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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든 거인들…구글·애플·아마존·MS·페이스북의 행보는

    구글은 인공지능, 애플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아마존은 온라인 유통

    기사입력시간 2018-07-30 07:37
    최종업데이트 2018-07-30 07:41

    [메디게이트뉴스 이규원 인턴기자·경희 의전원 본4] IT 업계의 거인들로 불리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시선이 쏠려있는 곳은 헬스케어 산업이다. 각 기업들의 주력 분야는 무엇이고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일까. 각 회사의 보도자료와 외신, 보고서 등을 통해 각 기업들의 현황과 준비 상황을 찾아봤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구글(Google),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으로 진단·치료법 개발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Alphabet)은 2009년부터 60개에 가까운 헬스케어 관련 기업에 투자했고 관련 특허만 150개가 넘는다. 구글은 의료 분야에서도 특히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구글 클라우드는 방대한 규모의 임상, 유전학, 보험 정보나 연구 자료를 관리할 수 있는 빅데이터 솔루션과 데이터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파벳의 자회사 딥마인드(DeepMind)는 FHIR(Fast Healthcare Interoperability Resources)를 활용하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해왔다. FHIR은 의료정보 상호 교환을 위한 표준을 말한다. FHIR이 적용된 의료정보는 다양한 의료기기에서 상호운용될 수 있고, 기관 간 정보 교환이 쉽다.

    딥마인드가 개발한 스트림즈(Streams) 앱도 FHIR를 따른다. 스트림즈는 환자의 다양한 검사 결과를 한데 모아 의료진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하고, 급성 신장손상이 의심되는 경우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다만 최근 환자단체는 이 앱에 대해 환자의 의료정보를 구글과 공유한다면서 정보보호법 문제를 제기했다. 외부 기관에 의뢰해 감사를 진행했으나, 현행법에 저촉되지는 않는 것으로 지난달 결론이 났다.
     
    알파벳의 또 다른 자회사인 베릴리(Verily)는 니콘의 옵토스(Optos)과 기계학습을 통해 당뇨병성망막병증과 당뇨병성황반부종을 진단하는 인공지능 개발했다. 올해 4월 당뇨병성망막병증을 진단하는  소프트웨어 IDx의 'IDx-DR'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는데, 이에 따라 구글의 기술이 상용화되는 것도 시간 문제로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베릴리는 2017년 4월 혈당측정이 가능한 콘택트렌즈를 개발하는 연구에 1만명의 건강한 실험대상자들을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현재까지연구 진행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는 없는 상태다.

    구글은 올해 4월에 열린 2018 미국암연구학회의 연례학술대회 기조강연에서 딥러닝을 이용한 기계학습으로 병리조직 이미지를 분석해 암을 진단하는 인공지능을 발표했다. 이 때 구글은 증강현실 기능이 탑재된 인공지능 현미경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면 병리학자들이 암을 진단하는 정확도와 속도가 크게 증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베릴리는 지난달 다국적 제약회사인 사노피(Sanofi), 스위스의 센사일 메디컬(Sensile Medical)과 2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차세대 패치형 인슐린 펌프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인 지난 11일(현지시간)에는 수면무호흡증 치료기를 만드는 회사인 레즈메드(ResMed)와 수면무호흡증 연구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합작 사업을 시작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애플 워치를 이용한 부정맥 연구 (사진: 애플)
    애플(Apple), 아이폰과 아이패드·애플워치에 건강관리 앱 연결

    애플은 기존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그리고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애플워치와 헬스케어 앱을 연동하는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1월 애플은 ‘건강’ 앱에 ‘건강 기록(Health Records)’이라는 기능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환자가 병원에 있는 자신의 전자의무기록(EMR)을 앱에 업로드하면 수시로 본인의 기록을 확인하거나 다른 병원의 의료진과 공유할 수 있다. 이달 미국의 클리블랜드 클리닉도 애플의 ‘건강 기록’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현재까지 존스홉킨스병원, 시더스시나이(Cedars-Sinai) 같은 병원 50여개가 참여하고 있다.
     
    애플 워치는 심박수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가있다. 스탠퍼드병원과 애플은 올해 초부터 ‘심장 연구(Heart Study)’ 앱을 통해 연구에 등록한 대상자들의 심박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작년 애플워치 시리즈3와 함께 공개된 이 연구의 목표는 진단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효용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애플의 관련 문건에 따르면, 연구 결과는 새로운 웨어러블 진단 기기의 개발에도 사용된다.

    애플은 “애플워치 심장 연구는 새로운 기기를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부다. 연구 데이터는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해 새로운 기기의 승인을 받는 데 사용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6월에는 아이폰을 심박수 외에도 혈압이나 체지방 수치 등의 생체 데이터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의료기기로 만드는 특허 54개를 신청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 특허사무소는 지난해 12월 애플에 의해 등록된 ‘선스크린 탐지기’ 특허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모바일 기기와 웨어러블 기기에서 사용될 수 있는 자외선적외선분광기(UV-IR spectrometer)로 피부에 바른 선크림의 범위를 확인할 수 있다.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에 바른 선크림이 부족할 경우 탐지기가 어떤 부위에 선크림을 다시 발라야 하는지 알려준다.
     
