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의대에서 바라보는 미래 의사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실은 1일 창립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의학교육"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의사의 사회적 책무를 기르는 교육 체계를 마련하고 의사를 인류의 건강 책임자로 육성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학교육에 사회적 책무성 기르는 방안 포함해야
세브란스병원 의학교육학과 전우택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된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해 의사의 사회적 책무를 의학교육 안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한국에서 의대 학생들은 최고의 성적을 가지고 대학에 입학한다. 누군가는 이런 점 때문에 의대 교수들을 부러워 한다. 하지만 의학교육을 하는 교수들은 고민이 많다"며 "의대 학생들은 스스로 잘 하는 것이 있고 꼭 도와주어야만 비로소 잘하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의과대 학생들이 스스로 잘하는 것이 있다"며 "의사 국가시험(KMA) 시험 준비다. 좋은 책과 문제집만 있으면 합격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 학생들이 공부하고 시험을 잘 치르는 방향으로 탁월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학교와 교수가 도와줘야 의대 학생들이 비로소 잘 하는 것이 있다. 의사로서 사회적 책무감 가지는 일이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는 체계적인 교육과 교수가 의대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동안에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만 학교를 졸업하고나서 현실과 맞닥뜨렸을 때 잘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논의된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은 의사로서 사회적 책무를 특정한 의과대 나온 사람들에게 몰아서 처리하게 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며 "의사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사회적 책무감 가지는 일은 KMA 시험을 잘 치르는 것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그렇다면 나머지 의사들은 공공의료의 책임에서 벗어나도 되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의학교육은 지역사회와 국가, 나아가 인류에 대한 사회적 책무 가지도록 해야한다. 그게 의과대학의 본질이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외국에서는 의과대학에서 의사로서 사회적 책무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유럽의학교육학회는 의학대학의 사회적 책무 교육을 기준으로 정해 의대학이 이를 잘 수행하면 상을 준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서던 일리노이 의대는 공부 잘하는 순서대로 의대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봉사경험과 대표성이 불충분한 인구집단 등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입학정책을 취하고 있다"며 "그 결과 의대 졸업생들은 45%가 일차의료 영역에서 근무하고, 46.5%가 보건인력 부족 지역에서 근무하며 50% 이상은 수련 후 일리노이 주에 머물며 근무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뉴멕시코주 의대는 시골, 소수인종, 저소득층 출신 등을 고루 입학생으로 받는다. 이들은 임상실습을 도시와 3차 의료기관, 인디언 보호구역, 시골 농업 및 목장 지역 등에서 균형적으로 거친다"며 "그 결과 졸업생 30.2%가 가정의학 레지던트에 지원했다. 이 수치는 미국 의대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어떤 교육과정을 경험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각 의과대학은 의대가 있는 지역에서 인구집단 문제, 기초의학, 임상의학을 연구하는 것을 먼저 고민해야한다. 그런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의대 교수의 머릿속에 있는 의료와 현장의 의료는 굉장히 갭이 크다. 교수들은 최첨단 기술, 최초의 수술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면 나중에 더 잘 되겠지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할 학생들은 소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현장에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특정한 대학에 사회적 책무를 몰아줄 문제가 아니다. 한국사회 전체를 이끌어갈 아이디어와 책임 인력을 의과대학이 공급해야한다"며 "학교 내에서 사소한 경험이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 졸업 후 의대 학생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인구집단 변화, 사회적 요구에 발맞춰 의학교육은 의대가 발디디는 지역사회 안에서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의학교육의 범위 확대해 인류 건강 책임자로서 의사 육성
전남대 박상철 석좌교수는 의학교육이 범위를 넓혀 인류의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가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Life 1.0 시대는 육체와 사고는 모두 인간의 진화에 의해 결정됐다고 믿었던 시대를 뜻한다. Life 2.0 시대는 육체는 진화를 통해 결정됐지만 사고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시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제 Life 3.0 시대로 향하고 있다. 인류는 유전자 기술 등 의료와 과학기술의 발달로 건강한 육체를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됐고 사고 또한 훈련을 통해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이 것이 Life 3.0 시대"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의료계가 질환 자체에 집중하다 보니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며 "현재 의학교육은 시대 변화에 부응하고 있는가 생각해야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의학은 인류를 대상으로 한다. 최근 인류가 과거와 다르게 변하고 있다"며 "인류의 수명은 늘고 있다. 일본에선 100세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인류가 150세까지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이들 인류는 나이가 많으면서도 건강하게 사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의학교육은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질환 자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부응해 의학교육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최근 일본의 아베 총리는 테크놀로지로 초고령사회를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복지정책만으로 초고령사회를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며 "그런데 아베 총리가 발표한 연설문의 초안을 오사카 의과대학 인류학 교수가 썼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미래 의학교육의 역할은 여기에 있다. 의학교육의 영역은 확대되어야 한다. 일본의 의대가 인류학을 가르치는 것처럼 의학교육에서 인류의 건강을 관리하는 의사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앞으로 의사는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인류를 보존하는 역할도 해야한다"며 "미래 의학교육은 의대 학생을 치료자가 아니라 건강 책임자로 길러야 한다. 이에 따라 시대에 걸맞는 의학교육을 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