 대부분 국가재정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구제(rescue) 차원의 윤리적인 이유로 시행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항암제의 경우 별도의 기금보다는 어떤 형태로든지 100% 급여로 지원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항암제 건강보험 재정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동안 8천억 원대에 머물면서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OECD 국가별 총 약제비 지출 중 항암제가 차지하는 비율은 우리나라가 9%로 OECD 평균인 1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그 동안 보험급여의 제한으로 항암제 재정지출이 현저히 낮았음을 의미한다.
대통령이 직접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선언하고, 이를 위해 5년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30조 6천억 원의 재정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건강보험 누적흑자 21조 원의 절반과 국가 재정 지원을 제시했다. 아울러 건강보험료 인상은 지난 10년간 평균보다 높지 않도록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위험분담제 도입은 암 환자의 고가 항암 신약 접근성을 개선하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재정적 부담 분배와 함께 항암 신약의 신속하고 원활한 등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라 생각한다. 선별급여제와 위험분담제의 병행은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환자의 신약 접근성 향상에 부가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항암 신약의 환자 보장성 강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급여화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노력이다. 문케어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고액 비급여 의료에 대한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의 제도화와 지원 대상자 확대, 예비급여제도 도입과 더불어 중증 4기 암 환자가 최신 항암 신약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허가와 동시에 급여 등재화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또한, 항암제, 희귀질환, 중증질환에 특화된 기금 마련을 위한 합의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위험분담제, 사용량 약가연동제 등 의약품에서 나온 환급금을 모아 의약품 보장성에 재투자할 수 있는 소위 '중증·희귀·암질환 약제 지원 기금'을 조성해 비영리적 운영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