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데이터 분석 기술이 발달하고 빅데이터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리얼월드 데이터(Real World Data)에 대한 인식과 활용이 의약품 규제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데이터 통합과 교육 컨설팅, 시판 후 안전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균관대 신주영 교수는 8일 열린 글로벌 바이오 컨퍼런스 2020(GBC 2020) 유전자재조합의약품 포럼에서 'RWD/RWE의 국제동향, 필요성과 한계' 주제발표를 통해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는 리얼월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이며 어떤 사례를 벤치마킹하면 좋을지 등을 공유했다.
미국에서는 2016년 21세기 치유법이 통과되면서 리얼월드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급물살을 탔다. 시판 후 안전관리 측면에서는 오랫동안 사용돼 왔고, 적응증 추가나 신약 허가에서도 단일군 임상시험을 하며 비교군으로 레지스트리를 쓰거나 무작위대조군임상(RCT)를 진행하면서 결과변수를 측정할 때 청구자료와 연구하는 형태 등 새로운 혁신 방법들을 많이 도입하고 있다.
시판 후 안전관리는 2007년 시판 후 약물감시체계를 강화하는 미국 연방 식품 의약품 화장품법(FDAAA) 개정법이 통과되고 미니센티넬을 시작하면서 전역에 흩어진 데이터를 분산형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더불어 모아진 데이터를 내부적으로 빠르게 분석하는 시스템까지 만들었다.
신 교수는 "미국은 굉장히 효율적인 방식으로 공보험과 사보험, 병원 데이터까지 모았다"면서 "보통 의약품 안전성 규명을 위해 최소한 1년을 가지고 분석하고, 데이터를 얻는데만 3~6개월이 걸린다. 그러나 발사르탄과 라니티딘 NDMA 불순물 사태와 같이 의약품 안전성 이슈가 발생해 굉장히 빠르게 대처해야 할 때가 있다. 미국은 센티넬로 대표되는 자체적으로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이러한 이슈가 터졌을 때 스폰서에게 관찰연구를 지시하기 전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돌려본다"고 설명했다.
유럽은 PASS(Post-Authoiration Safety Study)를 기반으로 시판 후 안전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가이드라인만 제공하고, 스폰서들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CRO를 통해 시판 후 안전관리 연구를 많이 진행한다.
또한 리얼월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약개발 허가를 가속화하는 것과 신약개발 시 비교군으로 활용하기 위한 레지스트리 구축 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 교수는 "지금까지 EMA는 스폰서에게 데이터를 만들어오도록 한 뒤 심사하는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변화해 학계, 병원과 레지스트리를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신약개발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있어 활용할만한 레지스트리가 많지 않아 장기적으로는 EMA의 이니셔티브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럽에서 열심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컨설팅과 교육이다. 전문가를 많이 양성하고 심사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기 위해 리얼 프로젝트라는 교육 프로젝트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이 또한 벤치마킹해 산업계에 적용하기 위한 교육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일본의 변화가 우리에게 가장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했다. 일본은 신약 재심사제도를 기존대로 500~1000례 사용 성적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과 기존 임상시험에서 나왔던 중요한 부작용 1~2가지를 가설로 두고 가설을 검증하는 형태로 진행하는 데이터베이스 연구 2개 트랙으로 나눴다. 신약개발 측면에서도 국가 차원에서 레지스트리를 구축하고 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문제제기가 많이 되는 부분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것은 좋은데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트랙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일본은 전역에 있는 국공립병원, 건강보험 자료를 연결하는 MID-NET을 구축해 PMDA에서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면서 필요시 제약업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500만명까지 데이터를 모았다고 한다"면서 일본의 방식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12월 일본과 비슷한 방식으로 의무기록 데이터베이스로 불리는 병원 자료나 청구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고 신약 재심사 가이드라인이 변경됐다. 신 교수는 현재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고, 올해 말이나 내년이면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의 청구 자료는 5000만 전국민을 커버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비급여 약제나 환자의 상세한 임상 정보나 진단 정보, 진단 타당조에서 문제가 있고, 병원 자료는 청구 자료보다 정보가 풍부하고 데이터 활용이 용이하지만 전국에 흩어진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이슈라는 점을 지적했다. 레지스트리 데이터 또한 대한류마티스학회에서 운영하는 생물학적 제제 레지스트리처럼 잘 설계해 전향적으로 수집하면 좋은 자료원이 되지만, 대부분 약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신 교수는 "일본은 MID-NET을 구축하기 전 리얼월드 데이터에 기반한 시판 후 약물감시를 위한 프로젝트로 미하리(MIHARI)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했다"면서 "데이터 구축에 신경써서 산업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QVIA 리얼월드솔루션 부사장 및 CSO인 낸시 드라이어(Nancy A. Dreyer) 박사는 '의약품 허가 단계에서 RWD의 혁신적인 적용사례' 주제발표에서 데이터 소스 연결(linkage) 사례를 소개했다.
드라이어 박사는 "한국에서는 데이터 연결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고, 안 되는 국가가 많지만 기존 데이터와 연결하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면서 "독일과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 등에서는 임상 후 추적관찰을 위해 리얼월드 데이터를 사용하는데, 앱 기반 환자자기평가결과(PRO)와 웹 기반 정보관리시스템(eCRF)을 통해 수집된 1차 자료를 전자의무기록(EMR) 데이터에 연결한다. 노르딕 국가들과 프랑스는 앱 기반 PRO에 질병 레지스트리를 등록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QVIA에서는 토큰화 방법을 사용한다. 예를들어 서드파티 데이터를 인수할 때 서트파티 측에게 해독될 수 없는 암호 아이디, 즉 토큰을 생성하도록 한 뒤 사용하는 방법이다. CRO들이 환자의 식별정보를 보지 않더라도 암호화된 아이디를 받으면 유럽처럼 다양한 데이터 세트와 결합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RCT 또는 비개입연구 환자를 외래약국 처방전과 의료비 청구자료 보험 청구자료, 전자의무기록 등 풍부한 데이터 자산과 연결할 수 있다. 드라이어 박사는 일부분만 연결하더라도 비용을 크게 상승시키지 않으면서 소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드라이어 박사는 "기존 데이터가 없다면 환자에게 직접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다"면서 "EMA와 임신부들의 약물복용 안전성 검증연구를 위해 4개국에서 임신부를 모집해 약물복용 현황과 출산 시 아기 상태에 대해 조사했다. 임신 중 복용중단 약물의 단기 사용 사례나 임신 중 처방받지 않은 약물 사례 등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을 수 없는 많은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드라이어 박사는 "코로나19에 대해 환자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특정 행위로 인해 유해성에서 본인을 얼마나 지킬 수 있는지 파악하는 연구도 진행했다. 이 연구에서는 어떤 증상이 있는지 기술하고 정기적으로 수개월에 걸쳐 보고하도록 했다"면서 "승인되지 않은 약물 처방 사례를 통해 용도 변경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당뇨약이나 혈압약이 코로나에 대한 위험을 증대시키는지, 비타민 보조제와 아연 복용이 실제로 코로나 위험을 경감시키는지 등도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드라이어 박사는 "리얼월드 데이터를 통해 아이이어를 발굴하고 유망한 아이디어를 RCT로 검증하거나, 리얼월드 데이터를 통해 얼마나 일반화가 가능한지 볼 수 있다. RCT를 통해서만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은 그릇됐고, 오히려 코로나 대응에서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RCT나 RWD 중 하나의 근거가 다른 근거보다 우월하지 않으며 상호 보완적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