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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평원 RWD 전향적 플랫폼 구축, 실제 효과에 기반한 약가 관리 추진

    앞으로 전향적 연구 3년여간 시행...제약사와 급여 RWE 자료 제출·약가조정 계약조항 추가

    기사입력시간 2020-11-13 06:53
    최종업데이트 2020-11-13 06:53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후향적 연구를 통해 임상시험 결과와 실제임상현장에서의 의약품 효능 차이를 객관적으로 도출했다. 이를 근거로 심평원 청구자료는 물론 유관기관, 병원 의무기록 등 실제임상자료(RWD)를 바탕으로 한 약가관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13일 심평원 의약품 급여관리를 위한 실제임상근거(RWE) 플랫폼 마련 후향적 연구(연구책임자 김동숙·변지혜)에 따르면 '전향적'연구 필요성을 밝히면서, 이를 추진하기 위해 국내 실제임상근거(RWE) 플랫폼 기반을 마련하고 제약사와 신약 등재 계약시 RWE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약가조정 가능성을 명시하도록 했다.
     
     표 = 의약품 안전성 확인을 위한 국가 차원의 RWD 플랫폼 구축 현황.

    심평원은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근거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의 기준과 원칙에 따라 약제 급여를 관리하고 있으며, 급여관리에 있어 등재 시점의 임상적 유용성은 약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등재 시점에서 보험 당국이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자료는 약제의 허가를 위해 수행된 무작위대조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이 있다. 약제의 RCT 결과를 효능(Efficacy)이라고 하는데 효능은 실제 임상 현장과 달리 잘 통제된 조건에서 기준에 맞게 선정된 적은 수의 환자가 규칙적으로 약제를 투여받고 단기간에 나타난 결과다.

    반면 임상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기저질환과 생활습관을 가진 다양한 환자가 오랜 기간 약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임상현실에서 확인된 약제의 효과(Effectiveness)는 효능과 다를 수 있다. 

    실제 국제 임상 암학회를 중심으로 효능에 기반한 약가와 임상 현실에서 보고되는 효과와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으며, 국제기구에서도 실제임상자료(리얼월드데이터·Real-World Data, RWD)를 활용한 고가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의 등재 이후 모니터링을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약품비 증가와 함께 항암제, 희귀질환치료제 등의 증가율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심평원 청구자료에 따르면 급여약품비는 2013년 13조 2413억원에서 2019년 19조 3388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항암제의 약품비는 같은기간 동안 6821억원에서 1조 2079억원으로 연평균 증가율 15.4%씩 상승했고, 희귀의약품 역시 21.6%의 급격한 연평균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에 심평원 국내 RWD의 수준을 파악·보완해 의약품의 급여관리에 활용 가능한 RWD를 수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연구를 수행한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RWD인 건강보험청구자료를 심평원이 관리하고 있는 동시에 심평원은 현재 진료비 청구 자료부터 비급여 정보가 포함된 DUR자료, 의약품 유통 자료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RWD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연구는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1세부, 2세부로 나누어 진행됐으며, 임상전문가, 약물역학전문가, 통계전문가와 협업해 이뤄졌다. 1세부는 심사평가연구실에서 맡아 문헌고찰과 청구자료 빅데이터 분석 등을 수행했다. 2세부는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주관으로 의료계, 역학, 통계, CRO(임상시험 수탁기관) 등이 연구진 컨소시엄을 구성해 병원 진료기록 RWD 수집체계를 수축한 후 임상적 성과를 분석했다.

    연구를 위해 프랑스, 독일, 호주, 대만, 일본, 이탈리아, 스웨덴 등 7개국이 RWD를 활용해 시행한 임상 재평가, 급여관리 제도를 고찰했으며, 소라페닙토실레이트(sorafenib tosylate) 성과연구와 에베로리무스(everolimus) 성과연구 등도 고찰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실제임상자료(RWD) 수집을 위한 플랫폼 문헌을 살펴봤으며, 유럽의 혁신 의약 이니셔티브(IMI)가 마련한 더 나은 결과를 위한 빅데이터(Big Data for Better Outcomes, 이하 BD4BO)의 빅데이터 프로토콜 개발, 방법론, 환자 참여 방법 등도 분석했다.

    이외에도 국내 병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s, EMR) 현황 등 국내 실제임상자료(RWD)를 파악하고, 의약품 급여관리에서 불확실성이 있는 대상 약제의 선정기준과 관련 약제의 문헌도 검토했다.
     
