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다이이치산쿄(Daiichi Sankyo)의 블록버스터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이 새로운 유방암 데이터를 통해 호르몬수용체(HR)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탈리아 밀라노대학교(University of Milan) 주세페 쿠리글리아노(Giuseppe Curigliano) 박사가 5월 31일~6월 4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4)에서 DESTINY-Breast06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엔허투는 HR 양성, HER2 저발현 및 초저발현 환자에서 내분비 치료 후 진행된 암 성장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적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여러 차례 내분비 요법 후 질병이 진행됐거나 이전에 보조요법 또는 1차 내분비 요법에서 질병이 빠르게 진행된 HR 양성, HER2 저발현 또는 초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현재 표준 치료는 화학요법이다.
쿠리글리아노 박사는 "내분비 요법은 HR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 치료 초기에 널리 사용되지만, 한 가지 이상 치료를 받은 뒤 추가 내분비 기반 치료에서 효능이 제한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연구 결과는 전이성 유방암을 분류하고 치료하는 방식에 잠재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HR 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 초기에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을 사용하고 내분비요법 후 표적치료제 혜택을 받지 못했던 새로운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 사용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HER2 저위험(n=713) 및 초저위험(n=153명)인 전이성 유방암 환자 86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모든 참가자는 내분비 요법으로 최소 한 번 이상 치료를 받았고, 거의 모든 참가자(90.4%)가 CDK4/6 억제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엔허투(n=436) 또는 의사가 선택한 화학요법(n=430)을 받도록 배정됐다.
연구 결과 HER2 저발현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엔허투군에서 13.2개월, 화학요법군에서 8.1개월로, 엔허투는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8% 감소시켰다. 전체 임상시험 환자군에서 PFS 결과는 비슷했다.
사전 지정된 탐색적 분석에 따르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PFS 개선은 HER2 저발현 환자와 HER2 초저발현 환자 간에 일관되게 나타났다. HER2 초저발현 환자에서 엔허투는 화학요법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22% 감소시켰고,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각각 13.2개월, 8.3개월을 기록했다.
HER2 저발현 환자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엔허투군 56.5%, 화학요법군 32.3%였다. 초저위험 환자에서는 엔허투군의 ORR이 61.8%로 화학요법군 26.3%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엔허투군은 심각한 부작용 없이 더 오랜 기간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치료 기간 중앙값은 11개월로 화학요법군 5.6개월에 비해 더 길었다.
아스트라제네카 수잔 갤브레이스(Susan Galbraith) 종양학 R&D 부문 수석 부사장은 "DESTINY-Breast06은 HR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면서 "이 결과는 엔허투가 치료 초기에, 그리고 이전에 HER2 표적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었던 더 많은 HER2 발현 유방암 환자에게서 치료 결과를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다이이찌산쿄 켄 타케시타(Ken Takeshita) 글로벌 R&D 책임자는 "이번 결과는 HER2 발현 수준이 매우 낮은 종양에서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주며, 이는 광범위한 HER2 발현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쿠리글리아노 박사팀은 전체 생존(OS) 결과를 평가하기 위해 환자를 계속 추적 관찰할 계획이다. 또한 환자 보고 결과를 포함한 다른 2차 평가변수 데이터를 계속 분석하고 탐색적 중개 분석도 수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