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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의전원은 '지고' 카이스트∙포스텍 의전원은 '뜨고'

    한 때 30여곳 달했던 의전원 현재 차의대 한 곳뿐...바이오∙헬스케어 뜨며 이공계 특성화 대학들은 설립 의지

    기사입력시간 2022-03-17 07:28
    최종업데이트 2022-03-17 12:15

    2024년부터는 차의과대학이 의전원을 통해 학생을 받는 유일한 곳이 된다. 사진=차의과대학 홈페이지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한 때 30곳에 가깝게 늘었던 의학전문대학원이 차의과대학 하나로 쪼그라든 반면, 카이스트(KAIST), 포스텍(POSTECH), 유니스트(UNIST) 등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들은 의과학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설립 준비에 분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건국대가 내년을 끝으로 의과대학을 통해서만 학생을 받게 되면서 의전원 체제를 유지하는 곳은 차의과대학이 유일해 질 전망이다.

    차의과대학만 유일하게 의전원 유지…안철수 인수위원장 ‘의전원 폐지’ 공약 내걸기도

    의전원 제도는 획일적인 의사양성 시스템에서 벗어나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하겠단 취지를 갖고 지난 2005년 도입됐다. 당시 정부가 여러 지원 제도들과 연계하며 강력하게 밀어붙인 영향으로 다수의 의대가 의전원 체제로 전환하거나 의대∙의전원을 병행 운영했다.

    하지만 의전원 제도는 운영하는 내내 잡음이 일었다. 입학 직후부터 의전원 입학 준비를 하느라 수업을 소홀히 하는 이공계 대학생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의과대학들 역시 우수한 성적의 의대 신입생들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의전원 체제를 반기지 않았다.

    이처럼 논란이 지속되던 가운데 지난 2010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들이 의대∙의전원 체제를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이후 대부분의 대학들이 의과대학 체재로 회귀를 결정했다.

    그나마 마지막으로 남은 차의전원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차의전원이 의전원 체제를 유지할 의지가 있다고 해도 차기 윤석열 정부에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예상이 어렵다.

    특히 의전원 제도가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인 조민 씨의 부산대 의전원 부정입학 의혹이 의전원 체제 몰락에 쐐기를 박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사건이 의전원 제도의 효용성과 별개로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졌기 때문이다.

    실제 차기 정권의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철수 위원장은 지난 2020년 총선과, 이번 대선에서 지속적으로 ‘의전원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이용한 부정 입학 사례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월 개최한 의과학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포스텍 김무환 총장과 카이스트 이광형 총장. 사진=박영선 TV

    카이스트∙포스텍 등 의전원 추진에 정치권 지원 사격...의료계의 반대는 부담
     
    이처럼 기존에 의과대학을 운영하던 대학들 중심의 의학전문대학원의 시대가 사실상 종언을 고하고 있는 반면,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들은 의과학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이들 대학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가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산업분야를 이끌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달 10일에는 카이스트, 포스텍, 유니스트, 지스트(GIST) 디지스트(DGIST) 등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 총장들과 여러 의학계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의사과학자 양성협의회’가 닻을 올렸다.

    이들 대학 중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곳은 카이스트다. 지난 2004년 일찌감치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해 운영 중인 카이스트는 이광형 총장이 부임한 이후 의전원 설립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총장은 2026년께 과학기술의전원(과기의전원)을 세우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포스텍도 이에 질세라 2023년부터 의과학대학원을 열 예정이며 더 나아가 연구중심의대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니스트 역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내부적으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유니스트 관계자는 “의사과학자 양성에 당연히 참여할 것”이라며 “아직 의대가 될지 의과학원이나 의학전문대학원이 될지 형태가 구체화되진 않았고 기획 단계에 있다”고 했다.

    정치권이 의사과학자 양성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는 점은 이들 대학의 꿈이 현실화 될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실제 지난해 연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불과 10여일 간격으로 ‘의사과학자’ 양성 필요성을 주장하는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특히 국민의힘 주최 토론회에는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까지 참석해 힘을 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지난 2월에도 박영선 디지털혁신대전환위원장이 이광형 총장, 포스텍 김무환 총장을 초대해 의사과학자와 과기의전원 설립에 관한 대담을 열었다. 유니스트의 경우는 윤석열 당선인이 유니스트 내 의과학원 설립을 지역별 공약 중 하나로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반대를 넘는 것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의료계는 의사 정원 증원 문제와 별개로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들이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것의 실효성 자체에도 의문 부호를 보내고 있다. [관련기사=카이스트∙포스텍 의사과학자 양성 의대 설립 추진…의료계는 회의적]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한희철 이사장은 “의사과학자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의사를 길러내는 게 중요한데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 부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