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 보건안보를 위협하면서, 바이오제약 분야에서 유례없이 백신과 치료제를 빠르게 개발하고 공급하는데 큰 성과를 거뒀다.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 임원들은 코로나 이후 또다른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빠른 약물 개발은 물론 제조와 공급, 접근성 문제에서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부가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동으로 25~26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백신·바이오헬스의 미래'를 주제로 2022 세계 바이오 서밋(World Bio Summit 2022)을 개최했다.
25일 열린 기업대표 세션에서는 '포스트 팬데믹을 위한 미래전략'을 주제로 세계 주요 기업들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백신·치료제 개발·생산 등 경험을 공유하고 팬데믹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기업별 미래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화이자(Pfizer) 제닌 스몰(Janine Small) 선진국시장 글로벌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가 직면한 마지막 팬데믹 위협이 아니다.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했던 것처럼 또 다른 팬데믹에 글로벌 수준에서 대응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지속 가능한 협력을 계속해야 한다. 바이오제약 업계는 물론이고 정부와 NGO, 다자간 기관 등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몰 회장은 이번 팬데믹으로 속도와 협력, 평등성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고 좀 더 가속화된 절차가 필요하다. 이제는 목적 중심 접근 방법을 취해야 한다"면서 "팬데믹 준비는 복잡하고 상당히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 기술과 백신, 의학 분야에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모더나(Moderna) 폴 버튼(Paul Burton) 최고의료경영자는 "mRNA는 코로나19뿐 아니라 다양한 감염병, 기타 질병을 대응하는데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를 통해 건강과 보건의 형평성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아직 충족되지 않은 보건의료 수요가 너무 많다"면서 "국가 간, 여러 주체들 간의 데이터 공유와 투명한 협력이 필요하고 신속하게 방향을 바꿔 새로운 병원균에 대처하고 이에 맞는 백신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 백신을 신속하고 공평한 방식으로 배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MSD 얀 반 애커(Jan Van Acker) 신흥시장부문사장 "변화를 위해 백신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실제로 접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제조 역량을 3배로 늘리기 위해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면서 "전 세계 인구를 고려했을 때 지금 우리가 제조할 수 있는 캐파만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머크(Merck) 미타 굴리아니(Meeta Gulyani) 전략경영개발국장은 "팬데믹 동안 가장 어려운 도전 과제는 코로나19 치료 프로그램에 적절하게 공급하는 문제였다. 기존 시설의 용량을 확장했음에도 균형을 잡는게 힘들었다"면서 "이에 우리는 먼저 견고하고 탄력적이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머크 라이프사이언스는 세 가지 분야에 집중했다. 먼저 글로벌 센터에서 제조했던 것을 각 지역 센터로 옮긴 것이다. 다음으로 현재 시설에서 생산하는 생산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밸류체인을 줄였다. 세 번째는 인프라를 추가로 확보한 것이다. 과거에는 2년 정도 걸렸던 것을 이제는 몇 달만에 완성했고, 배분 센터도 만들었다고 했다.
굴리아니 국장은 "한국은 강점과 국가 전략을 통해 생명공학 분야에서 독특한 리더십 역할을 할 수 있다. 머크는 좀 더 혁신적인 생태계 내에서 한국과 아태지역에서 더 역할을 할 것이고, 이를 위해 더 투자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제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나 각국 정부, 다국적 제약사, 규제 당국과 함게 개방된 혁신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또 다른 팬데믹에 대응할 수 있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신속하고 좀 더 공평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스몰 회장은 "오늘 발표에서 반복적으로 모두가 언급하고 있는 것이 협력 정신이다. 코로나를 통해 민간과 공공분야, 기업들 간에도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교훈을 배웠다"면서 무엇보다 지적재산권(IP) 보호가 중요하다고 했다. IP 보호가 있었기 때문에 문제 없이 협력할 수 있었고, 역량을 구축해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스몰 회장은 "코로나는 헬스케어 시스템 자체에 너무나 막대한 부담과 손실을 줬기 때문에 다른 치료는 미뤄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 힘을 합쳐 팬데믹을 다루고 나아가 다른 질병이나 다른 분야에서도 루틴한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더나 패트릭 베르그스테드(Patrick Bergstedt) 이머징마켓 수석부사장은 보건 안보와 백신을 통한 건강 보호 개념을 한 차원 더 확장해 생각해보면 접근성 문제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먼저 가용성(availability)에 대해서는 규제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두 번째 허용성(acceptability) 측면에서는 백신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mRNA와 같이 새로운 플랫폼은 우려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비용 효율성(affordability)도 접근성 문제의 핵심 중 하나다. 모더나는 원칙적으로 차등화된 가격 제도를 가져가는데 있어 GAVI와 COVAX 매커니즘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베르그스테드 수석부사장은 "허용성은 백신이 어떻게 투약되는지와도 관련 있다. 백신 대부분이 주사나 시린지로 접종되기 때문에 의료종사자만 투약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니들 패치로 개발할 수 있다면 농촌, 아프리카 지역에 있는 사람이 직접 드론을 통해 패치를 집에서 전달받을 수 있고 간호사나 의사가 없어도 접종받을 수 있다. 여기에 필요한 모든 기술은 이미 개발돼 있다"면서 "가용성과 허용성, 비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는 연대해야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백신이 모든 사람에게 제공되고 모든 사람이 접종받도록 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굴리아니 국장은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코로나 백신 공급과 항암 치료와 같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치료약 공급 중 무엇을 먼저 공급해야 하는 문제였다"면서 "타 제약사들과의 협력 프레임워크는 성공을 결정하는 요인이었고 여기에서 정부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정부는 팬데믹에 대한 준비를 하면서 모든 공급망의 복잡성을 이해해주는 것이 필요했다. 또한 협력이 어떤 특정 국가 내에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뤄져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해 부품과 원자재 공급망의 안정성도 정말 중요하다. 백신 주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그 어떤 국가도 전체 서플라이 체인을 다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누구도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협력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이 협력 안에서 개방되고 자유롭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