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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출신 심평원 연구소장 "심뇌혈관센터·외상센터·어린이병원 적자 면하는 묶음수가 개발하겠다"

    3차 상대가치개편 '기본 진찰료' 개선·RWE 기반 약가 사후관리 추진 등 앞으로 계획 밝혀

    기사입력시간 2020-11-04 06:56
    최종업데이트 2020-11-05 15:09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이진용 교수가 건강보험 싱크탱크인 심사평가연구소장으로 자리했다. 기본진찰료 개편과 리얼월드데이터·에비던스(RWD·RWE) 중심의 약가 재조정 등을 추진하는 한편, 권역심뇌혈관센터, 권역외상센터 등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묶음수가' 방식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심평원 이진용 연구소장은 지난 3일 출입기자협의회 간담회를 통해 향후 업무추진 계획과 방향성을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소장은 1974년 천안 출생으로 충북의대를 졸업한 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의료관리학 석·박사를 취득했으며, 건양의대 교수, 서울시 보라매병원 공공의학과장, 대한의사협회 공공보건이사, 한국의료질향상학회 총무이사, 대한공공의학회 편집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6월 17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심평원 연구소장 공개모집 절차를 거쳐 지난 8월 18일 임명됐으며, 임기는 오는 2023년 8월 17일까지다.

    이 연구소장이 공개모집을 지원한 이유는 평소 전달체계 등 의료시스템 개선, 신포괄수가제 확대 등 새로운 지불제도, 상대가치 개편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건보 정책연구를 통해 보건의료체계 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고 판단, 새로운 의료시스템과 지불제도 마련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심평원 연구소장에 지원한 것이다.

    새로운 의료시스템과 지불제도 마련...진찰료 개편과 심뇌혈관·외상센터 등 수가 개편

    이 연구소장은 "건강보험체계를 완성하는 세계 최고의 건강보험 연구소가 될 수 있도록 우선 개인과 조직의 연구역량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민주당의 민주연구원, 국민의힘의 여의도연구소처럼 정책을 선제적으로 개발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심평원 연구소의 업무 70%가 정책과 제도를 뒷받침하는 연구고 기초와 새로운 내용(선제적 개발)을 연구하는 비율은 30%에 그치는데, 이를 기초 20%, 새로운 연구 30%, 정책 등 현안대응 지원을 50% 비중으로 가겠다는 방침이다.

    이 연구소장은 "3년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이를 완전히 변화시키기는 어렵겠으나, 일단 기초연구와 새로운 내용에 대한 연구를 40%까지는 끌어올릴 것"이라며 "특히 가장 먼저 할 연구는 권역심뇌혈관센터, 권역외상센터와 어린이병원 등이 적자를 면하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수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소장은 "현재 행위별수가제에서 이들에게 수가만 올려주는 방식으로는 적자를 면할 수 없다. 흉부외과 수가 인상, 분만수가 가산 등의 정책처럼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가 권역외상센터장을 맡으면서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는데,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개별 수가가 아닌 특수한 곳에 적용하는 통수가(묶음수가)방식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연구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수가 적용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기본진찰료' 개선을 중심으로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연구도 마무리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소장은 "상대가치를 개편해도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미 분야별 연구가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이며, 내년부터 의약계 논의를 거쳐 2023년 단계적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사안인만큼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라며 "현재 가장 왜곡돼 있는 기본 진찰료를 신경써서 개편안을 만들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불필요한 검사로 손해를 보완하는 지금의 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업무 전환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연구소의 업무체계도 개편해나갈 예정이다. 이 소장은 "정부의 한국판 뉴딜을 뒷받침 하기 위해 'HIRA디지털뉴딜추진단'이 '보건의료빅데이터 활용·사업화'를 중점 관리 프로젝트로 지원하고 있다"며 "심평원의 ICT 기반 건강보험 관리,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뉴노멀시대에 적합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OECD 보건의료 질과 성과 워킹그룹 국제회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국제 미래포럼, 심평포럼 등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며 "국제사회, 의료계, 학계 등 이해관계자와 뉴노멀 시대의 보건의료체계 패러다임을 재설계하기 위한 전략도 공유·연구 중"이라고 부연했다.

    "리얼월드데이터 근거로 한 약가재조정 추진...심평원이 반드시 해야 할 일" 

    한편 이 소장은 임기 동안 약가 사후관리와 재조정을 위한 연구도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

    이 소장은 "제약사 임상시험은 100~1000명 정도의 제한된 환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 임상현장과 결과적인 차이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임상연구에서 100이라는 효과가 나왔으나, 환자들이 직접 사용한 결과 50정도의 효과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평원은 건강보험 급여관리기관이기 때문에 RWE를 통해 의약품의 시판 후 효과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결과에 따라 약값을 재조정하는 사후관리도 시행해야 한다"면서 "당연히 효과가 더 좋으면 급여범위 확대 등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까지 후향적인 연구를 통해 RWE 연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앞으로 3년간은 전향적인 연구를 시행할 예정"이라며 "전향적 연구 결과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RWE에 따른 가격 재조정 제도를 임상현장에 적용하기까지는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소장은 "해당 제도를 시행할 경우 제약사 등에서 반발할 가능성이 있으나, 이는 약가 협상·계약 시점에서 커미션 조항으로 'RWD에 따른 약가재조정'을 넣어 분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약가는 5000만 단일시장인 동시에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 반영되기 때문에 반드시 추진해야 할 제도"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