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5일간 열렸던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Congress 2019)가 1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바이오마커와 유전체 분석을 통한 정밀의학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학회에서도 정밀의학 관련 여러 연구 결과들이 조명받았다.
DNA 프로파일링, 원발부위 미상암 3명 중 1명 치료결과 바꿀 수 있어
미국 업스테이트의과대학(Upstate Medical University) 제프리 로스(Jeffrey Ross) 교수팀은 DNA 프로파일링을 통해 원발부위 미상암(CUP)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는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CUP은 진단 시점에 질병이 퍼져 1차 종양 부위를 찾을 수 없는 암으로, 전체 암 환자 15명 중 1명에 영향을 미치며, 10명 중 1명만이 1년간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스 교수팀은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2018년 수집된 303 CUP 조직 샘플을 분석했고, 그 결과 32%는 최신 의약품을 통해 표적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CUP 환자 3명 가운데 1명은 표준 항암화학요법으로 적절하게 치료되지 않을 수 있지만, 종양 DNA 변화에 기반해 적합한 표적 치료제 또는 면역 요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로스 교수는 "CUP의 표준 치료법은 지난 수십년간 변하지 않았다. DNA 프로파일링으로 확인된 표적 가능한 변이가 있는 환자 3명 중 1명에서 결과를 바꿀 수 있다면 CUP 치료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면서 "CUP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약간은 버림받은 상태다. 우리는 이러한 태도를 바꾸고 임상의들이 DNA 프로파일링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각 환자의 병의 원인을 찾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동일한 기술을 사용한 CUPISCO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CUP 환자를 무작위로 나눠 종양의 유전적 변화를 바탕으로 한 개인 맞춤형 표적 치료제 또는 면역항암제,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의 효능을 평가하는 연구로 향후 몇 년 안에 초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액체생검으로 최적화된 치료 받을 수 있는 대장암 환자 식별
액체생검(liquid biopsy)이 수술 후 재발할 가능성이 있고, 개별 환자에 대한 치료를 최적화할 수 있는 대장암(CRC) 환자를 식별하는데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프랑스 유로피안 조르주 퐁피두병원(Hôpital European Georges Pompidou) 줄리엔 타이엡(Julien Taieb) 교수팀은 임상3상 연구인 IDEA-FRANCE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번 대규모 전향적 연구에서 ctDNA가 대장암의 독립적인 예후인자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 연구에서 보조 화학요법 전에 액체생검을 받은 3기 대장암 환자 805명 중 109명(13.5%)이 순환 종양 DNA(circulating tumour DNA, ctDNA)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그룹에서 2년 무질병 생존율(DFS)은 64%로, ctDNA 음성 환자의 82%와 차이가 있었다.
ctDNA 양성 및 음성 환자 모두에서 6개월 보조 치료가 3개월 보조 치료보다 우월했고, 6개월간 치료를 받은 ctDNA 양성 환자는 3개월 치료를 받은 ctDNA 음성 환자와 유사한 예후를 보였다. 보조요법으로는 90% 가량이 FOLFOX를 받았다.
토리엡 교수는 "ctDNA 검사에서 어떤 환자가 3개월 또는 6개월 보조 화학요법을 받아야 하는지는 예측하지 않았고, ctDNA 양성 환자에 대한 최적의 치료 유형 및 기간에 대해 여전히 논쟁이 있지만, ctDNA가 중요한 예후 인자라는 점은 이제 잘 알게 됐다. ctDNA는 환자를 계층화하고 대장암에 대한 향후 임상연구를 추진하는데 매우 유용할 것이다"면서 "모든 하위그룹에서 보조요법을 3개월만 시행한 ctDNA 양성 환자에서는 최악의 예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가던트 혈액검사로 허셉틴+퍼제타 효과 환자 찾는다
액체생검 기업인 미국 가던트헬스(Guardant Health)와 일본 국립암센터(National Cancer Center Hospital East) 연구팀은 HER2 유전자 증폭(amplification)이 있는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서 허셉틴(Herceptin, 성분명 트라스투주맙)과 퍼제타(Perjeta, 성분명 퍼투주맙)의 효능을 평가한 2상 임상 TRIUMPH 데이터를 공개했다.
이번 중간분석 결과에서 RAS 정상형(wild-type) 및 EGFR 억제제 불응성이면서, 가던트360(Guardant360) 액체생검 검사로 HER2 증폭이 확인된 전이성 대장암 환자들의 33.3%는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HER2 표적 병용요법(허셉틴+퍼제타)을 받은 뒤 종양이 수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던트360에 의해 감지된 저항성 마커가 잇는 환자를 제외했을 때 객관적 반응률(ORR)은 45.5%였다.
연구에서 전체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4개월이었고, 반응 지속 기간 중앙값은 4.2개월이었다. KRAS 또는 NRAS, PIK3CA, HER2 변이가 있으면서 HER2 증폭 종양을 가진 환자에서는, 유전자 변이가 없는 환자에 비해 반응과 무진행 생존이 악화됐다.
일본 국립암센터 요시아키 나카무라(Yoshiaki Nakamura) 박사는 "TRIUMPH 연구 결과는 조직 분석으로 이중 HER2 표적 치료제 혜택이 있는 HER2 증폭 전이성 대장암 환자를 식별하는 것과 ctDNA 분석을 통해 식별하는 것이 동등하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레일 액체생검, 20개 이상 암 유형 감지 및 암 발생부위 식별
또다른 미국 액체생검 검사 개발 기업이자 일루미나(Illumina) 자회사인 그레일(Grail)도 새로운 연구성과를 내놨다.
대규모 임상연구인 CCGA(Circulating Cell free Genome Atlas)의 내부 검증 데이터에 따르면 그레일의 혈액 기반 표적화 메틸화 분석(targeted methylation assay)은 다양한 병기에 걸쳐 20개 이상 암 유형을 감지하고, 신체의 암 발생 부위를 정확하게 식별하며, 위양성률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검사는 조기 및 말기 암 탐지에 99.4% 특이도(specificity)를 입증했다. 20가지 이상 암을 검출하기 위한 검사의 전체 민감도(sensitivity)는 54.7%였고, 미국에서 암 사망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사전 지정된 14개 암 검출에서는 75.8% 민감도를 보였다.
미국 다나파버암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 제프리 옥스나드(Geoffrey Oxnard) 박사는 폐암 검출에 대한 민감도가 71.6%였으며, 조기 질환에 대한 검출률은 낮았지만 선암종에 비해 편평세포암종에서 더 우수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유방암 탐지에 대한 검사 민감도는 33.2%였는데, 조기 질환 및 호르몬 수용체 양성 상태에 의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향후 학술대회를 통해 독립적인 검증 데이터를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