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일본 정부는 고령화에 따른 지속적인 의료비 증가를 막기 위해 올해 새로운 의약품 가격 책정제도(이하 약가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 이와 관련한 후속조치를 반영하면서 제약업계에 그 파장이 미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고충성 일본 후쿠오카무역관은 최근 '일본 예산안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이 사실을 전했다.
일본은 2016년도 말부터 약 1년에 걸친 논의 끝에 의약품 가격에 대한 개혁안을 확정하고, 올해 4월 약가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약가제도 개혁은 획기적인 신약에 대해서는 높은 가격을 책정하되 그 이외의 약품 가격은 적극적으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고 무역관은 "2018년도 예산안에서는 의료기관에 지불되는 공적 자금 중 의사의 인건비와 개호 보수(장기요양 종사자의 처우)에 대한 지원을 소폭 인상한다"라며 "대신 약품 가격에 해당하는 약가(薬価)를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약가제도 개혁에 따라 일본 내 대부분의 의약품 가격은 향후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 무역관은 그 여파로 "일본 4대 제약회사(다케다, 아스테라스, 다이이치산교, 에자이)에서 신규 채용규모를 축소하고 명예퇴직을 촉진하는 등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라며 "모 글로벌 제약회사의 일본 법인에서는 2017년 말부터 약 250명 규모의 정리해고를 추진하는 등 제약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빠른 속도로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일본 제약업계의 재편이 주목되는 이유다.
고 무역관은 4대 제약회사 외에도 중견 제약회사, 의약품 전문상사에서도 인력 재편, 경영 슬림화 등의 움직임이 폭넓게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타나베미츠비시제약(田辺三菱製薬)에서는 최근 600명 이상의 인원이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규슈 지역 소재 모 중견 의약품 상사도 매출액 감소로 영업직원을 대상으로 인원 조정을 추진 중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1월 22일 국회에 제출한 2018년도 예산안은 2017년도(추경예산 제외) 대비 0.3% 증가한 97조 7128억엔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전체 예산 중 사회보장비용(33조엔), 국채비(국채의 이자부담 및 원가 상환비용, 23조 3000억 엔), 지방교부세(국가로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에 교부되는 자금, 15조 5000억엔)의 3대 경비가 73.5%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이번 예산안에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국민생활과 관련한 정책 예산을 대거 편성했다. 아동 보육시설 정비 및 개·보수에 총 865억엔(약 8650억원)을 편성해 총 8만 5000명의 신규 아동을 수용 가능한 체계 정비를 추진한다. 일본 정부는 2020년에 유아 무상교육을 확대 시행할 계획으로, 유치원 비용 보조를 위해 330억엔(약 3300억원)의 신규 예산을 편성했다.
노동 인구 감소로 인한 일본 정부의 노동개혁(働き方改革) 방향은 ▲장시간 노동 개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 시정 ▲고령자의 근로 촉진이다. 이와 관련한 예산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개선과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 예산 803억엔, 노동시간 삭감을 추진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정책 예산 19억엔, 교사의 업무량 과다를 개선하기 위한 예산 17억엔 등을 새롭게 편성했다.
이 외에도 장애인·고령자의 이용편의를 위한 각종 시설·인프라의 '배리어프리(Barrier free)'를 위한 예산으로 41억엔의 철도 이용 관련 배리어프리 촉진 예산을 편성했다.
고 무역관은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예산안이 국회에서 무난히 의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일본 정부예산은 일본 정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이정표이며 그 규모는 일본 전체 국내총생산(GDP) 중 약 20%를 차지한다"라며 "향후 일본 경제 추이를 예측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