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가정의학과 과목 명칭 변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확정된 것은 아직 없지만 '통합의학과', '가족주치의과' 등이 새로운 과목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2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 대한가정의학회는 학회 전회원을 대상으로 과목 명칭 변경 설문조사를 실시 중이다.
가정의학과 의사를 대상으로 과목 명칭 변경 수요를 조사하고 새로운 전문과목명까지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목적이다.
가정의학회 관계자는 "과목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회원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하게 됐다"며 "다만 아직 논의 초기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실제로 전문과별 명칭 변경 사례는 많다. 대부분 시대 변화에 따라 진료 범위가 확대되고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명칭 변경이 이뤄져왔다.
2004년에만 임상병리과가 진단검사의학과로, 치료방사선과가 방사선종양학과로, 마취과가 마취통증의학과로, 해부병리과가 병리과로, 일반외과가 외과로 명칭을 변경했다.
또한 2007년엔 영상의학과(구 진단검사과), 소아청소년과(소아과), 2012년에 정신건강의학과(신경정신과), 직업환경의학과(산업의학과), 2018년에 비뇨의학과(비뇨기과) 등이 명칭 변경에 성공했다.
가정의학과 명칭 변경 추진은 오래된 문제다. 지난 2013년 당시 김영식 이사장이 '가족주치의학과'로 명칭 변경을 추진했지만 학회 평의원회에서 무산됐다. 다만 명칭 변경 무산 이후에도 주니어 교수들과 가정의학과 전공의 등 젊은의사들을 중심으로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정의학과라는 명칭이 쓰이기 시작한 시초는 미국의 'Family medicine'이다. 이를 가정의학으로 직역해 모든 전문과목을 포괄하는 전방위적인 진료와 일차의료 등을 지칭해왔다.
그러나 종합적인 일차의료를 강조하다 보니 '깊이가 얕다'는 편견이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이들은 최근 일본에서 가정의학과를 대체할 수 있는 '통합의학(종합의학)과'가 만들어진 점에 주목한다. 이는 전통적인 가정의학의 개념보다 포괄적인 범주를 다루며, 종합진료의사로서 고령사회를 맞아 일차의료에서 커뮤니티케어를 떠받치는 주치의 등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시대가 변하면서 가정의학이라는 명칭 자체가 모호하고 일반 대중들에게도 쉽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다. 과목의 정체성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이름으로 변경해야 한다"며 "다만 이미 가정의학과라는 명칭으로 인지도가 쌓여 있다는 이유로 명칭 변경을 반대하는 교수들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시니어 교수층"이라고 말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강경태 회장은 "주로 젊은 층에서 명칭 변경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좋은 시도라고 본다"며 "단기간에 소수 의견만으로 결정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결정했으면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