     표 = RWD 플랫폼(각각의 국내 실제임상자료(RWD)를 심평원 플랫폼에 하나로 수집) 구축 및 활용 방안 모식도.

    그 결과, 독일은 의약품의 가격과 사용량 관리를 통해 사후평가를 시행하고 있으며 추가 편익제도(Add benefit assessment)를 도입해 약가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제약사는 등재 후 추가 확인된 임상적 편익을 증명하기 위해 실제임상근거(RWE)를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탈리아는 AIFA에서 실제임상근거(RWE)를 이용해 2년마다 재평가를 실시하며, 프랑스는 2017년 HAS에서 3개의 의약품에 대해 RWE를 고려한 재평가를 시행해 알글루코시다  제알파(alglucosidase alpha)와 이필리무맙(ipilimumab)을 급여에서 제외시켰다.

    소라페닙 토실레이트(sorafenib tosylate) 생존기간 비교 연구와 에베로리무스(everolimus)의 성과연구 등을 분석한 결과, 신약 등재 당시의 불확실한 가치를 재확인했다.

    또한 라무시루맙(ramucirumab)의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전체생존 기간의 중앙값은 약 240일(7.9개월)로 RCT의 9.6개월 보다 짧게 나타났으며, 트라스투주맙 엠탄신(trastuzumab emtansine)의 급여등재 후 생존커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전체생존기간의 중앙값은 약 449일(15개월)로 RCT에서 보고된 29.9개월(Dieras et al, 2017)이나 22.7개월(Krop et al, 2017) 보다 짧았다.

    심평원 연구팀은 "이미 주요 선진국가들은 실제임상근거(RWE)를 활용해 의약품 급여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의약품급여관리 과정에서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판단될 때 국내 RWE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 먼저 국내 실제임상자료(RWD)의 질적 향상과 연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팀은 "의약품의 비용효과성 평가에 필요한 항목을 추가로 조사해야 한다"며 "등재
    이후 국내 실제 임상현실에서 의약품의 비용효과성 평가(경제성 평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상 약제의 효과뿐만 아니라 삶의 질(효용), 실제 비용 등의 정보가 필요하지만 현재 국내 RWD에는 해당 정보가 없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환자가 대상 약제를 사용한 시점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므로 추가 조사는 전향적 연구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심평원 연구소는 해당 결과에 따라 내년부터 RWE에 기반한 의약품 급여관리를 위해 전향적 연구를 시행할 계획이다.

    전향적 연구를 위해 신약 등재시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RWD수집이 결정되면 제약사는 대조군(현재 사용 중이거나 직전 사용 약제)을 포함한 자료 수집 조건의 급여관리 계약을 실시하고, 제약사는 계약에 따라 연구계획서를 수립하며 RWE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 계약사항에는 RWE 결과에 따라, 해당 약제의 약가가 조정될 수 있다는 것과 제약사의 공급 의무 준수를 명시하도록 했다.

    해당 의약품 사용 시 급여관리을 위해서 환자 및 요양기관은 심평원 데이터베이스로 월 1회 이상 업로드를 하고, 국가 레지스트리가 구축되면 시판 후 안전조사 또는 경제성평가가 가능하므로 제약사에서 RWD 레지스트리 운영비용을 부담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 요양기관의 중복 조사, 입력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각 유관기관 목적에 맞게 통합 레지스트리를 구축하고, 통합적 자료 연계를 추진해 국내 실제임상자료(RWD)로 활용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연구팀은 "RWE 기반의 급여관리를 하려면 RWD의 연계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요양기관의 자료 접근성을 개선하고 의무기록 충실도를 높이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추후 국내 RWD에서 도출된 국내 RWE를 활용한 의약품 급여관리 제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WD수집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약제의 급여기준 확대 시(예: 면역항암제의 두경부암에 기준 확대 시 등)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고시)’나 ‘암환자에게 처방‧투여하는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심사평가원 공고)’에 자료제출을 의무화하고, 자료제출이 의무화된 약제 사용 시 의사가 특정 내역 혹은 줄단위 특정 내역에 입력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또한 국내 실제임상근거(RWE)를 활용하는 로드맵을 수립하기 위해서 심평원은 물론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의료연구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암등록센터 등 유관기관과 임상 학회, 제약사, 환자단체 등 이해관계자, 약물역학, 사회약학, 보건경제, 통계학 등 학계가 모여 국가 차원의 RWE 활용 로드맵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