     
    아마존 에코 (사진: 아마존)
    아마존(Amazon), 의약품 유통업체 '필팩'인수와 인공지능 도우미 추가 개발

    올해 4월 아마존은 병원을 상대로 하는 의약품 유통사업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온라인 유통 업계의 공룡 아마존의 확장도 진입장벽이 높은 헬스케어 시장에서 저지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아마존은 지난 달 28일(현지시간) 온라인 의약품 유통업체인 ‘필팩(PillPack)’을 인수했다고 밝히며 헬스케어 산업 재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2013년 설립된 필팩은 처방전에 따라 1회 복용분이 개별 포장된 의약품을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의 약국에서 알약을 포장해주는 방식과 같지만, 이를 온라인으로 신청해서 배송 받을 수 있다. 미국 약국은 약을 1회 복용 단위로 개별 포장하지 않고, 종류별로 플라스틱 통에 담아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마존은 연간 1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필팩을 인수하면서, 그 규모가 4000억 달러에 이르는 의약품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달리 월그린이나 CVS 등 기존의 의약품 유통업체들은 기업 간 인수합병을 통해 위기를 대비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올해 초 JP모건(JPMorgan Chase)와 버크셔 헤서웨(Berkshire Hathaway)와 함께 자사 직원들을 위한 헬스케어 벤처기업 설립을 발표했다. 약국처럼 의료비 상승의 원인이 되는 중간 상인을 배제해 내부 직원들의 의료비를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마존은 구글 같은 의료 인공지능 분야의 선두주자는 아니지만, IT와 의료를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아마존은 자사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도우미 알렉사(Alexa)에 당뇨병 관리, 영유아 관리, 노화 관리의 기능을 추가 개발하기 위해 12명으로 구성된 헬스앤드웰니스(Health and wellness) 부서를 신설했다. 이는 지난 5월 미국 매체 CNBC가 아마존 내부 문건을 입수하면서 밝혀졌다.

    알렉사는 아마존의 ‘에코’ 같은 스마트 스피커와 연동할 수 있는 앱으로, 음성 대화, 음악 재생, 알람, 실시간 뉴스 제공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들은 알렉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추가 ‘스킬(skill)’을 직접 만들고 배포할 수도 있는데, 지난해 여름 아마존과 독일 제약회사 머크가 당뇨병을 관리하는 ‘스킬’을 개발하는 대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메사추세츠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은 수술실에서 외과의사들이 수술 시작 전 안전수칙을 지키도록 도와주는 용도로 알렉사를 시험해보기도 했다.
     
    아마존은 ‘1492’라는 비밀 프로젝트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직은 상당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이 프로젝트는 전자의무기록 플랫폼, 원격의료, 하드웨어와 연동되는 건강 관련 앱 등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플랫폼 Azure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인공지능 개발과 의료정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이전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는 ‘Healthcare NExT’라는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헬스케어팀이 주도하는 이 거대 프로젝트는 의료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의료정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이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총괄책임자 피터 리(Peter Lee)를 필두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클라우드 시스템인 'Azure' 기반의 유전체학 정보처리 서비스를 올해 2월 시작했다. 이밖에 심장 질환을 사전에 예측하기 위한 인공지능을 인도의 아폴로병원과 함께 연구중이며, 의사와 환자 간 대화를 글로 옮겨주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Empower MD’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6월 26일(현지시간) 짐 와인스타인(Jim Weinstein)과 죠슈아 맨델(Joshua Mandel)이라는 헬스케어 산업의 선두주자들을 영입했다. 다트머스-히치코크 헬스 시 스템의 최고경영자 출신인 와인스타인은 부사장으로, 보스턴 어린이 병원과 하버드 대학에서 생명의료 정보학(biomedical informatics) 연구진로 활동한 맨델은 최고 설계자로 임명됐다. 이들은 함께 새로 출범하는 마이크로소프트 헬스케어팀을 이끌 것으로 알려졌다. 와인스타인은 클라우드 내 보건의료 정보를 구축하는 과정 전반을 지원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설계하는 임무를 맡았다. 맨델은 보건의료에서 사용 가능한 오픈 클라우드의 설계를 담당한다.
     
    피터 리는 마이크로소프트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했다. 그는 “헬스케어의 정보기술은 이제 의사들의 진료실이 아닌 클라우드 내에서 존재할 것”이라며, "의료정보를 클라우드 내에 구축해 의료환경 자체를 클라우드로 이전시키고, 인공지능이 해당 정보를 분석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진: 페이스북
    페이스북(Facebook), 치료법 개발에 데이터 활용…개인정보 논란으로 보안부터

    페이스북은 아직 헬스케어 분야에서 이렇다하게 보여준 것이 없지만, 시도는 있었다. 지난해부터 페이스북은 스탠퍼드병원을 포함한 여러 의료 기관들과 협력해 익명화된 환자의 의료정보를 해당 환자의 페이스북 계정과 연동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의 페이스북 활동 정보가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페이스북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데이터들은 환자 개개인을 위한 치료를 추천하는 데 쓰이지는 않는다. 다만, 의료전문가들이 치료법을 개발할 때 축적된 데이터를 고려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올해 3월까지도 페이스북은 스탠퍼드대학병원과 미국심장병학회(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와 정보 공유 협약을 체결하는 것에 대해 논의중이었다. 하지만 페이스북 데이터 유출 사건인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이 터지면서 전면 중단됐다. 페이스북은 당시 CNBC에 보낸 성명서에서 “기획 단계 이상 진전된 적이 없다. 아직 그 누구의 정보도 받거나, 공유하거나, 분석한 적이 없다”며 일단은 회원들의 정보 보안을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