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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 의학드라마에서도 절대 빠지지 않는 것 #3.

    "H와 J는 어떻게 됐냐고? 둘이 잘 살고 있지, 한 집에서..."

    기사입력시간 2019-05-26 14:00
    최종업데이트 2019-05-27 09:15


    의학드라마에서도 절대 빠지지 않는 것 #3.


    H는 샌님을 일방적으로 팼고,
    덩치로 보면 Fat이 우세해 보였으나, 
    의정부라는 거친 동네에서 1년차를 마치고 살아남은 
    점박이의 무모함엔 역시 당해낼 재간이 없었던거다.

    결론이 외과의 압승으로 굳어질 무렵,
    인턴이 룸에 있던 우리에게 알린거고,
    내가 점박이를 Fat으로부터 떼어놓게 되자,
    분을 못 이긴 Fat이 맥줏병을 드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편파적인 해설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아무리 미워도 남의 새끼보다는 내새끼가 이쁜 법이다.)


    점박이가 이제서야 묻는다.

    " 형, 그뢴데 외으 싸우느 거여? "

    ' 으이구... 빨리도 물어본다...'

    H가 대답했다.

    " 넌 몰라도 돼. "

    ' 헐... 지 대가리가 찢어진 영문도 몰라야 한다니...'

    때마침 J가 들어온다.

    " 선생님, 죄송해요, 저 때문에..."

    " 아냐. 넌 잘못한 거 없어. "

    " 그래도..."

    " 괜찮대도... 넌 어디 다친데 없어? "

    " 괜찮아요. "

    H와 J의 대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얼씨구... 아주... 지 혼자 멋진척은... '

    점박이가 말한다.

    " OO아, 구엔차느아?.. 어후... "

    " 예, 선생님 많이 다치셨어요? 머리 찢어지셔서 어떡해요... "

    " 아.. 무어... 이 저응도느은 벼루거 아냐.."


    그러나... J의 눈에 점박이가 보일 리 없다.... 암먼...
    H를 보는 눈빛과 점박이를 보는 눈빛은 천지차이다.

    ' 얼씨구, 이 기류는 뭐지? '

    내가 그렇게도 미워하던 점박이가 급 불쌍하게 보인다.

    '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누가 챙긴다더니만...'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평소 H는 J를 
    얼레리꼴레리 하고 있었다 한다.



    다음날 아침 conference 시간.

    일방적으로 패기만 한 H는 깔끔한 반면
    점박이는 여기저기 부은데다 멍들고, 
    머리엔 거즈까지 얹고 있다. ( 달마시안인줄...)

    어젯밤에 생긴 일을 알 리 없는 K교수님이 점박이를 보고는 
    놀라서 묻는다.

    " 넌 왜 얼굴이 그 모양이야? "

    "....."

    펠로우 선생님이 대답했다.

    " 어제 회식에서 산부인과랑 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

    " 싸웠어? 머리는 왜 저래? "

    " scalp laceration(두피 열상)입니다. 맥줏병으로 맞아서..."

    " 뭐야? 어떤 놈이 감히 외과 2년차한테..."

    " 산부인과 4년차가... "

    " 뭐야? 이런 나쁜 새끼가... 이 새끼 어딨어? 이건 살인미수야.
    어이 OOO교수 ! "

    과장님을 부르신다.

    " 예, 교수님. "

    " 이건 그냥 못 넘어가. 
    어떤 놈인지 알아내서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도록 하라고...
    어떤 놈들이 감히 우리 새끼들을... "

    " 예, 교수님. "

    과장님이 나를 보고 말씀하신다.

    " 야, 의국장. 그 4년차 오전 중에 우리 의국으로 오라고 해. "

    " 예. "

    K교수님이 바로 뒤에 앉아 있는 나에게 말씀하신다.

    " 넌 뭐했어? 밑에 애들 다치는데 의국장이란게..."

    " ...( ' 전 꿰매줬는데요...ㅠㅠ' )..."

    아무소리도 못했다.
    교수님들이 광분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이 사건의 발단인 J와 H는 둘이 딱 붙어서 말 없이 서 있었다.

    ' 나는 무슨 죄냐고...ㅠㅠ '

    conference가 끝나고 샌님과 Fat은 우리 의국에 와서 사과했다.
    울긋불긋 푸르딩딩 부은 얼굴, 밤탱이된 눈탱이로...

    그 얼굴을 본 과장님은 약간의 주의를 줄 뿐 크게 뭐라고 안 하셨다. ㅋㅋㅋ
    결국 징계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H와 J는 어떻게 됐냐고?

    어떻게 되긴...
    둘이 잘 살고 있지... 한 집에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생은 드라마다.
    병원에도 그 드라마는 있다.

    메디컬드라마에서처럼 멋진 남녀 주인공은 아니지만,
    나름 스토리라인을 가진 사람들도 존재한다.

    또한, 어리벙벙한 웃기는 캐릭터들도 존재한다.
    점박이처럼...

    이번 얘기 끝. ^^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의 저작권은 저자인 외과 전문의 엄윤 원장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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